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토요근무 거부한 집배원 징계 정당”
연장근무시 노조 조합원 동의가 필요하다는 단체협약을 근거로 토요근무를 거부한 집배원에게 우정사업본부가 내린 징계는 부당하다는 1심 판결이 2심에서 뒤집혔다. 노동계는 “법원이 국가공무원법과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정부가 공무원에게 언제든 연장근로를 지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며 반발했다.

“우정 단체협약 사실상 사문화”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체국본부(위원장 고광완)는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직 공무원에게 단체협약 적용을 보장하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함께 주최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11일 민주우체국본부(당시 집배노조) 조합원인 남아무개 집배원이 서울지방우정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감봉처분취소 등 청구소송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우정직 공무원으로서 소속 상관의 정당한 직무상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국가공무원법 57조 복종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단체협약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2심 판결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이용우 의원은 “고법의 판단은 노동 3권의 구체적 실현행태인 단체협약을 부정한 것으로 매우 심각하다”며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인 우정직 공무원의 노동 3권 형해화 우려가 있어 대법원에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 원고 대리인인 정병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법원 판결의 논리대로라면 우정노사의 단체협약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된 것과 다름없다”며 “온전한 주 5일제 보장과 토요택배 폐지를 위한 노조와 우정사업본부의 노력은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 됐다”고 비판했다.

고광완 위원장은 “관공서 주 5일제 시행도 20년이 지났고 주 4일제 이야기도 나오는데 집배원이 주 6일 근무하지 않은 것이 징계사유가 된다면 집배원은 우체국장 승진과 성과 목적에 따라 주 7일 근무도 가능해진다”고 꼬집었다. 고 위원장은 “집배원은 국민이 아니라 우체국장에 봉사하는 것이며 과거처럼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고법 “단체협약보다 법령이 우선”

1심 판결은 2심 판결과 달리 토요일 근무명령 자체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민주우체국본부(당시 집배노조) 조합원인 남아무개 집배원은 2019년 “사용자는 연장·야간·휴일근무를 시키고자 할 때 조합원 동의 및 교섭대표노조와 사전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자신에게 강요된 토요근무명령을 거부했다. 남씨는 돌발성 난청으로 병원치료가 필요해 토요일 근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시 토요근무명령은 집배원이 주중 40시간 이상 근무를 마치고도 우정 노사의 단체협약에 따라 휴무일로 지정된 토요일에 택배 배달 업무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남씨는 4차례에 걸쳐 토요근무명령을 거부했고 2020년 4월 서울지방우정청은 남씨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같은해 9월 남씨는 징계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법은 2022년 5월 “토요근무시 조합원 동의를 명시한 단체협약은 유효하다”며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근무명령을 내렸고 원고의 거부 의사 표시가 분명했기 때문에 토요근무명령은 단체협약에 저촉돼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근무명령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징계 처분도 위법하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집배원이 공무원으로 국가공무원법과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따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11조에 따라 행정기관장은 시간외근무나 토요일·공휴일 근무를 명령할 수 있기 때문에 단체협약보다 복무규정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은 “단체협약으로 정한 근무조건에 관한 내용이 법령에서 정한 공무원의 근무조건에 관한 내용과 충돌하거나 저촉될 경우 법령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령에 따른 토요근무명령을 거부했기 때문에 징계가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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