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판단되나, 매년 정기승급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원고가 매번 승격하였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2021다251295 (2024.07.11.)
* 사건 : 대법원 제2부 판결 2021다251295 호봉정정등
* 원고, 피상고인 : 김○○
* 피고, 상고인 : ○○에어로스페이스 주식회사
* 원심판결 : 부산고등법원 2021.6.24. 선고 (창원)2020나13345 판결
* 판결선고 : 2024.07.11.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제1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1998.9.30. 피고를 퇴사한 후 △△기업에서 근무한 기간 동안 피고가 원고를 직접 고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제2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위와 같이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함에 따라 2019.3.1. 기준으로 피고에 근무한지 28년 7개월이 되는 원고의 호봉이 ‘G급 3 년차’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1) 원고의 호봉은 원고가 1998.9.30. 피고에서 퇴사하기 이전 원고의 지위를 기초로 인정하여야 한다.
2) 피고의 취업규칙상 임금조건이 분류되는 직군은 크게 공통직과 생산직으로 구분된다. 원고는 고졸 공통직의 지위에서 호봉을 부여받아 1998년 퇴사할 때까지 매년 정기 호봉승급이 되었다.
3) 피고의 공통직 직급은 고졸 기준으로 순차 승격(J1 → J2 → J3 → A급 → S급 → M급 → G급)하도록 되어 있고, 그 표준체류연한은 각 3년, 3년, 4년, 4년, 6년, 6년이다. 원고는 피고에 최초 입사한 1990.8.1.부터 현재까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으로 보이고, 1990년부터 1998년까지 매년 정기 호봉승급이 되었으므로, 원고는 위와 같은 표준체류연한을 충족할 때마다 승격하였을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고는 1990년경 피고에 최초 입사한 이래 1998년경 피고에서 퇴사할 때까지 운전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원고의 인사기록카드에는 위 기간에 대한 ‘직위/급호’란에 ‘운전’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공통직이라고 볼 만한 어떠한 기재도 없다. 공통직의 세부 직종은 G(경영지원), P(제조), M(영업/마케팅), E(기술), R(연구), D(디자인)로 구분되는데, 운전 업무는 그중 어느 하나에 속한다고 선뜻 보이지 않는다. 1995.7.1. 직제 변경에 따라 공통직의 직급이 J, A, S, M, G 단계로 분류되었는데도 이러한 직제 변경 또한 원고의 인사기록카드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J가 1998년경 피고에서 퇴사할 당시 공통직 직군에 속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피고의 취업규칙은 원칙적으로 매년 실시되는 ‘정기승급’(제127조)과 소정기준에 달한 자 중 고시 또는 전형에 의하여 실시되는 ‘승격’(제23조)을 구분하고 있다. ‘정기승급’은 매년 호봉의 상승을 말하는 반면, ‘승격’은 직급의 상승을 말하는 것으로서, 양자는 그 내용과 요건이 다르고, 특히 승격에는 표준체류연한 외에도 다른 여러 평가요소가 참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기업에 입사하기 전 피고에 고용되어 있던 8년 동안 매년 정기승급을 하여 호봉이 상승하였으나, 같은 기간 동안 승격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원고가 위와 같이 매년 정기승급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원고가 매번 승격하였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퇴사 당시 원고가 공통직이었다는 전제에서 원고의 직급과 호봉을 판단해서는 아니 되고, 피고 소속 근로자 중 운전 업무를 수행한 다른 근로자가 있었는지를 살펴, 그러한 근로자가 있다면 그 근로자가 속한 직군·직종의 직급 및 임금 체계를 원고에게 적용하여야 하고, 만일 그러한 근로자가 없다면 원고와 같은 운전직 근로자에 적용할 수 있는 적정한 다른 직군·직종의 직급 및 임금 체계가 있는지 등을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직군·직종이 승격 제도를 두고 있다면, 피고가 실시한 해당 직군·직종의 승격 심사의 내용과 승격 현황 등을 심리하여 원고가 어느 직급까지 승격하였을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을 심리하지 아니한 채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가 1998년부터 공통직으로서 직급별 표준체류연한을 채울 때마다 승격하여 2019.3.1.에는 G급 3년차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판단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성립에 따른 취업규칙의 적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제3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가 신의칙 내지 실효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신의칙 내지 실효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이동원(주심), 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