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회적 대화 “합의 말고 협의, 산업·업종별 의제부터”
국회를 플랫폼으로 하는 사회적 대화체는 제도화보다 대화 관행을 쌓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속도와 방향을 미리 정해 두지 않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지 않으면서 노사 이해가 일치하는 산업·업종별 의제를 찾아 사회적 대화 자체를 활성화하자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국회 사회적 대화 제도화, 해외 사례 없어”
이런 내용은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의 사회적대화 평가와 미래 방향’ 토론회에서 나왔다. 토론회는 국회노동포럼과 대전환포럼, 서왕진·김재원·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대화를 제도화하고, 그곳에서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정책의 방향성을 정해 놓고, 정책의 정당화 수단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용하는 데 반발한 이해당사자들이 대화에 참여를 거부하는 현 상황을 국회에서도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다.
박성국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발제에서 “제도화의 경우 해외 사례가 없다”며 “오스트리아와 덴마크 의회에 이해관계자를 중심으로 법안 통과 전 사전 심의절차를 거치는 제도가 있는데, 그곳은 내각책임제를 채택해 연립정당들이 운영되는 곳이다”고 지적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한국은) 현재 야당이 다수인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타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제도화는 어려운 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충실한 정책 협의 자체도 효과가 있다는 걸 잊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협의가 충실하면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참여하지 않는) 민주노총이 안 들어올 이유가 없다, 실제로 국회에서 했던 협의회에 그들이 참여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노사정 수용 가능한 의제 중심으로”
“지원센터 만들어 가능성 타진 필요”
전문가들은 국회 사회적 대화에서 다뤄야 할 의제로 노사정이 모두 수용 가능한 산업(업종)별 의제, 사회적 효능이 큰 인구감소·신기술과 산업전환·취약노동에 대한 사회적 지원 등을 제안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산업(업종)별 사회적 대화 의제는 국가 수준 의제만큼 노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지 않고, 보통의 노사 이해가 일치하는 사안도 적지 않다”며 “논의를 활성화하고 대안적인 미래 방향을 모색하는 데 유리하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이어 “서로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황을 고려할 때 각자 이해보다는 효능이 큰 주제를 다루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국회판 사회적 대화를 지원하기 위한 지원센터를 만들자는 제안도 있었다.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험적 시도로 ‘국회 사회적 대화 센터’를 설치해 플랫폼의 가능성과 문제점을 진단해 보자”며 “필요성과 타당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되면 국회 사회적 대화 플랫폼 조직을 뒷받침할 입법과 제도화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장도 “사무국 지원과 의제 발굴 및 논의를 지원하는 조직을 구성하고, 연구소를 개설하며, 전문가 집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세웅 기자 ims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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