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EU 전기차 갈등, 국내고용 영향은 제한적
세계 전기차시장이 안갯속이다. 각국의 무역관세 갈등이 점증하는 가운데 미국 대통령선거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리 기업은 단기적인 정책결정을 유보하고 최대한 관망세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상무부는 유럽연합(EU) 당국과 중국산 전기차 관세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U가 4일 집행위원회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고 45.3% 관세를 매긴 것에 대한 대응이다. 중국 상무부는 EU의 확정관세안 가결 직후 입장문에서 EU의 결정을 비판하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보복관세 가능성을 높였지만, 한편으로 협상테이블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만든 전기차 유럽 점유율 19.5%

EU는 관내 전기차시장에서 높아지는 중국 영향력을 경계해 관세를 올렸다. EU 전기차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점유율은 1분기 기준 19.5%를 차지했다. 올해 안 25.3%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 등 비중국 브랜드의 중국생산량을 포함한 숫자다. 중국 브랜드만 추리면 11% 수준이다.

관세를 피한 우리 기업에는 호재다. 전기차를 만들어 유럽시장에 파는 현대자동차그룹 브랜드는 이번 관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기대감은 크지 않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시장 진출이 막히면 상대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화된 전기차 캐즘(혁신상품의 일시적 수요정체)을 극복할 정도는 아니다”며 “전기차 캐즘이 3~4년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전기차 생산에 대한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자동차그룹은 향후 3년간 유럽시장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모델 목표치를 기존보다 25%포인트 줄인 84만1천대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판매목표 하향이 관세 부과를 우려한 조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캐즘에 따른 수요정체 대응으로, 하향한 만큼 하이브리드 또는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목표 조정이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유럽 관세와 미국의 정책에 대한 대응책을 수립하고 있는 단계”라며 말을 아꼈다.

유럽시장 외 중국산 전기차와의 경쟁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미 관세를 한껏 올린 미국을 제외한 동남아시아시장 등에서 판로가 막힌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가 예상된다. 중국산 전기차는 정부 차원의 지원에 힘입은 저가경쟁이 가능해 이미 동남아시아에서도 점유율을 한껏 늘렸다. 올해 동남아 주요국의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태국 76%, 말레이시아 44%, 싱가포르 34% 등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42%를 차지했다.

‘해외생산 압박’ 국내 물량 조정 가능성 미지수

이런 시장점유율 변화는 한국 기업에 해외생산 압박으로 가해진다. 국내 전문가집단에서도 동남아 현지생산을 부추기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5월 내놓은 세계경제 포커스 브리프에서 “우리 기업은 신흥국 소득수준에 맞는 보급형 차종을 포함한 다양한 전기차 출시를 고려하면서 동남아에 대한 판매·생산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대외적 전기차시장의 변화가 국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국내 생산물량은 현대자동차그룹 노사가 논의해 조정하는 만큼 일방적인 상향 또는 하향이 어려운 구조다.

이재 기자 jae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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