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과 국민의힘이 지도부 간담회를 열고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과 정년연장 등 주요 노동의제를 두고 협의를 이어 가기로 했다. 노동현안과 정책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지만 양측 모두 “대화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양쪽 대화가 노동정책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김동명 위원장 “국정 전환 없으면 분노 쏟아질 것”
한동훈 대표 “국민의힘이 근로자의 힘 될 것”
한국노총과 국민의힘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간담회를 열고 주요 노동 의제를 두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김동명 위원장과 상임부위원장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양측 지도부가 얼굴을 마주했다.
간담회를 앞두고 한국노총은 국민의힘에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권리보장법 제정 △기후변화에 대응한 노동 중심의 정의로운 산업전환 △법정 정년연장 등 4가지 입법요구 과제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대통령) 임기 절반을 경과하는 현 시점에서 정부와 집권당의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국정 전환, 노동자·서민과 함께하는 자세 변화가 없다면 더 많은 분노가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노동자·서민의 삶을 챙기고 보살피는 것은 집권당의 막중한 책임이자, 보수의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이 제안한 4가지 과제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은 근로자의 힘이 되겠다”고 답했다. 그는 “말씀하신 주제들은 저희도 큰 틀에서 공감하는 것이고 차이가 있다면 어떤 부분에서 줄일 수 있을지 실용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자리”라며 “허심탄회하게 애기할 수 있는 것은 먼저 진행하고 발전시키자는 김동명 위원장님의 발상에 저도 100%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과 논의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천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어진 비공개 간담회는 약속했던 시간보다 길어졌지만 접점을 찾은 의제는 나오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근로기준법은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하고, 정년연장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회적 대화 등 공론화 과정을 밟아 논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국민의힘 “3기 탄녹위 구성시 한국노총 고려”
한국노총은 근로기준법 보호 대상을 넓히고,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다양한 고용형태 종사자들에게 보편적 노동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공제회 설치, 분쟁 조정, 경력 인증을 위한 정책 지원 근거를 담은 노동약자지원법 제정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 비정형 노동자를 보호할 대책을 두고 한국노총과 정부·여당의 방향이 다르다. 비공개 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은 정부의 구상을 반영한 노동약자지원법을 추진하겠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기후위기 대응 방안 의제에서는 그나마 공감대를 이뤘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여야도 입법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3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구성시 한국노총이 위원을 추천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국노총과 국민의힘은 간담회에서 확인한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실무 논의를 이어 가기로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양측 지도부가 서로 만났다는 데 우선 의의를 둬야 한다”며 “간담회로 마련한 대화의 교두보를 어떻게 이어 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계를 적대시하는 정부 기류가 이날 여당 대표와의 만남을 계기로 변화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보자”고 평가했다.
여당 대표의 한국노총 방문은 2020년 11월 당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방문 이후 4년 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한국노총 출신의 임이자·김형동·김위상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정남 기자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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