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성별 격차 해소에 70~257년 걸린다
국제 노동계가 세계 동일임금의 날(International Equal Pay Day)을 맞아 성별 임금격차 해소에 노동조합이 앞장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속도라면 남녀 임금격차 해소에 짧게는 70년 길게는 257년이 걸릴 수 있다는 진단이다.

국제노총(ITUC)은 한국시각으로 18일 오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달성을 위한 노조의 노력’을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필리핀·호주·스페인·브라질 노조활동가들이 토론자로 참여해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단협과 정책, 법적 조치를 공유했다. 국제노동기구(ILO) 100호 동등보수 협약과 국제연합(UN)이 인류 공동 목표로 제시한 지속가능발전목표(UN-SDGs)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달성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노조의 역할과 방안을 주요하게 논의했다.

ILO·유엔 여성기구·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함께 만든 국제기구인 동등보수 국제연대(Equal Pay International Coalition, EPIC)도 이날 오후 뉴욕 유엔 여성 사무소에서 ‘미래의 임금: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해법’을 주제로 고위급 행사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스튜어트 아펠바움 미국노총(AFL-CIO) 부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성별 임금격차 등 일터의 성차별은 전 세계의 고민거리다. 유엔 여성기구의 2016년 보고서(Women at Work, Trends 2016)에 따르면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77센트를 번다. 성별 임금격차가 지금 같은 속도로 서서히 개선한다고 가정했을 때 동등보수가 되려면 7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유엔 여성기구의 이런 계산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9년 153개국의 실태를 분석한 뒤 남녀 경제 격차를 해소하려면 257년이 걸린다고 진단했다. ILO도 2년 전인 9월18일 여성은 남성의 평균 소득 77%를 벌고, 현재 속도로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데 257년이 걸린다는 보고서를 냈다.

한국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남성 대비 여성 임금비율은 65%다. 2020년 64.7%에서 이듬해 64.6%로 역진하는 등 개선 속도가 매우 더디다. 중위기준 임금을 비교하는 OECD 분석에 따른 2022년도 임금격차 비율은 31.2%로 같은해 OECD 평균(12.1%)의 3배에 근접한다.

ILO는 <2021년 국제노동기준 적용>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고용노동 분야 성평등 정책과 관련법이 100호 협약에 충분히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용노동 법·제도가 성별에 따라 평등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ILO는 “임금격차 해소는 단순히 여성의 임금을 올린다는 의미를 넘어 직장에서 성차별을 해소하고 성평등을 실현하는 방법”이라며 “성평등 임금은 가족의 복지를 증진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며, 국가 발전을 진전시킨다”고 개선을 권고했다.

제정남 기자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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