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회적 대화’ 성패 가를 첫 의제 ‘고심’
국회 사회적 대화가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인 의제 담금질을 시작할 전망이다.

1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우원식 국회의장실은 지난 13일께 양대 노총 관계자와 만나 국회 사회적 대화 의제를 논의했다. 양대 노총 의견을 듣는 자리로 구체적인 안건을 논의하거나 의장실에서 의제를 제안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사회적 대화 방식은 사회적 의제를 외부단체가 의장실에 제안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장실 관계자는 “사회적 요구가 있어야 사회적 대화가 가능하다”며 “각 사회단체들이 무엇을 의제로 사회적 대화를 원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장실 관계자는 “의제를 협의하고 있는 단계로 추석 연휴가 지난 뒤 더 이야기를 나눌 부분이 있을 것 같다”며 “각 사회단체에 참여 여부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남아 있는 터라 지금 의제를 정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대화’ 필요하지만 ‘민원’은 아닌

관건은 의제의 깊이와 폭이다. 조건이 많다. 우선 양대 노총과 한국경총, 중소기업중앙회 같은 노사단체가 만나서 대화를 나눠야 할 정도로 넓어야 한다. 개별 노사관계에 개입하는 것은 재계에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국회의장실이 참여하는 대화 주제로 삼기에 지엽적이다.

그러나 너무 넓으면 자칫 성과를 내기 어렵고 고담준론에 그칠 우려가 있다. 2013년 민주통합당 시절 을지로위원회 사회적 대화 경험과도 차원이 다르다. 우원식 의장은 당시 남양유업 밀어내기와 대리점 갑질 사태를 발단으로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었고, 국회 사회적 대화 제안에도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됐다.

노사정의 이해가 얽힌 시급한 의제는 정년연장이다. 그러나 이 역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현재 다루고 있어 국회 사회적 대화 의제로 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미 법률에 근거한 노사정 대화기구가 논의 중인 의제를 비법적 기구인 국회 사회적 대화 채널에서 또 논의하기엔 명분이 약하다. 다만 경사노위가 윤석열 정부 들어 사실상 식물상태라는 점에서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다.

플랫폼 기업 규제 의제 물망에?
상임위 ‘조율’ 먼저


가능성 있는 또 다른 의제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율이다. 쿠팡과 배달의민족을 중심으로 지속된 노동자 산업재해 사고와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에서 드러난 허술한 정산체계 등 손볼 대목이 많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일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티메프 사태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사후 추정 방식으로 해당 플랫폼의 독과점 여부를 확인해 처벌하고, 대금 정산 기일을 단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전에 독과점 플랫폼을 지정해 규제하는 원안보다 후퇴해 실효성 논란이 크다.

산재를 비롯한 노동문제 역시 플랫폼 기업이 풀어야 할 숙제다.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활발한데, 우리나라만 더디다.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자에 4대 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지역가입자에서 직장가입자로 전환해 플랫폼기업에 보험료 책임을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 현재는 지역가입자라 보험료 부담이 커 가입을 하지 않는 플랫폼 노동자가 많다.

다만 플랫폼기업 관련 의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 요소다. 환노위 야당의원들을 중심으로 쿠팡 청문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고, 현장방문도 두 차례나 실시했다. 현재 정기국회가 개원했고,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도 플랫폼 산재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이후에나 열릴 것으로 보이는 국회 사회적 대화와 환노위의 의제가 겹칠 수 있어 안배가 필요해 보인다.

실험대 오른 정치력

한편 양대 노총은 국회 사회적 대화에 대한 내부 논란도 신경써야 한다. 정리해고 법제화 합의 같은 노사정위원회 경험 뒤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를 반대해 온 민주노총 내 의견그룹이나 경사노위에 이미 참여하고 있어 국회 사회적 대화를 불필요하게 바라보는 한국노총 내부의 정서를 넘어서야 한다. 역으로 우 의장쪽도 개문발차나 특정 대화주체의 중도하차 가능성에 민감한 기류다. 결국 이들을 모두 충족할 만한 의제를 찾는 과정에서 우 의장의 정치력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재 기자 jae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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