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결단’ 기다리는 노동정책
60일간의 숨가쁜 조기대선이 막을 내렸다. 새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4일 곧바로 출범하는 가운데, 해결되지 않은 노동과제는 산적하다. 국민의힘을 뺀 나머지 정당들만으로 법 개정이 가능하고, 새 정부가 이를 공표하면 되는 현안도 많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노동법 밖 노동자 보호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당연히 해야 한다”던 노조법 2·3조 개정

노동계의 대표적인 숙원은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이다. 후보 시절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첫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TV토론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두고 맞붙었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노란봉투법을 또 밀어붙일 것이냐”는 김 후보의 질의에 “대법원 판례가 이미 (개정 필요성을) 인정하는 법안”이라며 “당연히 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에서 국회 본회의에 두 번 처리될 정도로 국민의힘을 제외한 정당들은 강한 의지를 보였다. 민주당은 지난해 7월 정책의원총회를 통해 해당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우선순위 법안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이 윤석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재추진하는 데 합의한 만큼, 노조법 2·3조 개정안 처리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 요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홍성규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권리인 노동 3권을 노동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상징적이고, 광장이 조기대선을 열어 당선된 사람이 민심을 모른척할 수 없을 것이라 본다”며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야 5당이 합의한 사안은 바로 진행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책 없이 방치된 노동법 밖 노동자들

민주당은 21대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5일부터 6월 임시국회를 열자는 소집요구서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제출한 상태다. 다만 본회의에 올려놓을 구체적인 법안을 언급하는 것은 조심하는 모양새다. 조승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 정부 출범에 따라 국무총리부터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6월 임시국회 때 해야 한다”면서도 “본회의 개의 일정과 처리 법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법 밖 노동자와 5명 미만 사업장 등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일도 시급하다. 민주당은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에 ‘단계적’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고, 노동법 밖에 있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해서는 ‘일터 권리보장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해 권리보장을 명시하겠다고 공약했다. 역시 당장 논의를 시작하면 된다. 국회에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안(김주영·이용우 민주당 의원 각각 대표발의)’ ‘일하는 사람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장철민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등 관련 법안이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찬성 ‘만 65세 정년연장’

<매일노동뉴스>와 한국노총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지난달 12~13일 전국 18세 이상 국민 1천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63.8%가 새 정부가 만 65세 정년연장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데 동의했다. 정규직(67.2%), 특고·플랫폼직(63.8%), 비정규직(60.9%) 등 고용형태를 가리지 않고 선호도가 높았다.

현행 법정 정년과 연금 수급연령이 일치하지 않아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주요 정당도 정년연장을 포함한 계속고용에 공감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TF’를 출범하고 오는 9월까지 노사 공동입법안을 마련해 11월 입법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행 60세인 법적 정년을 65세까지 늘리자는 노동계의 주장, 기업에 퇴직 뒤 재고용 노력 의무를 부여하고 직무급 등 임금체계 개편을 병행하자는 경영계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안 마련에 진통이 전망된다.

TF 회의는 대선과 맞물리며 지난 4월 이후로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회의체를 주도하는 민주당의 조율 능력이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노총 TF 실무담당자인 유정엽 정책본부장은 “정년과 공적연금 수급연령이 불일치하는 것을 제도개선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세부적인 방법을 노사가 협의할 수 있지만 정부와 국회는 원칙, 제도개선 목표시점을 정해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한님 기자 sse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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