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 및 공정대표의무는 단체협약의 이행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하는지 여부

대법원 2022두64693 (2025. 5. 15.)


* 사건 : 대법원 제2부 판결 2022두64693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 재심판정 취소
* 원고, 상고인 : 주식회사 ○○○(변경 후 상호: △△△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주식회사 ○○○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이욱래 외 4인
* 피고, 피상고인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원
담당변호사 김도형
* 피고보조참가인 : 전국□□노동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탁선호 외 7인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2. 10. 13. 선고 2021누58990 판결
* 판결선고 : 2025. 5. 15.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 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노동조합과 피고 보조참가인의 ○○○지회(이하 ‘참가인 지회’라 하고, ○○○노동조합과 함께 ‘이 사건 각 노동조합’이라 한다)는 2019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였고, ○○○노동조합이 2018. 11. 16.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었다.

나. ○○○노동조합은 2017년 단체협약의 유효기간(2017. 7. 1. ~ 2019. 6. 30.) 중인 2019. 1. 2. 원고에게 조합원 수 증가를 이유로 기존 근로시간 면제 한도 2,000시간을 조정해 달라며 교섭을 요구하였고, 2019. 2. 11. 원고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합의하였다(이하 ‘이 사건 노사합의’라 한다). ①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연간 24,200시간으로 하고 2017년 단체협약 유효기간까지 변경하지 아니한다(제1조 제1항, 제2항). ② 면제되는 근로시간(이하 ‘근로면제시간’이라 한다)을 이 사건 각 노동조합의 합의에 따라 배분하되, 합의되지 않으면 이 사건 노사합의일의 노동조합별 조합원 수에 따라 임시로 배분한다(제1조 제4항, 제5항). ③ 이 사건 노사합의일의 조합원 수는 조합비 일괄공제(이른바 ‘체크오프’라고 하는데, 사용자가 근로자의 신청에 따라 임금에서 조합비를 미리 공제하는 방식이다. 이하 ‘일괄공제’라 한다) 내역 및 조합원 명부, 조합비 내역 등을 근거로 결정하고, 이 사건 각 노동조합에서 필요한 증빙을 갖추어 조합원 수를 통지하지 아니하는 경우 교섭 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일 당시 조합원 수를 이 사건 노사합의일의 조합원 수로 본다(제1조 제6항). ④ 이 사건 노사합의는 차기 단체협약의 효력 발생일까지 유효하다(제6조 제1항).

다. 원고는 2019. 3. 7. 참가인 지회에, 이 사건 각 노동조합 사이의 합의가 없으면 2019년 2월 일괄공제 내역에 따른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근로면제시간을 배분할 예정이니 조합원 수에 이의가 있다면 조합비 납부내역 등 추가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통보하였다.

라. 원고는 2019. 6. 24. 이 사건 각 노동조합에, 2019년 6월 일괄공제 내역에 따른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2019. 7. 1.부터 1년간 근로면제시간으로 ○○○노동조합에 18,982시간, 참가인 지회에 5,218시간을 배분할 예정이니, 조합원 수에 이의가 있다면 조합비 납부내역 등 추가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통보하였다.

마. 원고는 2019. 10. 21. 이 사건 각 노동조합에 차량 3대를 임차비용 지급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하고, 2019년 10월 일괄공제 내역에 따른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노동조합과 참가인 지회에 차량 사용기간 11:1의 비율로 배분하였다(이하 ‘이 사건 차량 지원’이라 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차량 지원에 관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참가인 지회를 차별함으로써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차량 지원의 기준에 관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이 사건 각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차량을 배분한 것은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9조의4 제1항이 사용자인 원고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에 대한 차별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점, ② 이 사건 차량 지원과 근로면제시간 배분은 노동조합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유사한데, 이 사건 노사합의 제1조 제6항이 근로면제시간 배분 기준시점을 ‘교섭 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일’로 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차량 지원에 있어서도 합리적인 배분 기준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참여 시’의 조합원 수이다.

나. 참가인 지회의 지회장, 사무장 등이 2018. 12. 11. 부당해고됨에 따라 조합원들이 불이익 처분에 대한 염려로 일괄공제 신청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하는 원고로서는 객관적인 제3자로 하여금 일괄공제 내역 외에 자금관리서비스(CMS, Cash Service Management) 내역을 확인하게 하는 등 참가인 지회의 조합원 수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

다. 원고의 주요 사업장들이 원거리에 분산되어 있으므로 노동조합 활동을 위하여 차량 지원이 필요하다. 특정 기간에만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는 참가인 지회가 차량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아래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법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공정대표의무, 즉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을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29조의4 제1항).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 등에 비추어 보면,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이행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두37772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 중 원고가 사용자로서 참가인 지회에 대하여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는 부분은 정당하지만, 이 사건 차량 지원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이 단체협약의 효력을 받는 점을 고려하여 이들을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의 상대방으로 정한 것이지, 더 나아가 근로면제시간이나 시설비품 등을 배분하는 기준시점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참여 시’로 정한 취지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노사합의에서 정한 근로면제시간 배분 기준도 원칙적으로 ‘이 사건 노사합의일’, 즉 근로시간 면제 한도가 증가되어 배분이 가능하였던 시점의 조합원 수이다. 또한 2019. 7. 1.부터 1년간의 근로면제시간 배분이 그 시점에 가까운 2019년 6월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이루어진 점, 이 사건 차량 지원은 교섭창구 단일화 시점으로부터 약 1년 후에 있었고 그 사이에 이 사건 각 노동조합 조합원 수의 비율에 상당한 변동이 있었던 점에 비추어, 원고가 2019년 10월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이 사건 차량 지원을 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2) 조합원 수의 결정에 관하여 이 사건 노사합의 제1조 제6항은, 일괄공제 내역 및 조합원 명부, 조합비 내역 등을 근거로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일괄공제 내역 외에 나머지 자료를 원고가 아니라 이 사건 각 노동조합이 보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이 사건 각 노동조합이 필요한 증빙을 갖추어 조합원 수를 통지하면 그에 따른 실제 조합원 수를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고는 2019. 3. 7. 및 2019. 6. 24. 참가인 지회에 ‘조합원 수에 이의가 있다면 추가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거듭 요청하였다. 그런데도 참가인 지회는 원고에게 이 사건 차량 지원 시까지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실제 조합원 수의 확인 방법에 관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협의를 요청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원고가 일괄공제 내역에 따른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이 사건 차량 지원을 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3) 원심도 인정한 것처럼 원고가 이 사건 각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한정된 차량을 배분한 것 자체는 합리적이다. 또한 사용자로부터 장소를 제공받을 수밖에 없는 노동조합 사무실과 달리 차량은 노동조합이 스스로 임차하여 사용함에 특별한 제약이 없으며, 이 사건 차량 지원도 실제로는 차량 임차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원고 사업장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참가인 지회가 특정 기간에만 차량을 사용할 수 있었다는 사정을 들어 이 사건 차량 지원의 합리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각 노동조합에 임차비용 지급 방식으로 차량을 지원하면서 2019년 10월 일괄공제 내역에 따른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차량 사용기간을 배분한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원고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의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영재(재판장), 오경미, 엄상필(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