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서 과로특별법?” 내부에서도 ‘한숨’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산업 주 52시간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적용 제외를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연구개발직 노동에 대한 특례를 신설하는 1안과 반도체특별법에 고용노동부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정리해 삽입하는 2안, 논란이 되는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을 빼고 법 제정을 추진하는 3안 등 여러 의견이 공존하는 상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지금처럼 미래 전략 산업 분야에 대한 패권 경쟁이 치열한 현실과 연구 전문직의 업무 성격을 고려할 때 당사자 간 합의가 전제된다면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것을 지나치게 제약할 필요는 없다”며 “미래 전략 산업 연구개발직 노동에 대한 근로기준법 특례를 마련해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당초 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을 통해 반도체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여당이 요구했던 연구개발 노동자의 주 52시간 적용 제외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그러던 중 이재명 대표가 주 52시간 적용 제외도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당내에서도 찬반 입장이 갈리자 정책 디베이트(찬반토론)까지 열었지만 여전히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날 이 최고위원은 산자위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TF팀을 만들어 특례 법안이나 연구개발 노동자를 아예 새로운 유형의 계약으로 분류하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자고도 제안했다. 민주당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반도체산업에 주 52시간 적용 제외를 적용하는 법 제·개정을 추진한다면 노동계의 따가운 시선은 이 대표뿐 아니라 환노위 소속 의원들로 향할 가능성도 있다.

환노위에는 한국노총 출신 의원부터 이른바 ‘친노동’ 행보를 보여왔던 의원들이 포진돼 있다. 환노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4일 비공개회의를 열고 주 52시간 적용 제외를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민주당 정책위에 전달하기로 한 상태다.

첨예한 부분을 도려내고 산업 지원만 담자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는 이름으로 진행된 민주당 토론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디베이트 하면서 지켜봤지만 사실은 제대로 설계한다면 노동계와 합의가 안 될 것도 없다는 생각인데, 우려 해소가 지연된다면 나머지 합의한 선에서 정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이야기가 있었고 재계도 그것에 특별히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이 반도체산업 연구개발 노동자들에게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다른 산업에서도 요구를 하나둘 꺼내고 있다. 4일 황정아 민주당 의원 등이 주관한 AI 발전 전략 간담회에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논문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경우 주 52시간 업무시간을 맞추기 위해 시스템을 끄고 집에 가서 몰래 작업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같은날 건설업계 관계자들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2025년 국회에 바란다:건설산업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 토론회를 찾아 “이제 건설 현장도 주 52시간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한님 기자 sse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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