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재해근로자에게 지급한 보험급여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 사업주의 손해배상책임 면제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대법원 2021다203135 (2025. 3. 13.)


* 사 건 : 대법원 제1부 판결 2021다203135 구상금
* 원고, 피상고인 :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모악
* 피고, 상고인 : ○○○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금성
* 원심판결 : 전주지방법원 2020. 12. 23. 선고 2020나1663 판결
* 판결선고 : 2025. 3. 13.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제출기간이 지난 상고이유보충서 등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공동불법행위자 1인 또는 그 보험자의 구상권 행사 범위

공동불법행위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부진정연대채무를 지되, 공동불법행위자들 내부관계에서는 일정한 부담부분이 있다.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이 자기의 부담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하였을 때에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그 부담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공동불법행위자가 구상권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피해자의 손해 전부를 배상하여야 할 필요는 없으나 자기의 부담부분을 초과하여 배상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다28426 판결 참조). 이는 공동불법행위자 중의 1인과 체결한 보험계약이나 공제계약에 따라 보험자나 공제사업자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보험금액 등으로 지급함으로써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1993. 1. 26. 선고 92다4871 판결 참조).

나.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 사업주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의 면제 범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80조 제2항에 따르면, 수급권자인 재해근로자가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라 한다)으로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이라 한다)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으면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는 그 금액의 한도 안에서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의 책임이 면제된다. 이는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가 손실전보의 측면에서는 민사상의 손해배상과 상호 중복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전제로,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로 지급받은 보험급여 금액의 한도 안에서 가입 사업주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여기서 동일한 사유에 해당하려면 보험급여의 대상이 된 손해와 민사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 손해의 항목 및 보험급여 수급권과 민사상 손해배상채권의 귀속주체 사이에 상호보완적 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8다1310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다. 공단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대위 범위

산업재해가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 공단이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 범위는 제3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하여 보험급여 중 제3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공단은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 재해근로자를 대위할 수 없고 재해근로자를 위해 위 금액을 종국적으로 부담한다. 재해근로자가 가입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를 원인으로 가입 사업주나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이른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한다. 다만 위와 같이 공동불법행위로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공단이 제3자를 상대로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는 경우에는, 순환적인 구상소송을 방지하는 소송경제적인 목적 등에 따라 공단은 제3자에 대하여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의 과실비율 상당액은 대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므로 공단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에 따라 보험급여에서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 상당액을 공제한 다음, 여기서 다시 재해근로자가 배상받을 손해액 중 가입 사업주의 과실비율 상당액을 공제하고 그 차액에 대해서만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재해근로자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나42899호 사건(이하 ‘관련 손해배상사건’이라 한다)의 판결결과에 따라 원고가 재해근로자 등에게 지급한 금액 중 원고의 부담부분인 80%를 초과하여 지급한 부분 합계 159,392,70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범위에서 구상권의 행사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면서 원심은, 재해근로자가 공단으로부터 먼저 지급받은 산재보험급여 합계 238,629,450원을 피고의 부담부분에서 우선 공제해야 하고, 공단이 제3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때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의 과실비율 상당액은 구상할 수 없으므로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구상권 행사가 제한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재해근로자의 전체 손해액 산정과 원고의 자기 부담부분의 초과 배상

앞서 본 법리와 같이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과 체결한 공제계약에 따라 피해자인 재해근로자에게 공제금을 지급한 원고가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인 피고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자의 내부적 부담비율에 따른 구상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재해근로자가 배상받을 전체 손해액 중 자기의 부담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하였어야 한다. 여기서 재해근로자가 배상받을 전체 손해액에는 관련 손해배상사건의 판결결과에 따른 금액 외에도 공단이 재해근로자에게 지급한 산재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이 포함되어야 한다. 따라서 재해근로자가 배상받을 전체 손해액을 기준으로 원고의 부담부분을 산정하면 원고가 부담부분 이상을 변제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크다.

나. 구상책임이 면제되는 피고의 책임 부분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내부적 부담비율에 따른 구상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는 피고의 부담부분에 한정된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따르면, 재해근로자가 가입 사업주인 피고로부터 법령에 따라 배상받을 손해 중 피고의 과실비율에 상당하는 부분은 공단이 재해근로자에게 지급한 산재보험급여의 해당 부분과 손해의 항목 및 손해배상채권의 귀속주체 사이에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어 재해근로자에 대한 손실전보 측면에서 상호 중복되는 기능을 수행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공단이 재해근로자에게 동일한 사유로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하였다면, 그 산재보험급여 중 피고의 과실비율 상당 부분은 산재보험법 제80조 제2항에 따라 재해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물론 재해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이유로 공동불법행위자 내부적 부담부분의 구상의무를 주장하는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도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또는 구상책임이 면제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 원고의 공단에 대한 구상금 변제액 중 피고에 대한 구상 범위

산업재해가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 및 재해근로자가 배상받을 손해액 중 가입 사업주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하여는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또는 구상할 수 없고 이는 공단이 종국적으로 부담할 뿐이다. 따라서 원고가 공단에 대하여 산재보험급여 중 일부에 관한 구상의무를 이행하였더라도, 위와 같이 원래 공단이 부담할 부분은 원고의 내부적 부담부분 이상의 변제에 포함시킬 수 없고, 마찬가지로 가입 사업주인 피고에게 구상할 수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

라. 소결론

그럼에도 원고의 내부 부담부분 초과 변제 여부나 피고의 부담부분 면제 여부를 추가로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관련 손해배상사건의 판결금액만을 기준으로 피고의 구상의무 및 그 범위를 판단한 원심에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산재보험법 제80조 제2항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숙희(재판장), 노태악(주심), 서경환, 노경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