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공무원 보호할 악성 정보공개청구 대책은
정보 취득의 목적 없이 여러 기관에 반복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악성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 공무원단체·시민단체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정부는 “법률로 정보공개청구권을 일부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시민단체는 “청구권 제한은 국민의 알권리 박탈”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공무원 괴롭히는 정보공개청구는 권리 남용”
박정현·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행정안전부, 공무원노조, 시군구연맹, 재정넷은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보공개법 개정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행정안전부가 지난 7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개정안을 발의한 뒤 처음 열린 국회 토론회다. 공무원노동계와 정보공개운동단체는 정보공개청구권 제한을 놓고 토론을 이어갔다.
행정안전부는 7월 입법예고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에서 정보공개청구권 남용을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청구인이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따라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민원 담당 공무원이 정보공개심의회를 거쳐 청구에 응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공무원 개인이 자의적으로 공개 여부를 판단하지 않도록 외부 전문가와 소속 공무원이 참여하는 정보공개심의회를 활용하도록 했다.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로는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는 것 △정보공개 담당자를 괴롭힐 목적이 있는 것 △방대한 양을 정보공개청구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민원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고 행정력을 낭비하는 일을 막기 위해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동현 행안부 정보공개과장은 “7월 정보공개 처리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정보공개 1건당 처리 시간은 하루 이상이 대부분이었고 응답자의 84%가 악성 정보공개청구를 경험했다”며 “공무원의 100%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공무원단체도 악성 정보공개청구를 차단할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주석 시군구연맹 위원장은 “행정기관에서는 악성 정보공개청구로 공무원 업무부담을 가중하고 일을 방해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괴롭힐 목적의 정보공개청구는 알권리를 남용하는 행위로 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박중배 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도 “개정안이 빨리 통과돼 현장 공무원의 어려움이 해소되길 바란다”며 “정보공개심의회가 공개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공무원) 개인이 공개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상 기본권, 알권리 제약말아야”
시민사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헌법상 기본권인 알권리를 제약하는 법률이라는 지적이다. 조민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정보공개청구는 사용 목적의 정당성이나 필요성에 따라 결정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정부 개정안은 청구권자의 신원이나 청구 목적을 공공기관이 판단해 청구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 사무국장은 현재도 기관이나 부처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정보공개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요구에도 공공아파트 원가공개를 거부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사례나 업무추진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검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법률안 개정으로 청구권을 원천 제한하는 대신 정보공개청구 온라인 시스템을 정비해 민원인의 악성 정보공개청구를 막을 수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정보공개포털에서 이용약관을 개정해 1분마다 할 수 있는 정보공개청구를 10분으로 늘린다거나 기관에 다중청구를 제약할 수 있다”며 “개정안을 서두르기보다 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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