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다층연금체계’ 밀어붙이나
정부가 조만간 국민연금·기초연금·퇴직연금을 중심으로 한 연금 구조개혁 방안을 내놓는다. 국회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들이 선택한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은 무시하겠다는 얘기여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연금·기초연금·퇴직연금’ 활용
정부 다음달 초 연금개혁안 제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 의원이 여당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만큼 연금개혁에 대한 여당 분위기를 살필 수 있는 자리였다.

발제를 맡은 김태일 고려대 교수(행정학)와 양재진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각각 국민연금 재정구조 재설계와 기초·퇴직연금과의 연계 방안을 주제로 삼았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 9%에서 15%로 올리되 2%포인트는 국고로 충당하고, 소득대체율은 40%를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양 교수는 다층연금체계 도입을 주장했다. 부족한 연금수급액을 보완하기 위해 퇴직연금과 기초연금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지급연령을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낮아지리라 전망했다.

정부는 이번주 윤석열 대통령의 연금안 설명에 이어 다음달 초 연금개혁 정부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하되 세대별로 인상률을 달리 정하고, 인구·경제 조건 등에 따라 연금 납부액·수급액·수급개시연령을 조정하는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두 교수의 이날 발표가 정부안에 포함될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국민연금 보장성을 완화한다는 방향성에서는 정부의 구상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런 정부 움직임은 시민들의 생각과는 배치된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 492명이 학습·토론·숙의한 결과를 지난 4월 발표한 바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1안, 보험료율을 12%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는 2안을 개혁 방향으로 제시했다. 공론화 결과를 받아 든 여야는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데에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 이견(43~45%)을 좁히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 넘겨받아 논의를 이어 가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정부 구상에는 공론화위 논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시민들은 “적절한 국민연금 보험료·소득대체율을 찾자”고 했는데, 정작 정부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연금제도를 뜯어고치겠다”고 나선 셈이다.

국회 공론화위 시민 의견 사실상 배제

정부 개혁안은 기존 논의를 수포로 돌리는 조치인 데다가, 그 내용도 사회적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어서 전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65세 이상 인구의 0.2%만 받는 퇴직연금이 전 국민 노후보장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자동안정화 장치 적용 시 급격한 보험료율 인상 혹은 급격한 급여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세대별 보험료 차등 적용은 결국 소득대체율 하향으로 귀결할 수 있다는 주장에 어떤 해답을 내놓을 것인지 등이 논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국회 공론화 결과 수용을 전제로 연금 구조개혁 논의가 이어져야 연금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관계자는 “연금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지금 정부가 구상하는 방안은 국민적 동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내용이어서 처음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것들”이라며 “국회 공론화위 숙의 결과를 수용해 보험료율·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것을 포함해 구조개혁 논의를 전개해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정남 기자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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