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노동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동계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에 ‘노동자’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홈플러스·락앤락 구조조정이 주는 교훈

4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 세부 내용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명문화 △일정 비율 이상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단계적 확대 △대규모 상장회사 집중투표제 활성화 등이 뼈대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상법 개정안을 취임 후 2~3주 안에 처리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노동계는 개정안 내용 중에서 382조의3을 주목하고 있다. 현행법은 이사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반면, 개정안은 ‘주주’도 충실의무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는 최근 물적분할, 유상증자 등을 통해 소액주주의 권리가 훼손된 데 따른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경영진이 주주 이익을 무시하고 대주주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들자는 취지다. 주주자본주의를 구현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셈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개정안에서 노동자가 배제됐다고 지적한다. 이사의 경영 판단은 주주 이익뿐 아니라 회사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노동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주주와 노동자 모두 추가해 회사에 소속된 노동자의 이익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홈플러스·락앤락 등에서 사모펀드의 차입매수(LBO) 방식 투자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이 발생하는 것은 이사의 판단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방증하는 사례로 꼽힌다. 노동자가 경영 의사 결정의 주변부로 밀리면서 자신의 권리를 방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국·독일
주주자본주의→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해외에서는 이미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위한 입법을 추진해 왔다. 영국의 회사법(Companies Act 2006) 172조는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회사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주주뿐 아니라 공급업체, 고객을 비롯해 ‘회사 직원의 이익(the interests of the company's employees)’ 등 이해관계자 전반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나아가 노동자의 경영 참여 권리를 부여하는 ‘공동결정제(Mitbestimmung)’를 운영하고 있다. 2천명 이상 대기업의 감사위원회 절반은 노동자 대표로 구성한다는 규정이다. 기업 경영에서 노사 간 이해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영국과 독일 등은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이사의 충실 의무’ 포함 대상에 따라 향후 기업 윤리와 노동권 보호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마트노조 관계자는 “기업 운영에서 상당 부분은 노동자가 책임지고 있기에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며 “상법 개정안에 주주와 노동자를 포함해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이 보호될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준 기자 g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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