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동보호 강화해야 외투기업 전횡 막아”
프랑스에서 2014년부터 시행 중인 플로랑주법은 고용 규모가 1천명 이상인 대형 사업장은 폐업시 사업주가 인수자를 물색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한다. 인수기업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사업장 노동자대표기구에 공개하도록 한다. 일방적인 사업장 폐쇄를 막아 지역의 고용위기를 사전에 방지하는 취지다. 프랑스 내국법이지만 역내 모든 기업에 영향을 준다.
플로랑주법과 마찬가지로 국내 노동보호 수준을 끌어올려야 외국인투자기업의 전횡을 막을 수 있다는 제언이다.
“까르푸도 우리나라 현실 알고 들어 왔던 것”
나원준 경북대 교수(경제학)은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외투기업·투기자본 행태 고발과 제도 개선 촉구 현장증언대회에서 “까르푸 같은 프랑스기업도 우리나라의 노동보호 수준이 낮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진입했다”며 “내국인 대우 조항까지 고려하면 국내법상 노동보호 수준을 올려야 (외투기업)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법·제도상 외국인기업이나 투자자에 대한 대응은 투자유치에 방점을 찍고 있다. 법률 자체도 외국인투자 촉진법(외국인투자법)인 점이 이를 방증한다. 외국자본을 유치해 고용과 생산을 강화한다는 70년대의 법률 취지에 변함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적 흐름은 다르다. 나 교수는 “외국인투자 규제를 풀어 유치를 많이 한다는 흐름보다 공급망을 재편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등의 목적이 더 강조된다”며 “2010년대 이후 외국인투자와 관련해 자유화조치보다 규제조치가 더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외국인 투자 위험 심사 현대화법을 제정해 외국인투자위원회의 심사 활동을 확대했고 유럽과 중국 등지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사모펀드 때문이다. 나 교수는 “사모펀드는 단기수익을 추구해 사업체의 인수와 매각으로 이윤을 실현하는 사업패턴으로, 투자유치국이 제공하는 특혜를 누리고 자신의 결정대로 일방적으로 철수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옵티칼·한국지엠 등 즐비한 ‘투쟁’ 사업장
이 때문에 국내에는 외국인기업의 투자 철수로 피해를 보거나, 볼 것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사업장 문제가 있다. 이날 기준 456일째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비롯해 최근 미국의 관세정책을 예의주시하는 한국지엠 등이다. 사무금융노조에 따르면 증권·보험·IT기업 등 다양한 업종에 진출한 26개 사업장이 투자 철수 등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고 실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를 보호하기 위한 외국인투자법 개정 논의는 오랫동안 표류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상 내국인 대우 원칙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해외기업을 우리나라 기업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기업에만 별도의 규제를 포함하면 이런 원칙 위반으로 국제적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 재계와 정치권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 같은 부처는 줄곧 이런 논리로 외국인투자법 개정에 반대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완화된 외국인투자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공급망실사 원칙을 강조한다. 공급망실사는 다국적기업의 원료채굴부터 소매까지 모든 분야에서 원청에 공급망 내 인권·환경·노동·고용위기 등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장치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등이 이런 원칙을 토대로 확립된 국제규범이다. 나 교수는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외국인투자법 개정안은 내국인 대우 원칙에 위배되지 않을 정도로 완화하면서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으로 국회가 이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노조도 외국인기업 관련 전문성을 제고하고 외국인투자사업장 간 연대를 의제화하고, 공급망실사 원리를 공세적으로 제기하면서 국제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 관계자는 21대에서 폐기된 외국인투자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 기자 jae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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