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대체율 43%의 세상, 노인빈곤 해소는
보험료를 4%포인트, 소득대체율을 3%포인트 올린 개정 국민연금은 노인빈곤을 해소할 수 있을까.
26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2023년 기준 38.2%다. 2023년 한해 소득이 그해 중위소득인 3천757만원의 절반인 1천879만원에 미치지 못한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이다. 거칠게 나눠 보면 한 달에 156만5천원을 벌지 못하는 노인이 10명 중 4명이란 이야기다.
20년 이상 가입해도 월평균 103만원
국민연금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2023년 12월 평균 국민연금 평균수령액은 월 62만원, 20년 이상 가입자 평균도 103만7천원에 그쳤다. 그해 가장 많은 월 수령액은 289만4천449원으로 빈곤선을 뛰어넘었지만, 평균액이 최고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극소수였다는 셈이 가능하다. 기초연금 지급액은 단독가구 기준 월 32만3천180원이었는데 국민연금과 더해도 156만5천원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여기에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등을 더할 수 있지만 국민연금 수급액에 따라 기초연금이 감액되고,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는 연금 소득으로 인정되는 등 연계의 덫이 많다.
이런 빈곤의 구조 아래 개정 국민연금이 빈곤을 획기적으로 타파할 것이라는 기대는 어렵다. 아니 쟁점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하지만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이 현안이다. 연금 보험료 부담을 청년에게 전가한다는 세대 간 갈등도 확산하고 있다. 노인빈곤 해소와 소득보장을 위한 논의는 찾기 어렵다.
게다가 애초 국민연금의 목적은 빈곤 해소가 아니다. 국민연금법 1조는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 이바지”를 목표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빈곤선에도 한참 밑도는 평균 수령액은 이런 목적을 되새기는 것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소득대체율 인상, 개정과 효과 시차 40년 “가장 느린 대안”
일부 전문가는 도발적으로 제3의 대안도 요구한다. 정창률 단국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소득대체율 3%포인트 인상 효과는 이제 막 국민연금에 가입해 수급연령에 도래했을 때의 효과로, 사실상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가장 최장기적 대안”이라며 “저소득층에 한해 최저연금제도를 도입하는 등 실질적 대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40년 뒤에나 발생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보다 즉각적인 재정대책을 마련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다.
최저연금은 연금 수령 하한선을 정하고 이에 미치지 못하면 재정을 보존해 주는 방식이다. 유사하게 보충적소득보장제 주장도 있다. 주은선 경기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다양한 연금 소득을 아울러 일정액 이하가 되면 정부가 세금으로 차액을 보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연금개정 외곽에서 주장됐지만 주류가 되진 못했다.
물론 국민연금 자체의 구조개혁은 지속해야 한다. 주 교수는 폭과 깊이를 넓힐 것을 요구했다. 주 교수는 “보험료 부담으로 가입하지 못하는 비임금 노동자를 연금 가입자로 전환하기 위한 정부지원을 통해 국민연금의 효력을 높일 필요도 있다”며 “현재 기대 가능한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최대액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수급 요인이 없는데 소득대체율을 높여 가입 유인을 높인다면 다른 보장제도와의 충돌도 덜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금특위 자동조정장치·A값 폐지에 매몰할 듯
그러나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연금특위 논의 대응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여당은 “낸 만큼 받자”는 기조로 자동조정장치 도입이나 A값 폐지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A값은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간 평균소득월액을 평균한 값으로 연금액 계산에 활용한다. A값을 기준으로 평균소득월액이 높은 가입자는 “더 내고 덜 받고” 낮은 가입자는 “덜 내고 더 받는” 재분배기능을 수행한다. 정 교수는 “여권에 A값 폐지 등을 주장해 온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며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 기자 jael@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