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대기발령’ 대법원 “사유 소멸시 기간 따져야”
대기발령이 2년 넘게 지속될 경우 대기발령 필요성을 따져 보고 효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대법원은 장기간 대기발령으로 잠정적 지위를 지속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이번 판결에서는 대기발령 사유가 없어지기 전에 이뤄진 대기발령까지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며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감사 방해 저지’ 목적 대기발령
1·2심 “장기간 잠정적 지위 상태로 부당”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부산의 학교법인 화봉학원이 운영하는 대동병원 소속 행정사무국장 A씨가 화봉학원을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 12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화봉학원 이사장과 대동병원장은 형제 사이다. A씨는 병원장의 아들로 2015년 9월 병원에 입사해 2017년 3월부터 행정사무국장으로 근무했다. 그런데 2021년 거래처와의 계약 문제 등으로 병원장이 직위 해제되면서 이사회 차원의 감사에 들어가며 A씨의 입지가 흔들렸다.
병원 감사는 법인은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대기발령이 이뤄졌다. 병원장 직무대행은 감사 직전인 2021년 5월께 A씨에게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자택대기하라”며 인사발령을 냈다. 지시사항과 결재시 전결 불이행, 대표 직인 무단사용이 사유였다.
법인측은 A씨가 감사 일정과 진행을 방해했다고 봤다. A씨는 부당한 대기발령이라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하지만 부산지노위는 “절차적 위법이 없고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중노위도 초심을 유지하자 A씨는 2021년 12월 행정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9월 패소해 항소한 상태다. 이와 별개로 2022년 5월에는 법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대기발령 기간’이 쟁점으로 다퉈졌다. A씨에 대한 대기발령은 2021년 5월부터 2년 넘게 유지되고 있었다. A씨측은 “대기발령이 부당하게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지난해 9월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두는 대기발령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장기간 대기발령 무효 판단 잘못”
“대기발령 언제부터 무효인지 추가 심리해야”
법원은 감사가 종료된 이후에는 적어도 대기발령을 해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기발령의 주된 이유는 감사 방해를 저지하기 위한 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감사는 소송 중이던 2023년 7월 종료됐으므로 대기발령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감사결과에 따라 대기발령을 해제하고 원직 복직시키거나 징계하는 등을 조치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약 2년간의 감사로 A씨가 입은 생활상 불이익도 크다고 봤다. A씨는 2021년 8월부터 임금의 30%가 삭감됐다. 재판부는 “법인은 변론종결일까지 대기발령을 유지하고 있는바, 이는 더 이상 잠정적 조치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사정 없이 장기간 잠정적 지위 상태를 유지하는 대기발령은 부당하다고 본 2017년·2013년 대법원 판결이 인용됐다. 2심 판단도 같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었다. 감사 종료 이전의 대기발령까지 모두 무효라고 본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기발령의 필요성이 없어진 시점’으로 판단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대기발령의 필요성이 있을 수 있는 감사 종료 이전 부분에 관해선 사유를 별도로 따져 봐야 한다”며 “감사 종료 이후의 부당한 대기발령 유지 조치가 무효라는 이유만으로 그 이전 부분까지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대기발령이 언제부터 무효인지에 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원심판결 전체를 파기했다.
홍준표 기자 forthelabo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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