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ESG 공시 늦추고, 협력업체 제외하자”
기업 탄소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재계가 도입 시기 연장과 공시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해 탄소중립 사회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주장이다.

한국경총은 28일 "기후 분야부터 공시를 추진하되, 기후 분야 외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는 기업이 주제별로 선택해 공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경영계 의견을 이날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는 지난 4월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을 공개하고 이달 말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초안에는 기후 관련 사항은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지만 그 외 지속가능성 사안은 기업 선택에 맡기는 내용이 뼈대를 이룬다.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뿐 아니라 협력업체·하청회사·공급망 등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배출을 공시에 포함하도록 하는 스코프(Scope) 3 공시를 포함했으나, 의무화 여부와 시기는 의견 수렴 후 결정할 계획이다.

경총은 기후 관련 위험·위기에 대한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그 외 안전보건·생물다양성·인적자본 등의 지속가능성 정보는 선택 공시하자는 초안 취지에 동의했다. 공급망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포함하는 스코프 3 공시에 대해서는 “산업계 전체가 과도한 비용 부담을 지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저출생·고령화 해소와 같은 정부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지속가능성 정보를 기업 재량에 따라 공시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초안에 담은 추가 공시사항도 철회를 요구했다. 지속가능성 개념이 정부 정책으로까지 확장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취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시행하려던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2026년 이후로 이미 연기한 상태다. 경총은 2029년부터 공시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전경련 후신인 한경협도 2029년 이후 시행, 의무화가 아닌 자율공시, 스코프 3 적용 배제, 추가 공시기준 삭제 등의 견해를 담은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 관련 경제계 의견’을 지난 6월 발표한 바 있다.

제정남 기자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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