“직장내 괴롭힘 신고했더니 보복 갑질”
직장인 A씨는 최근 회사 임원 B씨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회사에 신고했다. B씨는 A씨 업무와 무관한 임원인데 얼마 전 다른 동료들 앞에서 A씨 업무를 함부로 평가절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사는 신고 이후 A씨 직급을 강등했다. 회사 대표는 신고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조직 인사 개편이라고 해명했지만 믿을 수 없었다. A씨는 이것이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신고에 대한 불리한 처우’인지 아리송했다.

18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A씨처럼 직장내 괴롭힘 신고 뒤 불이익을 겪는 피해자가 적지 않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법은 직장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해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지적이다. 근로기준법 76조의3 6항에는 “사용자는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피해자 등에게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의 벌금을 내야 한다.

실제로 보복 갑질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직장갑질119가 올해 2월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괴롭힘 경험자(305명) 중 회사·노조에 신고한 이는 12.1%,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 신고자는 2.6%에 그쳤다. 반면 57.7%가 참거나 모르는 척했고, 19.3%는 회사를 관뒀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47.1%)가 1위로 꼽혔고 ‘향후 인사 등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31.8%)가 2위다. 실제로 신고한 응답자 50명에게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는지 물었더니 40%가 “그렇다”고 답했다. 신고 후 보복이 기우가 아닌 셈이다.

직장갑질119는 “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약한 처벌이 보복 갑질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부 직장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결과를 살펴보면 2019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접수된 사건 중 검찰 송치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직장갑질119는 “피해자가 자신이 당한 보복이 불리한 처우라고 인지할 수 있어야 신고도 가능하다”며 “현행 근로기준법의 ‘불리한 처우’를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재원 변호사(직장갑질119)는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형사처벌의 범위가 한정적이고 처벌 행위가 ‘불리한 처우’로 포괄적이어서 금지규범으로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리한 처우 유형을 구체화하고 보다 적극적인 수사로 법 위반행위에 엄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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