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양육자 승진 우대, 쏟아지는 ‘물음표’
다자녀 양육자를 승진·채용·전보에서 우대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인사혁신처가 8급 이하 다자녀 공무원의 승진을 우대하는 내용을 담은 공무원임용령을 개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저출생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8급 이하 공무원 승진 임용시 우대 가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 개정안에는 장애인·이공계 전공자·저소득층에게 적용하던 채용·승진·전보 등 인사관리상 우대를 ‘다자녀 양육자’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무원의 임용은 시험성적·근무성적 등으로 하지만 국가공무원은 국가기관의 장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공무원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장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다자녀 양육자에게 인사관리상 우대 정책을 시행할 수 있게 법적 근거를 담은 것이다.

다자녀 양육자에게 승진을 우대하는 정책은 이미 시행 중인데 법 개정을 근거로 보다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혁신처는 개정 공무원임용령을 올해 시행하면서 각 부처 장관이 8급 이하 공무원을 승진임용하는 경우 인사혁신처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다자녀 양육 공무원을 우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자녀 인원·연령과 같은 다자녀 양육 기준이나 가점 부여 방식 등은 부처 여건에 맞게 자체적으로 수립·운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나 특허청 등은 승진을 위한 성과평가시 가점을 부여하거나 승진후보자 명부 평정점이 동점인 경우 선순위를 부여하는 식으로 우대한다. 구미시·포항시 등도 자녀 양육 공무원에게 자녀수에 따라 근무성적평가에 가점을 주거나, 세 자녀 이상 양육시 직급별 승진대상 인원의 20%에서 승진 우대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관련 정책은 인천관광공사와 한미글로벌 같은 공공기관·민간기업으로도 확산했다.

“저출생 대책 만드는 건 찬성
승진 우대는 공감대 형성 안 돼”


정책을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은 달갑지만은 않다. 2018년 입사해 8급 지방공무원으로 일하는 김정화(34·가명)씨는 “육아시간·육아휴직 등 다른 제도를 강화하면서 저출생 대응책을 만드는 것은 찬성한다”면서도 “승진은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인데, 다자녀 정책으로 왜 승진 우대를 하는 이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녀 있는 사람들에게도 승진 우대가 실질 혜택이라고 생각되진 않을 것 같다”며 “다자녀 양육자에게는 육아돌봄이나 금전적 부분이 부담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는 문제”라면서도 “저출생 대책을 세우는 것은 좋지만 승진 우대는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육아지원 제도를 확대해 생기는 업무 공백, 동료 업무를 대신해도 보상이 없어 불만이 많은데 이는 결국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하는 직원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한다”며 “예산지원을 통해 인력부족 현상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아이를 낳고, 안 낳고 하는 것은 포상할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가지고 포상을 논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배 대표는 “저출생 문제는 근본적으로 계층의 문제”라며 “육아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소득의 문제, 일자리 안정성의 문제로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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