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개편, 시급한 곳은 5명 미만 사업장”
근로시간 제도는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근로시간 제도와 연차 휴가 미적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기선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인구구조 대전환, 일하는 방식의 미래에 대응한 근로시간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토론회는 한국노동연구원과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이 공동 주최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주당·1일 노동시간 한도 규정해야
김기선 교수는 “근로시간은 사업장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할 가장 기본적인 근로조건”이라며 “근로자의 보호 필요성 측면에서 상시 4명 이하 사업에 대해 조속한 시일 내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5명 미만 사업장은 연장·야간·휴일근무수당, 연차 유급휴가, 공휴일 유급휴가 등의 조항에서 적용이 제외된다.
김 교수는 “기본적인 건강권이 보장되려면 과도한 근로가 이뤄지지 않게 근로시간 법제에서 틀을 갖춰야 한다”며 주당·1일 근로시간 한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일 8시간, 1주당 40시간의 근로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다만 노사가 합의하면 1주간 12시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주 최대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근로가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법상 주당 근로시간 한도가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는 않다.
법상 1일 근로는 현재 이론상 21.5시간까지 가능하다.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1주간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 초과 여부는 1일 8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의 합계가 아닌 주당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주당 40시간을 넘어 근로하는 경우가 아니면 1일 근로시간 한도 제한이 없는 셈이다.
김 교수는 “주당 48시간이 넘지 않고, 최소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것인 국제 기준”이라며 “주 단위 평균 근로시간이 일정 수준(한도)를 넘어서지 않으면서, 노사가 본인의 사업장에 맞는 근로시간 제도를 채택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당·1일 노동시간 한도를 정하되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를 도입하자는 취지다.
김문수 장관·권기섭 위원장
“근로시간 유연화” 한목소리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문수 장관과 권기섭 위원장은 ‘유연한 근로시간’을 강조했다. 김문수 장관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노사 간 이견이 크고 저항도 상당하다. 오해도 많이 있다. 미래세대를 위해 현세대가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이뤄내야 할 과제”라며 “실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도 근로자와 기업의 선택의 자유를 확대하고, 일률적인 기준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기섭 위원장은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은 노사의 자율적인 결정과 유연한 근로시간 활용에 중점을 둔 근로시간 제도를 운용하면서 노동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새로운 노동시장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전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별 교섭이 지배적인 한국사회에서 근로시간을 노사 자율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노조 교섭력이 큰 대기업과 공공부문과 그렇지 않은 무노조·소규모 사업장 간 노동시간의 격차가 확대돼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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