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시행 이후 신설된 택시회사의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효력 및 소정근로시간의 확정 방법

대법원 2023다206138 (2024. 10. 25.)


* 사건 : 대법원 제1부 판결 2023다206138  임금
* 원고, 상고인 : 원고 1 외 12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길환
* 피고, 피상고인 : ○○○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리더스
    담당변호사 이한무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2. 12. 23. 선고 (인천)2021나13507 판결
* 판결선고 : 2024. 10. 25.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영업양도 여부에 관한 판단

   원심은, 소외 회사가 2000년경 원고 13과 1일 소정근로시간을 7시간 20분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2001. 2. 원고 6과 1일 소정근로시간을 7시간 20분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2008. 4. 원고 4와 1일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각 체결하였다는 등의 사실만으로는 소외 회사와 피고 사이에 영업양도 약정이 존재하였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소외 회사와 위 원고들 사이의 근로관계가 피고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 판단에 채증법칙 위반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이 사건 취업규칙 및 이 사건 각 임금협정 중 소정근로시간 부분의 효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제32조 제1항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때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합의를 체결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와 아울러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다279402 판결 등 참조). 

    2) 정액사납금제로 운영되는 택시회사가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경우뿐 아니라 신설회사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이후 소정근로시간을 처음 정한 경우에도,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이었고,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 때에는, 이러한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은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나.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아래와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취업규칙 및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것이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하는 합의로서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1) 소외 회사와 피고 사이에 영업양도 약정이 존재하였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영업양도에 따라 근로관계가 승계되었다고 하더라도, 소외 회사가 원고 13, 원고 6, 원고 4와 각 근로계약을 체결한 때부터 2011년 피고가 이 사건 취업규칙을 제정하기 전까지 소정근로시간이 어떻게 변동되어 왔는지 알기 어려우므로, 1일 소정근로시간을 3시간으로 정한 이 사건 취업규칙이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취업규칙이나 임금협정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한 것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 

    2) 2017년 임금협정에서 1일 소정근로시간이 3시간에서 2시간 30분으로 단축되었으나, 이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일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된 후의 일이고, 그 단축의 정도도 크지 않았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이 사건 특례조항은 2010. 7. 1. 피고의 소재지인 △△시에서 시행되었고, 피고는 그 후인 2011. 6. 1. 설립되었다. 피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회사로부터 영업을 양수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취업규칙을 통해 소속 택시운전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을 최초로 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피고가 2011. 7. 30. 이 사건 취업규칙으로 정한 1일 3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은 그 무렵 택시운전근로자의 통상적인 근로시간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2014년 임금협정상 비교대상 임금은 약 월 516,000원이고, 이를 2월을 제외한 나머지 달의 만근일인 25일로 나눈 금액은 20,640원에 불과한데, 2014년의 최저시급은 5,210원이었으므로, 피고로서는 1일 4시간 이상의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경우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2)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에는 영업시간 외에 준비시간, 대기시간까지 포함되는바, 피고와 같은 △△시 소재 택시회사에 소속된 택시운전근로자의 운행실태, 피고의 고정급 수준,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과 이 사건 취업규칙 및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는 상당한 불일치가 있었을 것으로 추단된다. 설령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이후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근로시간과 근무형태의 변경이 1일 3시간 또는 2시간 30분의 소정근로시간에 부합할 만큼 충분한 것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3)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취업규칙 및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모두 무효로 볼 여지가 크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유효라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계약당사자 쌍방이 계약의 전제나 기초가 되는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약정을 하지 아니함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하여 계약을 해석하는 경우, 보충되는 당사자의 의사는 당사자의 실제 의사 또는 주관적 의사가 아니라 계약의 목적, 거래관행, 적용법규, 신의칙 등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추인되는 정당한 이익조정 의사를 말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다13288 판결 등 참조).

    2) 소정근로시간은 근로자가 근로의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고 사용자가 그 근로의무의 이행에 관하여 임금을 지불하기로 약정한 시간으로,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수당 등을 산정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통상임금의 계산, 최저임금법상 비교대상 임금의 시간급 환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 제도의 설정의무 존부 결정 등을 위해 필요한 도구 개념의 성격을 갖는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에 대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할 의무를 부과하면서, 그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제17조, 제114조). 이러한 소정근로시간의 의의와 기능 등을 고려하면,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유효한 정함이 없는 경우 법원은 최저임금 미달 여부 및 미달액 판단 등을 위해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충하여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

   나. 원심은, 설령 이 사건 취업규칙 및 이 사건 각 임금협정 중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부분이 강행법규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소정근로시간이 아닌 실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저임금 등을 청구할 수는 없고,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그 주장과 같이 1일 8시간이라고 볼 증거도 없으며, △△시 소재 다른 택시회사들이 정한 소정근로시간 등만으로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소정근로시간이 1일 6시간 40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소정근로시간을 1일 8시간 또는 적어도 6시간 40분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고들의 최저임금 청구기간 중 실제 근로시간은 이 사건 취업규칙 및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인 1일 3시간 또는 2시간 30분을 현저히 초과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제출한 2016. 12.의 타코미터 운행기록(을 제8호증)에 의하면, 상당 수 원고들의 영업시간과 빈차시간을 더한 근무시간은 150시간을 초과한다. 원고들의 만근일은 25일(2월은 예외)이므로, 이는 일평균 6시간을 넘는 시간이다. 원고들은 인천공항을 오가는 등의 경우에 택시미터기를 끄고 장거리 운행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던 것으로 보여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은 타코미터 운행기록보다 더 길었을 가능성이 크다. 

    2) 원고들은 최저임금 청구기간 동안 피고가 정한 배차시간 내에서 적정한 휴식을 취하며 택시를 운행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이 피고의 의사에 반하여 배차시간을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바, 만일 원고들과 피고가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면, 원고들의 통상적인 운행시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3) 원고들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무렵 △△시 소재 택시회사들이 통상 1일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으로 정하고 있었으므로, 원고들에게도 그와 같은 수준의 소정근로시간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외 회사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특례조항이 공포된 후인 2008. 4.경에 원고 4와 1일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그 무렵 △△시 소재 택시회사들이 소정근로시간을 어떻게 정하였는지에 관하여는 반박하지 아니한 채, 다른 택시회사의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이 원고들에게 직접 적용될 수는 없다는 취지로 다투고 있다. 원고들은 최저임금을 청구하는 기간 동안 정액사납금제하에서 1일 2교대제 또는 1인 1차제 형태로, 만근일을 25일(2월은 예외)로 정하여 6일 근무 후 1일을 휴무하는 방식으로 근무하였고, 기록에 의하면 이는 △△시 지역을 포함한 경기도 소재 택시회사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근무형태 및 근무방식임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사정과 택시운송사업의 특성 및 현황에 비추어 보면, △△시 소재 다른 택시회사들의 소정근로시간도 원고들과 피고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의사를 보충할 때 고려할 요소가 될 수 있다.

    4)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과 피고의 의사를 보충하여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할 여지가 충분한데도 원심이 그러한 해석을 하지 아니한 채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기각한 것에는 법률행위의 보충적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 중 원고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신숙희(주심), 서경환, 노경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