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첫 구속’ 아리셀·영풍, 법원 “범죄 중대”
노동자 23명이 화재로 목숨을 잃은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과 최근 9개월 사이 사망사고 3건이 발생한 영풍 석포제련소의 대표이사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처음으로 구속됐다. 법원은 “범죄혐의가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법 손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오후 11시40분께 박순관(64) 아리셀·에스코넥 대표이사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오전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지 약 11시간 만이다. 박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35) 아리셀 경영총괄본부장도 구속됐다. 다만 손 부장판사는 아리셀 안전보건관리 담당자와 인력파견업체 메이셀의 정용환 대표(실소유자)에 대해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대표는 지난 6월24일 화성 일차전지공장에서 리튬전지에 불이 붙으며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수사 당국은 아리셀이 군납 기일을 맞추려고 무리하게 목표 생산량을 늘리고 인력파견업체 메이셀로부터 비숙련 이주노동자를 대거 불법파견 받아 안전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박 대표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규정을 다수 적용했다. 구체적으로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 방침 마련(4조1호)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4조3호) △재해예방 예산 편성 및 집행(4조4호)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4조5호) △중대재해 발생시 작업 중지 등 매뉴얼 마련(4조8호)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두 번째 구속 사례도 연이어 나왔다. 29일 대구지법 안동지원 박영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최근 9개월 만에 노동자 3명이 숨진 영풍 석포제련소의 박영민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범죄혐의가 중대하고 도주의 우려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들은 각각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는 지난해 12월6일 노동자 1명이 탱크 모터를 교체하던 중 비소 중독으로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올해 3월에는 냉각탑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 1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달 2일에는 열사병으로 하청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3명의 노동자가 숨진 셈이다. 그럼에도 박 대표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용을 지우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책임자가 수사단계에서 구속된 것은 아리셀과 영풍 석포제련소가 최초다. 2022년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독성 세척제 집단 급성중독이 발생한 두성산업 대표와 법 시행 이후 4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5명이 숨진 세아베스틸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모두 기각됐다. 검찰로서는 4번의 구속 시도 끝에 영장을 받아내게 됐다.
홍준표 기자 forthelabo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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