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차 월급 300만원” 인터뷰했다고 정직, 노동위 “부당”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저임금과 노조탄압 실태를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노조 위원장에게 정직 징계를 내린 것에 노동위원회가 부당정직이며 그 자체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징계 처분 이후 사측이 위원장의 노조사무실 출입을 막은 것 또한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최근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삼영전자공업 부당정직·부당노동행위 관련 당사자에게 송달한 판정문을 <매일노동뉴스>가 확보해 8일 살펴봤다. 경기지노위는 “징계를 취소하고 노동자들에게 정직 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부당정직과 부당노동행위 사실을 회사 게시판에 게시하라고 주문했다.
“허위정보 제보해 명예 실추” 사측 주장
경기지노위는 지난 10월31일 김경민 삼영전자노조 위원장이 삼영전자공업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정직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 이렇게 판정했다.
징계의 발단은 시사프로그램 출연이었다. MBC 스트레이트는 올해 5월26일 “건폭과 노동약자, 윤석열 정부 2년, 낙인찍힌 노동자들”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삼영전자공업 관련 내용이 전체 36분8초 중 3분48초가량 포함됐다. 김 위원장은 회사에서 28년을 근속해도 월급이 300만원 초반이라고 증언했다. 노조 사무실로 가는 계단을 사다리로 막고, 노조 전임자들에 기존 업무가 아닌 청소 업무를 맡겼다는 내용도 담겼다.
보도 이후 사측은 6월7일 인사위원회 개최를 통보했고, 3차 인사위를 거쳐 8월9일 김 위원장에게 정직 3개월을, 사무국장에게 정직 2개월을 통보했다. 당사자들은 재심을 신청했지만 재심에서도 징계 처분은 달라지지 않았다. 징계사유는 경영자 면담 장면이나 회사 시설물을 동의·허가 없이 촬영하고 이를 방송사에 제공해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었다.
징계사유 전부 불인정, 절차도 “위법”
경기지노위는 위원장·사무국장에 대한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징계 절차도 단협상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위법적이라고 판단했다. 단협상 징계시 노조에 사전에 서면으로 통보하고 소명할 기회를 줘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가 생략됐기 때문이다.
노조간부에 대한 정직 처분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부당한 징계로 인해 해당 기간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게 됐고, 노조 입장에서도 노조활동이 위축되는 불이익을 입게 됐다고 봤다.
징계 이후 노조사무실 출입을 막은 것도 부당노동행위로 결론내렸다. 정직 처분을 받았다고 해도 노조사무실에 출근해 노조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용자 지시로 경비원이 회사 입구에서 제지해 노조사무실 출입을 막은 것은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경기지노위 판정 뒤 위원장과 사무국장에게 정직 기간 미지급 임금이 지급됐다. 다만 별도로 징계 취소 절차를 밟거나, 판정문 송달 이후 회사 게시판에 구제명령 내용을 게시하지는 않았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김경민 위원장은 “조합활동 위축으로 조합원수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노위 판정에 불복해 중노위 재심 신청을 하는 등 (노사 갈등) 사태를 장기화하지 말고 하루 빨리 구제명령을 이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에서도 비슷한 사건, 중노위 “부당정직”
노조간부가 방송에 출연해 실태를 증언한 것이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중징계를 내린 것은 삼영전자공업에서만 발생한 문제는 아니다. SPC 자회사 피비파트너즈는 2021년 T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증언한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수석부지회장에게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중노위는 2021년 11월26일 화섬식품노조가 피비파트너즈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정직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서 부당정직이라고 인정했다. 중노위는 수석부지회장이 라디오에서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비위생적 화장실, 주방 온도, 보건휴가 반려 관련 실태를 증언한 발언은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다며 징계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회사명을 언급한 것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양정이 과하고 절차도 단협을 위반해 하자가 있다며 부당정직으로 판정했다.
어고은 기자 ag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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