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도 “산업안전보건법 폭염 명문화해야”
건설사들이 만든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폭염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 등을 명문화해 법률상 작업중지권 실행을 명문화하자고 제안했다.

연구원은 13일 발간한 건설동향브리핑 974호에서 “작업중지권 실행을 위한 폭염 기준이 규정되지 않아 검토가 필요하다”며 “작업이 중지되면 공사기간 연장과 비용부담이 불가피한데, 폭염의 명확한 기준 없이 작업중지권이 실행되면 시공사와 감리단, 발주자 간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대한건설협회와 건설공제조합이 공동출자해 설립했다.

노동자 1천575명, 작업중단 요구 11% 그쳐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동자는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폭염도 작업중지권 행사의 대상인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폭염에 따른 작업중지권 행사되는 경우는 드물다. 건설노조가 7월 노동자 1천5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폭염을 이유로 작업중단을 요구한 사례는 11%에 그쳤다. 이 가운데 26.2%는 요청을 거부당했다.

연구원은 건설공사 기간 연장 사유 등에 폭염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70조는 건설공사 기간 연장을 규정하면서 특정 요건을 충족할 때 건설공사 발주자는 도급인이 산재 예방을 위한 공사기간 연장 요청을 수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태풍·홍수 같은 악천후와 계약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유다. 연구원은 “폭염이 건설공사 기간 연장 사유로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악천후로 볼 수 있는지 논란”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획재정부 공사계약 일반조건상 지체상금 미부과와 계약기간 연장을 위해서는 폭염을 불가항력 사유로 인정하는지 여부가 중요한데 산업안전보건법처럼 (공사계약 예규에도)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폭염으로 작업중지권을 실행해도 업체에 경제적 불이익이 없도록 법률을 정비해 달라는 것이다.

작업중단 해도 ‘폭염 아니다’ 하면 다툼

실제 정부의 폭염 관련 기준은 부처마다 다르다. 우선 기준을 살펴보면 폭염 대책 총괄부처인 행정안전부는 폭염 위기단계를 관리하면서 5월20일부터 이달 30일까지를 폭염 위기경보 관심 단계로 정했다.

이후 단계는 폭염이 심할수록 격상한다. 우선 전국 특보구역 183곳 가운데 10% 이상 지역에서, 하루 최고 체감기온이 33도를 웃도는 날씨가 3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단계를 주의로 올린다. 183곳 중 40% 이상이면 경계로, 특보구역과 무관하게 전국 40% 지역에서 하루 최고 체감기온이 35도 이상인 날이 3일 연속 지속 전망일 때 심각 단계를 발령한다. 이와 달리 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는 31도 이상일 때 관심, 33도 이상일 때 주의, 35도 이상일 때 경고, 38도 이상일 때 위험단계를 발령했다. 만약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해도, 이런 폭염 관련 기준에 따라 발주자와 도급인, 시공인 등의 판단이 달라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내용의 법 개정보다 올해 각 정부부처가 내놓은 폭염대책을 행정규칙으로 만들어 구체화하고 규제는 피해 달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노동계는 법적 구속력 없는 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가 아니라 △폭염기 건설현장 사업주 체감온도 관리 책임 △폭염기 건설현장 휴게실·그늘막 설치 확대 및 강화 △폭염기 건설현장 샤워실·탈의실 등 세척시설 설치 의무화 등의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 기자 jae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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