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사업주의 불법행위로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입었고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손해배상청구액을 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3다297141 (2025. 6. 26.)
* 사건 : 대법원 제3부 판결 2023다297141 손해배상(산)
* 원고, 상고인 :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정한 외 2인
* 피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
*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0. 20. 선고 2023나20869 판결
* 판결선고 : 2025. 6. 26.
[주 문]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부분 중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해당하는 8,2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건설회사인 피고에게 고용된 근로자이고, 피고는 원고를 위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이라 한다)에 가입한 사업주이다.
나. 원고가 2021. 6. 24. 10:00경 피고의 △△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그라인더로 합판을 자르던 중 그라인더 날이 튀어 원고의 손목을 충격하였고, 원고는 좌측 전완 다발성 심부열상 등을 입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라 한다)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산재보험 업무를 위탁받은 법인으로서 이 사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원고에게 장해급여 54,202,500원을 지급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그라인더를 사용하는 작업의 특성상 작업자가 다칠 위험이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작업자인 원고에게 면장갑을 지급한 것 외에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나. 피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원고의 부주의도 손해 발생 및 확대의 원인이 되었으므로,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
다. 공단이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제3자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재해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한 다음 재해근로자가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후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한다. 그러나 이 사건은 제3자가 아니라 산재보험 가입자인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보험급여가 지급되었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액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할 수 없다.
라. 휴업기간이 종료된 2021. 10. 26. 이후 원고의 일실수입은 67,295,086원인데, 여기에 피고의 과실비율 70%를 곱한 금액은 47,106,560원이고, 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장해급여 54,202,500원을 여기서 공제하면 남는 금액이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일실수입 청구는 이유 없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산재보험법 제80조 제2항의 문언과 입법 취지, 산재보험 제도의 목적과 사회보장적 성격, 재해근로자(유족 등 보험급여 수급자를 포함한다)와 공단 및 불법행위자 사이의 이익형량 등을 종합하여 보면, 재해근로자가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를 원인으로 가입 사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공단이 재해근로자에게 지급한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공단이 재해근로자를 위해 종국적으로 부담하는 것이므로, 재해근로자에 대한 사업주의 손해배상책임이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 전액만큼 당연히 면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제3자의 개입 없이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의 불법행위로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입었고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 공단이 재해근로자를 위해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종국적으로 부담하는 점은 다르지 않으므로, 이 경우에도 위와 같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을 산정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의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판단한다.
1) 이 사건 사고는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인 피고의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와 재해근로자인 원고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하였다. 공단은 원고에게 장해급여 54,202,500원을 지급하였다.
2) 원고가 휴업기간 이후 일실수입손해에 관하여 피고를 상대로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은 휴업기간 이후 전체 일실수입손해액에서 장해급여를 먼저 공제한 다음 그 잔액에 피고의 과실비율을 곱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제3자가 아닌 사업주의 불법행위로 보험급여가 지급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을 적용하여 원고의 일실수입 청구를 배척하였다. 원심 판단에는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을 산정하는 방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에서 정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
4. 파기의 범위
기록에 따르면, 원고의 손해배상청구에는 일실수입 상당액 11,735,246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고, 제1심이 이 부분 청구를 전부 기각한 사실, 원고가 항소하면서 항소범위를 제1심판결의 이 부분 청구에 대한 원소 패소부분 중 8,2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에 한정함으로써 해당 부분만이 항소심 심판대상이 된 사실, 원심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원고가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에 대하여 상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상고심 심판대상이 된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8,2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에 한정되고, 파기의 범위도 여기에 한정된다.
5. 결론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부분 중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해당하는 8,2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숙연(재판장), 이흥구, 오석준(주심), 노경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