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재해위로금 지급청구권이 최종 장해등급 판정일로부터 10년이 도과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을 인정한 사례

서울행법 2023구단72779 (2024. 9. 11.)


* 사건 : 서울행법 2023구단72779 재해위로금지급청구의 소 
* 원고 : A 
* 피고 : 한국광해광업공단 
* 변론종결 : 2024. 7. 3.
* 판결선고 : 2024. 9. 11.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0,142,790원 및 이에 대하여 2019. 1. 10.부터 2023. 7. 21.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1986. 1. 8. 제정된 석탄산업법에 따라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이 설치되어 석탄광산의 폐광대책사업을 수행하였고, 이후 광산피해의방지및복구에관한법률 시행 및 개정 등으로 최종적으로 피고가 위 폐광대책사업과 관련한 모든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다(이후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 및 피고 등의 명칭을 구분하지 않고 '피고'라고만한다).

나. 망 B(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1985. *. **.부터 1990. *. **.까지 **산업개발에서 광부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다. 망인은 탄광 재직 시 1988. 7. 13. 진폐 '병형: 1/1' 판정을 받고, 1993. 8. 18. 장해 제11급 판정을 받았으며 2001. 11. 5. 장해 제1급 판정을 받아 요양하던 중 2003. 2. 27. 사망하였다.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이다.

다. 원고는 2018. 11. 9.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장해보상일시금 지급결정을 받아 2019. 1. 9. 피고에게 재해위로금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2020. 3. 16.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산정(이하 '지급일수 공제방식'이라 한다)한 100,253,440원의 재해위로금을 지급하였다.

라. 망인의 공동상속인으로는 원고와 자녀인 C, D, E, F가 있는데 위 자녀들은 2023. 9.경 원고에게 각 '망인이 받을 재해위로금 지급청구권 중 상속받은 금액 1,844,143원'을 양도하였고,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을 통해 위 각 채권양도 사실을 통지하였다.

[인정 근거] 법원에 현저한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피고는 망인에 대하여 변경된 장해등급(제1급)에 따라 산정된 장해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110,396,230원(= 74,895.68원 × 1,474일)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는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에게 위 돈 중 이미 지급한 재해위로금을 공제한 나머지 10,142,790원(= 110,396,230원 - 100,253,44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재해위로금 산정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구 석탄산업법(1993. 3. 6. 법률 제45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9조의3 제1항은 '폐광대책비의 지급 대상이 되는 광산의 석탄광업자가 당해 광업권·조광권 또는 계속작업권의 소멸등록을 마친 때에는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은 당해 광산의 퇴직근로자 및 석탄광업자 등에게 다음 각호의 금액을 폐광대책비로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그 제4호에서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폐광대책비'를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구 석탄산업법 시행령(1990. 12. 31. 대통령령 제132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3항 제4호 내지 같은 법 시행령(1993. 3. 6. 대통령령 제138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3항 제5호(이하 개정 전후의 시행령 조항을 통틀어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한다)는 '폐광일로부터 소급하여 1년 이내에 업무상 재해를 입은 자로서 폐광일 현재 장해등급이 확정된 자 또는 재해발생기간에 불구하고 폐광일 현재 장해등급이 확정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지급하는 재해위로금. 이 경우 재해위로금액은 퇴직근로자가 지급받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9조의5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장해보상일시금 또는 동법 제9조의6 제1항의 유족보상일시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폐광대책비의 일환으로 폐광된 광산에서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재해위로금은 국내의 석탄수급상황을 감안하여 채탄을 계속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하여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경제성이 없는 석탄광산을 폐광할 때 그 광산에서 입은 재해로 인하여, 특히 전업 등에 특별한 어려움을 겪게 될 근로자에게 사회보장적인 차원에서 통상적인 재해보상금에 추가하여 지급되는 위로금의 성격을 갖는다(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두9592 판결 참조).

진폐증은 석탄광업소의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업무상 재해로서, 현대의학으로도 완치가 불가능하고 분진이 발생하는 직장을 떠나더라도 그 진행을 계속하는 한편, 그 진행 정도도 예측하기 어렵다(대법원 1999. 6. 22. 선고 98두5149 판결 참조). 또한 진폐증에 걸리면 여러 합병증에 노출되는데, 주로 요양급여는 진폐로 인한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하여 지급된다. 이러한 진폐증의 특성을 고려하면, 폐광일 전에 발생한 진폐증이 그 즉시 장해등급이 부여될 정도인지 또는 점차 악화되어 폐광일 후에 장해등급이 부여될지 여부는 예측 곤란한 진폐증의 진행 속도에 따른 우연한 사정에 불과하다(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7두69830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의 '재해발생기간에 불구하고 폐광일 현재 장해등급이 확정되지 아니한 자'에는 일단 최초의 요양을 종결하고 그에 따른 신체장해등급 판정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재해 위로금을 받았다가 폐광일 이후 해당 상병이 재발하거나 또는 해당 상병에 기인한 합병증이 발생하여 재요양을 받게 된 피재근로자도 포함되며, 이 경우 재요양 후의 새로운 장해등급에 따른 재해위로금에서 최초 장해등급에 따른 재해위로금의 차액을 추가로 지급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19두60523 판결 참조).

2) 피고의 주장 및 판단

피고는 관련 법령의 문언상 재해위로금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에 의해 지급받은 장해보상일시금 합계액과 동일하면 족한 점, 원고가 주장하는 방식은 법령의 문언해석을 넘어서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 점, 재해위로금 제도의 입법 경위와 그 취지 및 성격 등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① 이 사건 조항은 전문에서 '··· 자에 대하여 지급하는 재해위로금'이라고 규정하고, 후문에서 '이 경우 재해위로금액은 ··· 과 동일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전문은 '지급 대상(지급요건)'에 관한 규정이고, 후문은 전문의 지급요건이 충족된 자에게 지급하는 재해위로금의 '금액 산정기준'을 규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조항 후문의 제정 당시에는 진폐보상연금 및 진폐유족연금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폐광된 광산에서 업무상 재해를 입고 장해등급 판정을 받은 근로자와 그 유족은 모두 장해보상일시금과 유족보상일시금을 받았거나 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재해위로금액의 산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장해보상일시금 또는 유족보상일시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하도록 규정한 것이지, 오로지 장해보상일시금 또는 유족보상일시금을 받은 경우에만 재해위로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이 사건 조항 후문이 제정된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두34308 판결).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르면, 산재보험법령에 따라 규범적으로 산정되는 장해보상일시금 또는 유족보상일시금과 동일한 방식으로 재해위로금을 산정하면 되는 것이지 반드시 실제로 지급받은 장해보상일시금 또는 유족일시금을 한도로 하여 재해위로금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② 진폐증은 석탄광업소의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업무상 재해로서, 현대의학으로도 완치할 수 없고 분진이 발생하는 직장을 떠나더라도 진행을 계속하는 한편 그 진행 정도도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진폐증에 걸리면 여러 합병증에 노출되는데 주로 요양급여는 진폐로 인한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하여 지급된다(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19두6052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진폐증의 특성을 고려하면 장해등급이 어느 시점에 부여·상향될지 여부는 예측 곤란한 진폐증의 진행 속도에 따른 우연한 사정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급일수 공제방식의 경우 종국적으로 동일한 장해등급을 받게 된 자들 사이에서 위와 같은 우연한 사정에 따라 장해보상일시금 지급 범위가 달라지는 결과가 발생하는데, 앞서 본 재해위로금의 위로금적 성격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결과가 형평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구체적 판단

망인이 탄광에서의 근무로 인해 진폐증을 진단받았고, 폐광일 이후 장해등급이 변경되어 최종 확정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 새로운 장해등급 판정에 따라 비로소 망인은 이 사건 조항에서 규정하는 '재해발생기간에 불구하고 폐광일 현재 장해등급이 확정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하여 피고에 대한 재해위로금 지급청구권의 요건을 충족하게 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조항에 따라 원고에게 최종적으로 판정받은 장해등급 제1급에 해당하는 장해보상일시금 110,396,230원(= 74,895.68원 × 1,474일) 중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미 원고에게 지급일수 공제방식으로 산정하여 지급한 100,253,440원을 공제한 나머지 10,142,79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라.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 등에 관한 판단

1) 피고의 항변 및 원고의 주장

망인의 피고에 대한 재해위로금 지급청구권은 장해등급 제1급을 판정받은 2001. 11. 5. 발생하였는데, 원고의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한 2023. 9. 22. 제기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장해보상일시금 지급결정을 받은 2018. 11. 9.까지는 피고에게 재해위로금을 청구할 수 없는 법률상 장애가 존재하므로, 원고의 재해위로금 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는 2018. 11. 9.부터 진행한다고 주장한다.

2) 소멸시효 완성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며,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의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15865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조항 전문은 '지급 대상(지급요건)'에 관한 규정이고, 후문은 전문의 지급요건이 충족된 자에게 지급하는 재해위로금의 '금액 산정기준'을 규정한 것이므로(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두34308 판결 참조), 재해발생기간에 불구하고 폐광일 현재 장해등급이 확정되지 아니한 자의 장해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지급청구권은 그 후 장해등급이 확정되는 때에 비로소 장해보상일시금과 동일한 금액의 재해위로금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장해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 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장해보상일시금의 실제 수령 여부와 관계없이 '장해등급이 변경·확정되어 그에 따른 장해보상일시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된 때'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에서 장해등급 결정이 이루어지면 그에 대한 통지가 있기 전이라도 재해자는 변경된 장해등급에 따른 재해위로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피고로서도 장해등급 결정 통지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는 점, 민법상 소멸시효 규정은 당사자의 주관적 인식 내지 인식가능성과 상관없이 객관적 기준에 의하여 정하도록 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결국 '장해등급이 변경·확정되어 그에 따른 장해보상일시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된 때'라 함은 장해등급 결정이 이루어진 날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한편 재해자가 피고로부터 장해등급 결정을 통지받지 전까지는 자신의 구체적인 장해등급 결정에 대하여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재해위로금 청구권의 행사에 있어 사실상의 장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법률상의 장애사유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망인에 대한 장해등급이 제1급으로 변경된 2001. 11. 5.로부터 10년이 경과한 2023. 9. 22.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일단 원고의 피고에 대한 재해위로금 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나) 이에 관하여 원고는 피고가 2020. 3. 16. 원고에게 재해위로금 명목으로 100,253440원을 지급함으로써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재항변하고, 피고는 망인에 대한 재해위로금은 지급일수 공제방식으로 산정된 위 돈이 전부라는 인식 하에 위 돈을 지급한 것이므로 잔존 재해위로금 채무에 대한 승인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4다32458 판결 등 참조).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2019. 1. 9. 피고에 대하여 재해위로금을 신청할 당시 '장해등급 제11급에 따른 재해위로금 6,334,260원, 장해등급 제1급에 따른 재해위로금 93,919,180원 합계 100,253,440원의 지급을 신청한다'는 내용의 신청서를 교부한 사실, 피고가 2019. 1. 9. 원고에게 재해위로금 명목으로 100,253,440원을 지급할 당시 원고로부터 '재해위로금을 수령함에 있어 향후 본 재해건으로 민사상의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지 않겠기에 이 포기서를 제출합니다'라는 내용의 민사소송포기서를 작성·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여기에 피고는 최종 장해등급 지급일수에 따른 재해위로금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2020. 10. 15. 대법원 2019두60523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기 전까지 일률적으로 '폐광일 이후 장해등급이 변경되어 최종 확정된 재해자'에 대하여 지급일수 공제방식에 따라 산정된 재해위로금만을 지급하여 온 점 등을 더하여 살펴보면, 그 지급 당시 피고에게 망인의 장해등급 제1급에 해당하는 재해위로금 전액에 대한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가 일부 재해위로금 지급으로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원고는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권리 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1)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 행사나 시효 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 완성 후에 채무자가 이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할 수 없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다37565 판결 등 참조).

법률관계에는 불명확한 부분이 필연적으로 내재하는바, 그 법률관계의 주장에 일정한 시간적 한계를 둠으로써 그에 관한 당사자들의 다툼을 종식하려는 것이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이고, 소멸시효 제도는 이러한 법적 안정성의 요구를 기초로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무차별적·객관적인 시간의 경과가 1차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설계한 것이므로, 소멸시효에 신의칙을 원용할 때는 극도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채권자에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사정을 들어 그 채권에 관한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소멸시효에 관하여 변함없이 적용하여 왔던 법률상 장애·사실상 장애의 기초적 구분 기준을 내용이 본래 불명확하고 개별 사안의 고유한 요소에 열려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일반적인 법 원칙인 신의칙을 통하여 아예 무너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더더욱 주의를 요한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15865 판결 등 참조).

한편, 위와 같이 채권자에게 권리의 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상장애사유가 있었던 때에도, 일단 그러한 장애가 사라지면 그때부터 상당한 기간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여기에서 '상당한 기간'에 권리를 행사하였는지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 청구권의 발생 원인, 채권자의 권리 행사가 늦어진 사유 및 소를 제기하기까지의 경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위와 같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달성, 입증 곤란의 구제, 권리 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를 그 이념으로 삼는 소멸시효 제도의 대단히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할 것이므로, 위에서 말한 '상당한 기간'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 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다205341 판결 등 참조).

(2)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구 석탄산업법이나 그 하위 법령들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피재근로자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재해위로금 지급 청구권은 관계 법령이 정하는 지급요건을 충족하면 당연히 발생함과 동시에 그 금액까지 자동 확정되는 것이지, 피고의 지급 결정 여부에 따라 그 청구권의 발생이나 금액을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두12598 판결 등 참조). 이를 고려할 때, 피고가 관련 대법원 판결(2019두60523) 선고 및 확정 이전까지는 법령 해석을 잘못하여 망인과 같은 조건의 청구권자들에 대하여 재해위로금의 지급을 거절하여 왔기 때문에 망인 내지 원고로서는 2001. 11. 5. 장해등급 제1급 판정을 받고 소멸시효 완성 전에 재해위로금 지급을 청구하였더라도 피고가 실무관행을 이유로 그 지급을 거부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정만으로는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다거나, 일반인의 입장에서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② 국가에게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 역시 국가가 아닌 일반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에서와 같은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수 있을 때만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고(앞서 본 대법원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는 채무자가 피고와 같은 공공기관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인데, 이 사건에서 피고가 시효 완성 전에 망인 또는 원고의 재해위로금지급 청구권의 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다는 등 일반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에서와 같은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③ 설령 피고가 관련 대법원 판결의 선고 이전까지 망인과 같은 조건의 청구권자들에 대하여 재해위로금의 지급을 거절해 온 것이 시효 완성 전에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늦어도 관련 대법원판결 선고일인 2020. 10. 29.에는 이러한 장애사유가 사라졌다고 봄이 타당한데, 원고는 그로부터 민법상 시효 정지의 정지사유 해소 이후 권리 행사기간인 6개월(민법 제179, 180, 181조 참조)을 훨씬 초과한 2023. 9. 22.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권리를 행사하였고, 이 사건에서 권리 행사의 '상당한 기간'을 6개월보다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하다고 볼 만한 매우 특수한 개별 사정은 찾을 수 없다.

④ 원고는 피고가 '지급일수 공제방식'에 따른 재해위로금을 지급할 당시 장해등급확정일을 2018. 11. 9.로 보아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음을 전제로 원고에게 재해위로금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을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19. 1. 9.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한 '재해위로금지급신청서'에 '장해등급확정일 2018. 11. 9.'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피고가 원고 측에게 망인에 대한 장해등급확정일이 2018. 11. 9.이라고 통지하였다거나 이를 기초로 행정처분 등을 내렸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고, 오히려 위 '2018. 11. 9.'은 망인에 대한 장해등급확정일이 아닌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장해보상일시금 지급결정을 받은 날임은 원고로서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인정사실만으로 피고가 원고에게 시효중단의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다거나 시효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원고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마. 소결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