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팽창한 시간제노동, 그 안에도 ‘분절’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열악한 한 축인 시간제노동이 10년간 양적으로 팽창했고, 시간제노동 내부에서 또 다른 분절이 싹튼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경총의 ‘10년간 시간제근로자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203만5천명이던 시간제노동자는 지난해 387만3천명으로 183만8천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규직 노동자가 1천286만9천명에서 1천383만2천명으로 96만3천명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이 보고서는 경총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10년치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늘어난 시간제, 10명 중 7명이 여성
시간제노동 관련 수치를 보면 국내 노동시장의 차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기준 시간제노동자 70.5%는 여성이었고, 10년간 늘어난 시간제노동자 183만8천명 가운데 128만1천명(69.6%)은 여성이었다.
이런 노동시장 성차별은 산업별로 들여다봐도 읽을 수 있다. 전체 시간제노동 가운데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는 102만1천명으로 39.3%에 달했다. 숙박 및 음식점업은 13.3%를 차지했다. 경총은 “산업별 시간제 일자리 변화를 분석한 결과 여성 종사자가 많은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이나 숙박·음식점업 같은 저부가가치 생계형 업종에서 시간제 노동자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여러 지표에서 시간제노동은 차별성을 드러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0세 이상, 20대 이하가 각각 157만4천명, 88만2천명 고용됐다. 60대 64만6천명, 40대 47만명, 30대 30만2천명 순이다. 고용시장에서 취약한 청년·고령층이 시간제 노동자 다수를 차지한다.
학력별로는 고졸 이하가 70.2%(대졸 이상 29.8%)를 차지하고 있는데, 고졸 이하 비율이 35.3%(대졸 이상 64.7%)인 정규직과 대비된다. 사업체 규모로 보면 5명 미만 사업장 소속이 146만1천명으로, 5명 이상~300명 미만이 230만3천명으로 집계됐다. 300명 이상 사업장 소속 노동자는 10만9천명에 그쳤는데, 300명 이상이 259만6천명으로 가장 비중이 높은 정규직과 차이가 크다.
이런 차별은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귀결한다. 지난해 기준 시간제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 총액은 1만2천원으로 정규직 2만원의 62.9%에 머물렀다. 근속기간도 정규직 98개월, 시간제 노동자 26개월로 격차를 드러냈다.
학력·연령 등 정규직 닮은 시간제노동의 분화
이런 시간제노동 내에서도 분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양질의 시간제노동’이다. 경총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를 토대로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 100% 이상인 경우와 계속근로 가능 여부,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모두 가입시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양질의 시간제일자리 노동자수는 54만5천명으로 2014년 17만명과 비교해 3~4배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시간제일자리 중 14.1%에 그쳤다.
또 다른 문제는 양질의 시간제노동은 일반적인 시간제노동과 다른 통계를 보인다는 대목이다. 성별로 보면 공급이 절대적으로 많은 여성의 비중이 75%로 높아 일반적 시간제노동과 궤를 같이 하지만, 학력을 보면 대졸 이상(56%) 비율이 훨씬 높다. 경총은 “전체 시간제 일자리는 고졸 이하가 증가세를 주도한 것과 달리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대졸 이상이 전체 증가분의 57.9%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연령도 60대와 20대가 아니라 전체 시간제노동의 소수인 30~50대 비중이 높다. 시간제라는 외피를 걷어내면 내용은 정규직에 닮아 있는 셈이다. 일반적 시간제노동자가 양질의 시간제노동으로 전환하는 것보다 정규직에서 탈락한 노동자가 양질의 시간제노동으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이재 기자 jae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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