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포괄임금약정이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닌 이상 시간 외 법정수당과의 차액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부산고법 2023나56333 (2024.06.13.)
* 사건 : 부산고등법원 제2-2민사부 판결 2023나56333 임금
* 원고, 항소인 : 1. A, 2. B
* 피고, 피항소인 : C
* 제1심판결 : 부산지방법원 2023.8.24. 선고 2021가합43404 판결
* 변론종결 : 2024.04.18.
* 판결선고 : 2024.06.13.
【주 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A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A에게 46,640,285원 및 이에 대하여 2020.7.1.부터 2024.6.13.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 A의 나머지 항소와 원고 B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원고 A과 피고 사이에 소송총비용 중 15%는 피고가, 나머지는 원고 A이 각 부담하고, 원고 B과 피고 사이에 생긴 항소비용은 원고 B이 부담한다.
4. 제1항 중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A에게 384,719,839원, 원고 B에게 101,112,428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0.7.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부산 부산진구 D에 위치한 E골프클럽(이하 ‘이 사건 골프연습장’이라고 한다)의 소유자이다. 이 사건 골프연습장은 매일 오전 6시에 개장하여 오후 11시까지 운영되었다.
나. 이 사건 골프연습장에는 관리소장 1명, 시설관리팀 2명, 회계(경리)팀 4명(안내데스크 포함), 미화팀 2명, 경비 1명 등 평균 9명의 근로자가 근무하였다.
다. 원고들은 2011.4.경부터 현재까지 피고와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이 사건 골프연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피고의 근로자들이다. 원고 A은 이 사건 골프연습장의 운영팀장으로서 시설관리를 주된 업무로 하였고, 원고 B은 회계팀장으로서 회계(경리)를 주된 업무로 하였다.
라. 피고는 2011.4.부터 원고들이 수기로 업무일지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원고들의 출퇴근 기타 업무를 관리해 오다가, 전문경영인 J이 본부장(관리소장)으로 취임하면서 2011.9.부터는 업무관리의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문인식시스템을 도입하여 원고들의 출퇴근 기타 업무를 관리해 왔다. 한편 J이 2012.9.20. 퇴사한 이후로는 F이 그 무렵부터 2020.7.20.까지 상무이사로서 피고의 관리소장업무를 수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4호증, 을 제9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각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제1심 증인 F의 증언, 제1심법원의 G에 대한 사실 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쌍방 주장의 요지
가. 원고들의 주장
1) 원고들은 2011.4.부터 2020.6까지 업무일지, 지문인식시스템에 연동된 근태현황표에 확인되는 바와 같이 피고의 지휘·감독에 따라 시간 외 근로(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를 하였음에도 급여대장 기재와 같이 일부 시간 외 근로수당을 지급받았을 뿐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미지급 시간 외 근로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2) 원고들은 관리·감독 업무 종사자나 감시·단속적 근로자가 아니고, 이 사건 근로계약을 들어 유효한 포괄임금약정이라고 할 수도 없으며, 원고들의 시간 외 근로수당 지급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되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소멸시효완성 항변을 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 권리남용이다.
나. 피고의 주장
1) 시간 외 근로 부인 및 자발적 근로 주장: 원고들은 시간 외 근로를 하지 않았다. 설령 시간 외 근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인 피고와의 합의 또는 피고의 지휘·감독 없이 임의적·자발적으로 한 것이므로, 원고들은 피고에게 시간 외 근로수당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2) 관리·감독 업무 종사자 항변: 원고 A은 시설관리팀장으로서 시설관리팀 소속 근로자들을 관리·감독하면서 결재권을 행사하였고, 원고 B은 회계(경리)팀장으로서 자유로이 출퇴근을 하면서 소속 근로자들을 관리·감독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에게는 근로기준법 제63조제4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4조가 정하는 바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의 적용이 배제되므로, 원고들은 피고에게 시간 외 근로수당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3) 감시·단속적 근로자 항변: 원고들은 감시·단속적 근로자이다. 따라서 원고들에게는 근로기준법 제63조제3호가 정하는 바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의 적용이 배제되므로, 원고들은 피고에게 시간 외 근로수당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4) 포괄임금약정 항변: 원고들의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한편, 이 사건 근로계약은 포괄임금약정으로서 유효하므로, 원고들은 시간 외 근로수당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5) 소멸시효완성 항변: 원고들은 2021.4.9.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따라서 원고의 제소일로부터 역산하여 소멸시효기간 3년이 경과한 부분에 대하여 원고들은 피고에게 시간 외 근로수당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3.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2011.4.부터 2011.11.까지 피고의 지휘·감독에 따라 시간 외 근로를 하였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법정 시간 외 근로수당과 이미 지급받은 시간 외 근로수당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① 제1심 증인 F은, 이 사건 골프연습장이 그 규모에 비하여 근로자 수가 적었을 뿐만 아니라, 영업시간인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시설관리직원 1명이 상시 근무할 수밖에 없었고, 총무팀이 따로 없어 회계(경리)팀장인 원고 B이 피고의 일반 업무를 추가로 수행하는 등으로, 원고들이 F의 지휘·감독에 따라 계약에서 정한 업무와 그외 업무를 함께 수행하면서,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과중하게 시간 외 근로를 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F은 원고들이 근무할 당시 현장소장으로서 원고들을 지휘·감독하였고, 원고들의 근무실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F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② 피고의 종전 회장 K는 2015.7.2. 원고들에게 시간 외 근로수당을 미지급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향후 지급할 것을 약정하였는데, 이 또한 원고들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시간 외 근로를 하였음을 뒷받침한다.
③ 제1심 증인 F의 증언과 피고 소송대리인의 당심 제2회 변론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 관리소장 F 등 결재선에 있는 관리감독자들이 매월 지문인식시스템을 통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직원들의 근태현황을 확인한 후 근태현황표에 서명 또는 날인한 사실이 인정되는 한편(일부 날인이 없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날인을 빠뜨린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원고들이 제출한 근태현황표는 엑셀파일 형태로 되어 있는 것으로 위 지문인식시스템의 프로그램에서 출력한 원본파일 자체가 아닌 것은 맞지만, 위 지문인식시스템의 프로그램상 정보가 엑셀파일의 형태로 저장되므로, 위와 같이 저장된 엑셀파일 형태로 출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인 점, 제1심 증인 F은 위 지문인식시스템에서 출력한 근태현황표가 조작될 수 없는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고 그 진술을 신빙할 수 있는 점, 피고 또한 지문인식시스템에서 출력한 2020.9. 이후의 엑셀파일 자료를 원고들의 근로시간을 다투는 증거로 제출하고 있는데(을 제11호증), 피고가 이러한 자료를 제출한다는 것은 원고들로부터 지문인식시스템에서 출력한 엑셀자료를 받아 결재를 해 왔고, 2020.8. 이전의 자료들도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뒷받침하는 한편(그러나 피고는 2020.8. 이전의 자료들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위 자료들과 원고들이 제출한 자료를 비교해 보더라도, 원고들이 출퇴근시각을 지문인식시스템에 입력한 부분에 대하여는 대부분 상호 일치하고 있으며, 원고들이 제출한 자료에서 출퇴근 시각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부분에 대하여, 원고들은 업무현황표(출퇴근대장)에 출퇴근 시각을 정확히 기재했기 때문에 지문인식시스템에 별도로 입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원고들의 해명에 일리가 있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종전 대표 스스로 원고들의 시간 외 근로를 인정하였던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들은 업무현황표 및 지문인식시스템상 근태현황표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시간 외 근로를 하였음이 인정된다.
④ 원고들의 업무량 자체가 시간 외 근로를 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던 점, 현장소장의 지휘·감독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피고와의 합의 없이 임의적·자발적으로 시간 외 근로를 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4. 항변에 대한 판단
가. 관리·감독 업무 종사자 항변
관리·감독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란 회사를 감독 또는 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기업경영자와 일체를 이루는 입장에 있고 자기의 근무시간에 대한 자유재량권을 가지고 있는 자를 말한다(대법원 1989.2.28. 선고 88다카2974 판결, 대법원 2024.4.12. 선고 2019다22338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따라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원고들이 관리·감독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1) 피고의 취업규칙 및 원고들과 피고가 합의하여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원고들의 근로일, 근로시간, 휴게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고, 원고들은 업무일지 또는 지문인식시스템으로 출퇴근 기타 업무내용을 본부장, 관리소장으로부터 확인받았으므로, 원고들이 근무시간에 대한 자유재량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
2) 원고들이 회사를 감독 또는 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기업경영자와 일체를 이루는 입장에 있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3) 오히려 원고들은 이 사건 골프연습장에서 관리소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근무하였을 뿐이다. 제1심 증인 F은, 이 사건 골프연습장 시설물에 수리가 필요한 경우 원고 A이 매번 결재권자인 자신에게 보고를 하여 피고의 상무이사 및 회장으로부터 최종결재를 받았고, 원고 B이 이 사건 골프연습장에 필요한 비품구입을 할 때마다 피고의 결재를 받아 비품구입비를 집행하였을 뿐 임의로 필요한 비품을 구입할 권한이 없었으며, 원고들은 피고의 관리·감독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가 아니라고 증언하였다.
나. 감시·단속적 근로자 항변
근로기준법 제63조제3호는 “감시적 또는 단속적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휴게·휴일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한편,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제10조제1항은 사용자가 해당 근로자를 감시적 또는 단속적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신청(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한편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제10조제2항은, 감시적 근로에 종사하는 자를 “감시업무를 주 업무로 하며 상태(常態)적으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로, 단속적 근로에 종사하는 자를 ”근로가 간헐적·단속적으로 이루어져 휴게시간이나 대기시간이 많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로 정의한다.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원고들이 감시적 또는 단속적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1) 사용자인 피고가 근로자인 원고들에 대하여 감시적 또는 단속적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신청하여 승인을 받았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2) 원고들은 팀장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다른 팀원 한두 명과 함께 현장 업무를 직접 수행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주 업무가 감시업무라고 볼 수 없고, 피고의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원고들이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원고들이 상태(常態)적으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3) 원고들의 업무가 간헐적·단속적으로 이루어져 휴게시간이나 대기시간이 많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오히려 시설관리나 회계(경리)업무의 성격상 그 업무의 수행이 간헐적·단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원고들이 약정 외의 업무까지 상당 정도 수행한 점까지 고려하면, 원고들이 지속적·계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포괄임금약정 항변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이 성립하였는지는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비록 개별 사안에서 근로형태나 업무의 성격상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당연히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기본급과는 별도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나누어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포괄임금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단체협약 등에 일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합의가 있다거나 기본급에 수당을 포함한 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을 정하였다는 사정 등을 들어 바로 위와 같은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가 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20.2.6. 선고 2015다233579, 233586 판결, 대법원 2022.2.11. 선고 2017다238004 판결 등 참조).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앞서 본 바와 같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법정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 이상 허용될 수 없다. 한편 구 근로기준법 (2007.4.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현행 법 제15조)에서는 근로기준법에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하면서(근로기준법의 강행성) 그 무효로 된 부분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근로기준법의 보충성),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등의 사정이 없음에도 포괄임금제 방식으로 약정된 경우 그 포괄임금에 포함된 정액의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하는 때에는 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여 무효라 할 것이고,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의 강행성과 보충성 원칙에 의해 근로자에게 그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0.5.13. 선고 2008다6052 판결, 대법원 2024.2.8. 선고 2018다206899, 206905, 20691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따라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2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을 들어 유효한 포괄임금약정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이 미달되는 법정수당인 시간 외 근로수당 지급의무를 배제한다는 피고의 항변은 이유 없다.
1) 피고의 취업규칙(갑 제21호증) 제70조(임금체계 및 구성)는 포괄역산제로 임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 사건 근로계약서(을 제9호증) 역시 기본급 외 고정연장근로수당과 인정OT수당이 포함된 포괄임금임을 명시하고 있어, 원고들과 피고가 명시적으로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2) 그러나 피고의 취업규칙 제38조 내지 제40조는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에 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는 한편, 제70조는 기본급과 법정 제수당으로 구분하여 임금을 지급하고, 그 구체적인 내역은 근로계약서, 임금산정 내역서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다. 한편 원고들과 피고가 합의하여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임금의 구체적 내역으로, 기본급과는 별도로 연장수당, OT수당, 직책/직무수당액을 특정하고 있다. 또한 피고의 취업규칙에서 포괄역산제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구분하여 지급하되 지급방법으로 연봉제를 취함에 따라 역산·포괄한다는 것일 뿐, 각 임금항목이 형식에 불과하다고 볼 근거가 될 수 없다. 이러한 사정들을 두루 고려하면, 이 사건 근로계약으로 포괄임금약정이 성립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설령 포괄임금약정으로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감시·단속적 근로자가 아님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들의 근로시간을 산정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4) 오히려 원고들이 수기로 작성한 업무일지나 피고의 지문인식시스템에 따른 근태현황표는 원고들의 출퇴근 등에 따른 근로시간을 특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 근로계약 역시 원고들의 근로시간을 명시하고 있으며, 원고들의 근로시간에 휴게시간의 성격이 혼재하고 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으므로, 원고들의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포괄임금에 포함된 정액의 법정수당 즉 시간 외 근로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시간 외 근로수당에 미달하는 때에는, 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여 무효라 할 것이므로, 원고들은 피고에게 근로기준법에 미달되는 시간 외 근로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
라. 소멸시효완성 항변
1) 이 사건 제소일인 2021.4.6. 기준으로 소멸시효기간 3년이 경과하였음이 역수상 명백한 2018.4.5. 이전의 시간 외 근로수당 부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할 것이다.
2) 원고들은 이에 대하여 피고의 종전 대표이사 K가 2015.7.2. 시간 외 근로수당지급채무를 승인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함으로써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가 재항변한다.
피고가 위와 같은 내용의 확인서(갑 제5호증, 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원고들에게 교부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함으로써 그 시점까지 발생한 시간 외 근로수당 지급채무를 승인한 것인데, 위 승인 이후 다시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따라서 원고의 위 재항변은 이유 없다.
3) 원고들은 또한, 피고의 종전 대표이사 K가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할 당시, 피고의 내분이 진정되면 시효에 관계없이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하기로 원고들에게 약속함으로써 소멸시효완성을 들어 항변하지 않으리라는 신뢰를 부여하였으므로, 피고의 소멸시효완성 항변은 신의칙에 반하여 권리를 남용한 것이라고 재항변한다.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가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실정법에 정하여진 개별 법제도의 구체적 내용에 좇아 판단되는 바를 신의칙과 같은 일반조항에 의한 법원칙을 들어 배제 또는 제한하는 것은 중요한 법가치의 하나인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소멸시효 제도는 법률관계의 주장에 일정한 시간적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그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다툼을 종식시키려는 것으로서, 누구에게나 무차별적·객관적으로 적용되는 시간의 경과가 1차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설계되었음을 고려하면, 법적 안정성의 요구는 더욱 선명하게 제기된다. 따라서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법원 2016.9.30. 선고 2016다218713, 218720 판결, 대법원 2016.10.27. 선고 2016다224183, 22419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따라 살피건대, 앞서 든 각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 확인서의 작성 경위 및 이 사건 확인서의 기재 내용에, K와 관련한 피고 내분이 진정된 것으로 보이는 시기[서울동부지방법원이 2016.4.12. 피고의 임시회장으로 변호사 L를 선임한다는 내용의 임시이사선임결정을 하였고(을 제15호증), 피고가 이에 따라 2016.5.경 피고 회장으로 M을 선출함으로써, K와 관련한 피고 내분은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및 원고들의 권리 행사시기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확인서가 작성된 사실만으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여 권리를 남용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재항변도 이유 없다.
5. 미지급 시간 외 근로수당의 산정
가. 피고는 원고들에게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2018.4.분(원고들에 대한 월급지급일은 매월 25일인바, 원고들의 시간 외 근로수당 지급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위 청구권이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인 월급 지급일로부터 진행되므로, 2018.4.분 시간 외 근로수당 전체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는다)부터 원고들이 구하는 2020.6.분까지의 미지급 시간 외 근로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원고들의 통상임금
원고들이 지급받은 기본급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직책/직무수당 역시 일정 직위에 이른 근로자에 대해서 일정액이 확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서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 지급이 확정된 것이라고 보이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한편 원고들이 지급받은 토요일 근로에 대한 연장수당과 수시로 발생하는 시간 외 근로에 대한 OT수당은 기준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 외 근로에 대한 보수로 지급되는 임금이므로 소정근로의 대가 즉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고들의 통상임금은 아래와 같다.
1) 원고 A
○ 2018.4. 내지 9. 통상시급: 10,795원[= 통상임금 2,256,332원(기본급 2,056,332원 + 직책/직무수당 200,000원)÷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 소수점 이하 버림, 이하 같다]
○ 2018.10. 내지 12. 통상시급: 9,838원(= 통상임금 2,056,332원÷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
○ 2019. 및 2020. 통상시급: 10,968원(= 통상임금 2,292,491원÷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
2) 원고 B
○ 2018. 통상시급: 10,449원[= 통상임금 2,184,014원(기본급 2,084,014원+직책/직무수당 100,000원)÷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
○ 2019. 및 2020. 통상시급: 11,314원 [통상임금 2,364,810원(기본급 2,264,810원+직책/직무수당 100,000원)÷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
다. 미지급 시간 외 근로수당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고들의 미지급 시간 외 근로수당은 법정 시간 외 근로수당에서 기지급 연장수당, OT수당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계산하여야 하는데, 구체적인 계산내역과 금액은 별지와 같다.
라. 소결
따라서 피고는 미지급 시간 외 근로수당으로 원고 A에게 46,640,285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 A이 구하는 바에 따라 2020.7.1.부터 이 사건 당심판결 선고일인 2024.6.13.까지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 A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원고 A의 나머지 청구와 원고 B의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원고 A 부분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원고 A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A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그 금액의 지급을 명하고, 원고 A의 나머지 항소와 원고 B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최희영(재판장), 임상민, 박진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