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저출생 예산 22.3% 증액에도, 출산율 반등엔 역부족
정부가 내년 저출생 예산을 올해보다 3조6천억원(22.3%) 증가한 19조7천억원으로 편성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나선 4일 오전 국회 시정연설에서 “저출생 추세 반등을 위해 재정지원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출산율 반등을 이끌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가 합심해 구성한 ‘국회 저출생·축소사회 대응 포럼’은 이날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2025 저출생 예산 분석 및 국회 예산 심의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가 저출생 해결을 위해 충분한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유재민 국회예산정책처 사회예산분석과장은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 모성보호 육아지원 정책 예산은 고용보험기금에서 집행하고 있다”며 “모성보호 육아지원 지출은 올해 1조5천억원 증액된 반면, 일반회계 전입금은 1천500억원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모성보호 육아지원 지출 대비 일반회계 전입금 비율은 16%인데 내년에는 13.7%로 되레 감소한 것이다. 노사가 내는 고용보험기금은 크게 실업급여 계정과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사업 계정으로 구분되는데, 모성보호 육아지원 예산은 실업급여와 같은 주머니를 쓴다.

정부의 사업이 계획돼 있지만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상황도 지적됐다. 한성민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2025년 예산안 중 저출생 대응 사업예산은 총 19조6천억원”이라며 “그러나 육아기 근로시간단축 급여 확대·5세 무상교육 실시·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개선 등 사업예산은 해당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 예산만 6조5천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모성보호 육아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실질 사용률 증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은 소홀하다는 비판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배우자 출산휴가를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늘리고, 급여 지급기간을 5일에서 전체 휴가기간(20일)으로 확대했다. 바람직한 제도 개선이지만 기존에 유급휴가가 보장되는 5일의 배우자 출산휴가도 사용률이 2020년 6.9%에서 2023년 6.9%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2025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환경노동위원회)’ 보고서에서 “정부가 중소기업에서 배우자 출산휴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은 공통됐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직접 지원을 늘린다고 출산율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며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은 2006년 1차 기본계획부터 2020년 4차 계획까지 발표됐지만 16년간 노력한 결과가 출산율 0.72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 ‘개인의 삶의 질 향상’ 같은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 대책을 주문했다.

202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대로면 2022년 3천674만명인 생산연령인구는 50년 뒤 절반 이하로 감소할 전망이다.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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