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사각지대 해소] ‘근기법 전면 적용’이냐 ‘3지대 보호’냐
정부·여당이 최근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안(노동약자지원법안) 초안을 내놓자 이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근로기준법 밖의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노동법 사각지대 노동자,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노동약자지원법안을 겨냥해 열렸지만 관련 논의에 시간을 할애하진 않았다. 윤애림 노동자권리연구소장은 “정부와 국회의 노동법 개정은 역사적으로 노동자 권리를 위축시키고 차별하기 위해 이뤄져 왔다”며 “그런 계보에서 보더라도 이번 정부·여당 개정안은 수준에 미달해 논평할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영인 오분류부터 해소” 근기법 확대적용 ‘정공법’

대신 전문가들은 노동약자지원법이 ‘노동약자’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뭉갠 특수고용직과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거나 별도의 3지대를 설치해 보호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윤 소장은 “정치권이 앞다퉈 노동약자 지원을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노동법 사각지대를 줄이려면 특수고용직과 가사 사용인, 단시간 노동자와 5명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사업장을 주목해야 한다”며 “노동자인데 자영인으로 오분류되는 것을 시정하는 것이 근로기준법을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으로 재정립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유럽연합 등은 디지털경제 성장 등으로 플랫폼 노동자인데 자영인으로 오분류되는 사례가 늘자 플랫폼 노동자도 노동자로 보고 이에 대한 반증책임을 사용자에게 지우는 입법지침을 확정했다.

노동약자지원법을 비롯해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노동자에 대한 별도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반대했다. 윤 소장은 “2000년대부터 기존의 근로기준법 체계에 포괄되지 않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하라는 노동계 요구가 분출되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해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 조항을 삽입하고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규정이 마련됐다. 이 조항이 씨앗이 돼 현재의 노무제공자로 표지갈이를 했다”며 “이런 조항의 성립 이후 법원은 노동자 지위를 다투는 판결에서 노동의 실질이 노동자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살피지 않고 해당 조항에 따라 추수적으로 노동자 아님 판결을 내는 퇴행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3지대 설정 자체가 노동법 적용 확대를 가로막아 근로기준법 사각지대를 영구화한다고 우려한 셈이다.

노동법 보호 필요하나 ‘시급한 보호’ 주목

이와 달리 과도기적 3지대 설정을 긍정한 주장도 나왔다. 양승엽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근본적 질문은 플랫폼 노동자 보호 필요성 여부와 보호를 담당할 법제의 타당성”이라며 “노동법과 경제법상 경계는 계약 당사자인 갑과 을 사이의 종속성 문제인데, 현재 플랫폼노동에서 드러나는 관리·감독은 기존 법원이 종속성으로 인정하는 요건과는 다르나, 종속성 개념을 확대하는 법률 개정을 토대로 노동법 영역으로 포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종속성은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 의존하는지, 관련 법률관계가 지속·전속적인지 등을 따진다. 양 부연구위원은 여기에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매개로 한 인공지능의 지휘·감독도 인간의 수단이라는 점에 착안해 종속성이 있다고 간주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3지대 법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양 부연구위원은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직 보호가 매우 시급하기 때문에 보호법안 마련과 신속한 오분류 다툼해결을 위해 노동위원회에 근로자 판정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재 기자 jae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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