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상생협약 이후 “하청노동자 삶 달라진 게 없다”
지난해 조선업 상생협약 체결에도 하청노동자들의 처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중공업·한화오션 같은 주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물량팀 같은 다단계 하청이 오히려 늘어나 고용불안이 심화하고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금속노조 전남조선하청지회·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업 상생협약에서 원·하청 간 보상 격차 최소화와 다단계 하청 최소화를 중요한 목표로 내세웠으나 오히려 격차는 더 벌어지고 다단계 하청은 더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조선 5사 원·하청은 지난해 2월 조선업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원청이 적정 기성금을 지급하고 하청은 임금인상률을 높여 원·하청 간 보상 수준 격차를 최소화하겠다는 내용이 뼈대였다. 올해 3월 고용노동부가 개최한 조선업 상생협약 1주년 보고회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하청노동자 임금인상률은 7.51%였다. 그런데 하청노동자들은 이전 조선업 불황기에 삭감된 임금을 고려했을 때, 인상 수준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비계공(족장)의 경우 지난해에 시급 500~850원이 올랐고, 올해에는 시급 300~400원+만근수당 5만원(외업)이 오르거나 시급 동결+만근수당 10만원(내업)이 인상되는 데 그쳤다. 한화오션 취부공도 2022년 350원, 지난해 650원, 올해 460원으로 더디게 올랐다.

물량팀 같은 다단계 하청 증가에 따른 산재사고도 빈번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가 취합한 조선소 중대재해 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중대재해 18건이 발생했는데 이 중 11건이 상생협약을 체결한 한화오션·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에서 발생했다.

노조와 3개 지회는 “다단계 하청 철폐, 하청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은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삶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에 △다단계 하청 폐지 및 상용직 노동자 중심 고용구조로 개편 △원청과의 교섭 법제화 통해 하청노동자 노동 3권 보장 △포괄임금제 금지 등을 요구했다.

어고은 기자 ag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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