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 판결 2022나2052707 근로자지위부존재 확인의 소
* 원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 주식회사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최진수, 김수진, 엄지은
* 피고, 피항소인 : 1. B
* 피고, 항소인 : 2. C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문평
담당변호사 안상원, 지민호
3. D
* 피고, 피항소인 : 4. E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인성
담당변호사 차행전, 안미영
5. F
피고 3, 5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에이프로
담당변호사 손석봉
6. G
피고 1, 6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현
담당변호사 이용훈
7. H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클라스한결
담당변호사 이상도, 봉하진
8. I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민
담당변호사 이종훈
9. J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김형원, 송웅지, 임철갑
* 제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1. 25. 선고 2021가합526925 판결
* 변론종결 : 2024. 9. 27.
* 판결선고 : 2025. 1. 24.
[주 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 B, E, F, G, I, J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 B, E, F, G, I, J는 원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원고의 피고 H에 대한 항소 및 피고 C, D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아래와 같이 부담한다.
가. 원고와 피고 B, E, F, G, I, J 사이에 발생한 소송 총비용은 위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나. 원고와 피고 C, D 사이에 발생한 항소비용은 위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다. 원고와 피고 H 사이에 발생한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들은 원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항소취지
가. 원고
주문 제1항 및 제1심판결 중 피고 H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H는 원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나. 피고 C, D
제1심판결 중 피고 C, D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위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I.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의 이유 중 아래와 같이 고쳐 쓰거나 아래 II.항과 같이 다시 쓰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제1심판결의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약어를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3면 19행의 “원고”를 “원고(이하 편의상 ‘원고’와 ‘원고 회사’를 함께 사용한다)”로 고쳐 쓴다.
II. 다시 쓰는 부분
제1심 판결문 28면 17행부터[4. 본안에 대한 판단 중 다. 판단 부분 이하]를 아래와 같이 다시 쓴다.
『다. 판단
1) 판단의 순서
가)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4호 참조) 기본적으로 그 법적 성질은 사법상 계약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으면 그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여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3다25194, 25200 판결 등 참조).
나)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으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민법 제109조 제1항). 따라서 원고의 주장과 같이 ①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의 내용에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된 사람들에 한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고, ② 피고들에 대한 채용과정에서 원고 주장의 부정행위가 있었으며, ③ 원고는 ‘피고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되었다’는 착오에 빠져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④ 원고의 위와 같은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의 일방당사자인 원고는 이러한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취소하여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 ⑤ 다만, 원고의 위와 같은 착오가 원고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에는 원고는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취소하지 못하게 된다.
다) 이에 대하여 피고 C, D, F, B, G, H는,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의 일방당사자인 원고가 공기업이므로,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의 실질이 공법행위에 해당하고,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의 취소에 관한 민법 제109조 제1항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계약의 일방당사자가 공기업이라 하더라도 근로계약의 법적 성질은 사법상 계약이므로, 이 사건 각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원고로서는 민법 제109조 제1항에 따라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이에 반하는 위 피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그러므로 아래에서는 위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①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의 내용에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된 사람들에 한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이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 ② 피고들에 대한 채용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③ 원고는 ‘피고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되었다’는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인지 여부, ④ 원고의 위와 같은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하는지 여부, ⑤ 원고의 착오가 원고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인지 여부를 순차 판단하기로 한다.
2) 채용절차의 공정성이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되었는지
가)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각 근로계약에는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된 사람들에 한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이 그 내용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원고의 인사규정(갑 제14호증)은 제7조에서 직원의 채용은 공개경쟁시험(공개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인사권자는 직원 채용시 직무능력을 포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험, 면접, 역량평가 등 다양한 전형을 통하여 해당 직위·직무에 적합한 인재가 선발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인사권자는 인사운영의 예측가능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당해 연도의 채용시기, 채용규모, 시험방법 등 채용내용에 관한 사항을 사전에 공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제9조에서는 채용전형 방법은 서류심사, 필기시험, 면접, 신체검사, 적성검사 등 필요한 전형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결정하고 필기시험은 일반교양정도와 당해 직무수행에 필요한 전문지식 등 그 응용능력을 검정하며, 면접시험은 당해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 능력 및 적격성을 검정하고, 실기시험은 당해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 및 기술을 실험·실습 또는 실기의 방법에 의하여 검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② 원고는 2016년경 위와 같은 인사규정에 따라 구체적인 채용 규모 및 시기, 자격조건 등 채용방침을 포함한 채용계획안을 인사위원회에서 승인받아, 회사 홈페이지 등에 모집분야 및 지원자격, 전형절차[경력직: 서류전형 – 면접전형 – 연봉협상 - 신체검사 – 최종합격, 신입직: 서류전형 – 인적성평가 1) – 면접전형 – 신체검사 – 최종합격 - 인턴십] 등을 명시하여 사전에 채용공고를 하였다(갑 제39호증). 원고는 공고된 일정에 따라 서류전형, 인적성 평가, 면접전형 등 공개채용절차를 진행하고(갑 제3호증, 갑 제4호증), 정해진 일정에 따라 채용단계별로 합격자를 선발한 후 다음 단계의 응시자격을 부여한 뒤 최종합격자를 선발하였다(갑 제43호증).
③ 이처럼 원고는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공개채용절차의 채용방법과 전형내용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규정을 두고 이에 따라 공개채용절차를 진행하였고, 피고들은 위와 같은 공개채용 결과 최종합격자로 선발되었다(이하 피고들이 최종합격할 당시의 채용공고를 ‘이 사건 채용공고’라 하고 그 채용절차를 ‘이 사건 채용절차’라 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은 피고들이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되었음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체결된 것이다.
④ 원고가 철도운송사업과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연계운송사업 등과 같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인이라는 점, 이 사건 채용공고에서 지원자격, 자기소개서 평가항목, 전형절차가 사전에 상세히 공지된 점, 이 사건 채용절차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한 지원자들은 그들 사이에 균등한 기회를 제공되고 동일한 조건과 평가기준에 따라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선발절차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가지고 원고의 공개채용절차에 지원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을 포함한 지원자들은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된 지원자에 한정하여 원고와의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목적과 인식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⑤ 즉, 원고와 이 사건 채용절차에 지원한 피고들은 모두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공개채용절차에 임하였고, 그 결과 체결된 이 사건 각 근로계약에도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된 사람들에 한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이 그 내용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설령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되었다는 것’이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보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이러한 원고의 동기가 표시되어 계약의 내용으로 되었다고 볼 수 있다.
① 동기의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 중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함을 이유로 표의자가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그 동기를 당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다12259 판결 등 참조). 한편 동기의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함을 이유로 표의자가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그 동기를 당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고 의사표시의 해석상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인정되면 충분하고 당사자들 사이에 별도로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기로 하는 합의까지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6210 판결 참조).
② 원고는 공개채용절차 및 방식에 관하여 대외적으로 공지하여 왔다. 예를 들어, 7단계 공개채용의 경우 2016. 7. 11.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개통준비 7단계 공개채용’을 통해 역무원 신입직 분야 직원 28명 등 총 107명을 채용하고, 1차 서류전형 합격자는 외부업체에 평가(정량평가60% + 정성평가40%)를 위탁하여 고득점자 순으로 모집 인원의 5배수를 선발하기로 의결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2016. 7. 14.경 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공개채용방식으로 직원을 채용한다는 내용으로 선발전형과 전형절차를 일반에게 공지하였다.
③ 원고는 공지된 일정에 따라 서류전형을 실시하여 합격자를 선발하여 통지하였고, 그들을 대상으로 다음 단계인 면접전형을 실시하여 최종합격자를 선발한 뒤 최종합격자와 사이에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④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각 근로계약에 채용절차의 공정성에 관한 명시적인 표현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채용공고에서 미리 정해진 동일한 조건과 동일한 평가기준을 적용하여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된 사람들에 한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다’는 원고의 동기가 피고들에게 충분히 표시되어 있었고, 이러한 동기가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되었다고 인정된다.
3) 피고들에 대한 채용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가) 부정행위 해당 여부의 판단기준
⑴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부정행위'란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채용에 관한 일체의 부정행위를 통틀어 지칭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합격 여부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어도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원고가 철도운송업이라는 공익적 성격을 가지는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특성과 공중의 신뢰 등에 비추어, 공개채용절차에서 지원자들에 대하여 동일한 선발기준을 적용하여 객관성과 공정성을 준수하여 채용여부를 결정할 것이 기대된다.
② 원고는 이 사건 각 근로계약체결 당시 아직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2), 공공서비스인 고속철도 운행을 위하여 설립된 법인으로, 채용절차에 대하여 감사를 받고 있고, 실제 국토교통부의 특별점검 과정에서 원고의 채용비리 문제가 지적되었다(갑 제2호증, 갑 제12호증).
③ 채용의 공정성은 결과의 정당성 뿐만 아니라 그 전제가 되는 절차의 공정성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절차가 공정하지 않은 경우 결과의 정당성도 담보할 수 없다. 따라서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해한 경우뿐 만 아니라 채용절차의 불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존재하고, 이로 인하여 채용절차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는 정성적 평가방식인 면접전형이 합격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바, 절차의 공정성은 더욱 중요하다. 즉, 7단계 공개채용에서, 서류전형은 신입직은 모집인원의 5배수, 경력직은 모집인원의 3배수를 선발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면접전형을 실시하는데 각 전형단계별 점수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평가하지 않는 소위 제로베이스 방식을 택하고 있다(을나 제15호증, 갑 제31호증). 면접전형은 인적사항, 사회성, 업무수행역량, 성장성에 대한 질문을 통하여 90점 이상은 ‘매우 우수’로서 합격, 80점 이상은 ‘우수’로서 합격가능선이고, 79점 이하는 ‘보통’, ‘매우 저조’로서 불합격으로 정하고 있다(갑 제43호증). 이러한 채용과정에서 절차의 중요성과 이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및 원고가 정한 공개채용절차의 구체적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금품을 제공하거나 청탁을 하였고, 이로 인하여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인정된다면, 실제로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쳤는지와 무관하게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④ 시험의 모집요강에는 부정행위를 한 응시자의 합격을 무효로 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부정행위란 시험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시험에 관한 일체의 부정행위를 통틀어 지칭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어도 부정행위에 해당되어 그 합격은 무효로 된다고 해석된다(대법원 1991. 12. 24. 선고 91누3284 판결, 대법원 2006. 7. 4. 선고 2006다23817 판결 참조). 이 사건 채용절차의 모집요강에는 ‘부정행위를 한 지원자의 합격을 무효로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된 자에 한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이 이 사건 채용절차에 당연히 내재되어 있으므로, 만일 지원자가 부정행위를 하였다면 그것이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어도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의 합격은 무효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⑵ 또한 지원자가 직접 부정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그 부정행위가 지원자 또는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의 직접적인 혹은 제3자를 통한 촉발, 유인 등으로 말미암아 비롯된 것이라면 부정행위가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의도는 지원자로 하여금 부정한 이익을 얻게 하려는 것이고 실제로 부정행위로 인한 직접적 이익은 지원자에게 귀속되며, 부정행위에서 의도된 바에 따라 최종합격자로 선발될 경우 근로계약의 당사자는 지원자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채용에 관한 부당한 청탁, 압력 등은 대체로 채용절차의 이면에서 은밀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지원자들이 직접 위와 같은 청탁 등을 하기 보다는 일정한 관계가 있는 사람을 통하여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지원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타인이 지원자를 위하여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 이익의 직접적 귀속자인 지원자의 부정행위로 봄이 타당하고, 민사상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하여 적용되는 한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나) 피고 B, E, G, I, J에 대한 채용과정에서의 부정행위[노조위원장 K에 대한 금품 교부]
⑴ 노조위원장 K에게 금품을 교부한 행위가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
위 피고들은, 금품을 수수한 노조위원장 K에게 채용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고, K의 업무방해혐의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이 내려졌으며, L, M 등의 업무방해죄 범죄사실에 위 피고들에 대한 내용이 없는 점에 비추어, 채용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서 부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고려하면, 공개채용절차와 관련하여 원고의 노조위원장 K은 원고의 근로자 채용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에 해당하므로, K에게 금품을 교부한 행위는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① K은 10명으로부터 12명의 채용과 관련하여 16회에 걸쳐 돈을 받았다고 인정되어,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였음을 이유로 근로기준법 위반죄로 유죄 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갑 제6호증). 위 확정된 유죄판결 중 위 피고들과 관련된 범죄사실로는 아래 표 기재와 같다.

② K은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공식적인 권한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 제1항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면접위원으로 위촉된 수송처장 U은 관련 형사사건의 수사과정에서 ‘K은 노조위원장으로서 다른 부서 직원들에게도 합격시켜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진술하였다(갑 제52호증 28, 29쪽). 이 사건 채용절차 당시 인사노무팀장으로 재직한 M은 ‘K은 자신에게 청탁을 할 레벨이 아니고, 대표이사와 동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K이 채용과 관련하여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였다면 실무자인 자신이 아니라 본부장급 정도에는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갑 제53호증 4-5쪽). 실제로 K은 채용업무를 담당한 영업처장으로 면접위원(면접위원은 비공개로 선정된다 3) )으로 참여한 V에게 ‘피고 E를 잘 봐 달라’고 부탁하거나(갑 제54호증 11쪽, 갑 제55호증 12쪽) 수송처장 U에게 ‘W을 해 줘’라고 부탁하기도 하였으며(을자 제3호증의 1 6쪽), 인사노무팀장 M에게 최종합격자 발표 전에 특정인의 합격 여부를 문의하고(갑 제51호증 9쪽), M은 K이 문의한 사람에 대하여 서류전형결과표 등에 “위”(노조위원장의 약칭)을 표시하기도 하였다(갑 제6호증 13쪽, 갑 제45호증 16쪽). K은 피고 J의 부친 T으로부터 돈을 받은 다음 이 사건 채용절차의 면접전형에 사용되는 면접평가표를 입수하여 이를 T에게 전달하여 피고 J로 하여금 이를 숙지하고 면접에 응하게 하였다. K이 입수하여 T에게 전달한 면접평가표에는 평가항목, 면접시 질문사항, 평가포인트가 기재되어 있었고(갑 제11호증, 갑 제44호증의 2), 내부결재를 거친 원고의 7단계 공개채용 면접전형에서 실제 사용된 면접평가표(갑 제43호증)의 내용과 동일한 바, 이는 이 사건 채용절차에 있어서 노조위원장 K이 가지는 사실상 영향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관계들에 비추어 K은 이 사건 채용절차와 관련하여 원고 회사 노동조합 위원장의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 실제로 K은 원고의 노동조합위원장으로서 이 사건 채용절차 당시 근로자 채용과 관련하여 돈을 지급받음으로써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였다는 근로기준법위반의 범죄사실로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다. 위 피고들의 부모는 노조위원장 K이 이 사건 채용절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여 K에게 금품을 교부한 것으로 보인다(피고 E 갑 제42호증, 피고 I 갑 제22호증 6쪽, 10-11쪽, 피고 J 갑 제6호증 8쪽).
③ 위와 같은 관련 형사판결의 내용, K이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가지는 사실상 영향력, 위 피고들의 부모가 K에게 돈을 제공하게 된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위 피고들의 부모가 K에게 채용을 청탁하면서 금품을 제공하는 것 그 자체로 채용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⑵ 피고 B, E, G, I, J에 대한 구체적 판단
① 피고 B: 피고 B의 부친 N는 K에게, 6단계 공개채용 공고를 앞둔 2016. 2. 2. 1,000만 원을 송금하여 채용을 청탁하고, 8단계 공개채용 면접전형 합격자 발표일인 2016. 9. 5. 청탁 전달 및 합격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500만 원을 송금하여 채용을 청탁하였다(갑 제6호증, 을자 제3호증).
② 피고 E: 피고 E의 부친 P은 K에게, 6단계 공개채용 지원서 접수기간 중인 2016. 3. 18. 200만 원 송금하며 채용을 청탁하고, 서류전형 평가기간 중인 2016. 3. 23.에도 230만 원을 송금하여 채용을 청탁하였다(갑 제6호증).
③ 피고 G: 피고 G의 모친 Q는 K에게, 7단계 공개채용 서류접수기간 중인 2016. 7. 15. 500만 원을 송금하여 채용을 청탁하고, 면접전형 합격자 발표일(2016. 8. 12.) 및 최종 합격자 발표일(2016. 8. 22.) 사이인 2016. 8. 16. 500만 원을 송금하여 채용을 청탁하였다(갑 제6호증).
④ 피고 I: 피고 I의 부친은 7단계 공개채용의 면접전형이 진행되던 중인 2016. 8. 7. 대학교 친구 K에게 1,000만 원을 송금하여 채용을 청탁하였다(갑 제6호증).
⑤ 피고 J: 피고 J의 부친 T은 7단계 공개채용의 서류접수기간 하루 전인 2016. 7. 13. K에게 100만 원을 송금하여 채용을 청탁하였고, 피고 J의 합격이 확인되자 2016. 8. 17. 추가로 100만 원을 송금하였다(갑 제6호증). K은 피고 J의 면접이 시작되기 전에 면접평가표(갑 제11호증)를 입수하여 이를 T에게 전달하였고(갑 제44호증의 2), 피고 J는 부친 T으로부터 이를 전달받아 숙지하고 면접에 응하였다.
다) 피고 C, D, F, H에 대한 채용과정에서의 부정행위[청탁]
위 피고들에 대하여는 채용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부정행위가 존재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⑴ 피고 C
① 피고 C의 모친은 2016. 7. 초순경 피고 C의 이모부이자 당시 원고 대표이사인 X에게 피고 C의 자기소개서 초안을 전달하였다(갑 제7호증, 갑 제26호증).
② 원고의 대표이사 X은 이 사건 채용절차를 주관하던 인사노무팀장 M에게 피고 C의 자기소개서를 보내어 이를 수정하도록 지시하였다. M은 자신이 피고 C의 자기소개서 내용 중 일부를 수정한 뒤 다시 인사노무팀 소속 실무자 Y에게 타이핑할 것을 지시하면서 수정할 사항이 있으면 수정해도 된다고 말하였다. 인사노무팀 직원인 Y은 피고 C의 자기소개서를 수정한 뒤 M에게 전달하였고, 대표이사 X은 M으로 전달받은 수정된 자기소개서를 피고 C에게 이메일로 전달하였다. 피고 C는 2016. 7. 중순경 입사지원서와 함께 위와 같이 수정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였다(을나 제13호증, 을나 제21호증, 을나 제27호증).
③ 원고의 7단계 공개채용은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으로 이루어졌는데, 서류전형 합격자에 한하여 면접전형에 응시할 수 있다. 서류전형은 정량평가(외국어, 자격증) 60점, 자기소개서 40점 합계 100점을 기준으로 각 항목의 점수를 합산하여 총점 순으로 사정하였다.
④ 피고 C에 대한 면접전형에는 인사노무팀장 M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하였고, 면접위원들에게 제공되는 자료에는 지원자의 자기소개서가 첨부되어 있었다(갑 제7호증 23쪽, 갑 제26호증 13쪽, 을나 제15호증 13-14쪽, 을나 제16호증).
⑤ 피고 C는, 서류전형의 평가대상이 되는 자기소개서에 관하여 원고의 채용절차를 주관하는 인사노무팀장 M 및 실무자 Y으로부터 수정을 받았고, 이를 제출하여 서류전형 및 면접전형 평가를 받았는바, 이는 채용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부정행위에 해당한다.
⑵ 피고 D
① 피고 D의 부친 Z는 AA도의회 의원 AB 등 지인들에게 피고 D이 원고 회사에 채용될 수 있도록 청탁해달라고 부탁하였다(갑 제8호증, 갑 제28호증, 갑 제29호증).
② 피고 D은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7단계 공개채용 경력직 역무원에 지원하였다. 당시 경력직 역무원 채용예정 인원은 5명이었고, 피고 D의 면접평가표에 의하면 면접점수는 74.7점으로 15등에 해당하여 합격권 이내에 포함될 수 없었다. 그런데 원고의 영업본부장 L은 인사노무팀 채용담당자 AC에게 피고 D의 면접점수를 조작하도록 지시하여 면접점수가 81.6점으로 수정되어 5등으로 변경됨으로써 최종 합격하였고, 당초 5등이던 AD은 면접점수 86.7점에서 79.3점으로 변경되어 탈락되었다.
③ 이처럼, 피고 D은 부친 Z의 청탁으로 당초 불합격 점수에 해당하는 면접점수를 조작함으로서 합격자로 선발되었는바, 이는 채용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부정행위에 해당한다.
④ 이에 대하여 피고 D은, 피고 D 또는 그 부친 Z의 청탁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다281367 판결 등). ㉠ 피고 D과 부친 Z는 관련 형사사건의 경찰조사에서 6단계 공개채용에서 AA도의회 의원 AB에게 채용을 청탁하였다고 진술하여 청탁사실을 인정하였던 점(갑 제28호증 피고 D에 대한 2018. 3. 24.자 참고인 진술조서, 갑 제29호증 Z에 대한 2018. 3. 26. 참고인 진술조서), ㉡ 당시 원고 회사 영업처장인 V는 검찰조사에서 위와 같은 피고 D에 대한 채용 절차가 정상적인 절차는 아니었다는 점을 시인하면서 영업본부장 L이 결정한 사항이라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갑 제31호증), ㉢ 위 L에 대하여 피고 D의 채용절차와 관련한 업무방해죄가 유죄로 인정된 점(을나 제2호증의 1, 2), ㉣ 피고 D에 대한 직권면직처분에 관한 행정소송 제1심판결은 피고 D에 대한 점수조작이 ‘피고 D 또는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아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는 취지일 뿐이고, 위 행정소송절차에는 일부 증거4)가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 위 행정소송의 항소심에서는 직권면직절차에 하자가 있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되었고 항소심 법원은 직권면직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점(을나 제3호증의 2 서울고등법원 2020누55314), ㉥ 피고 D은 지하철 AE호선 운영사 직원 다수의 동시이직으로 인한 문제로 인하여 위 회사에 재직 중인 AD(5위)을 탈락시키는 과정에서 자신이 합격하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차순위자가 아닌 면접대상자 중 최하위로 15위인(갑 제31호증 19쪽) 피고 D을 합격권인 5위로 점수를 조작하였다는 면에서 위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을나 제2호증의 2 22-23쪽) 등에 비추어, 청탁의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 D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⑶ 피고 F
① 피고 F의 이모 AF는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M에게 피고 F이 원고의 공개채용에 지원한 사실을 알렸고, M이 당시 원고 회사 인사노무팀장으로서 자신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갑 제9호증, 갑 제10호증, 갑 제28호증, 갑 제33호증, 갑 제34호증, 갑 제60호증, 을자 제1호증).
② AG의 서류전형 평가결과에 따르면 모집 인원의 5배수에 포함되는 서류전형 성적은 74점으로서, 73점을 받아 144등이 된 F은 서류전형 탈락자에 포함되었다. M은 피고 F의 서류전형 점수가 140등(74점 이상) 안에 포함되지 못하자, 2016. 8.경 인사노무팀 직원인 AC으로 하여금 서류전형 점수가 74점 이상으로서 5배수에 포함된 상위 합격자 중 일부를 합격자 명단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하였다. M의 지시를 받은 AC이 피고 F의 점수보다 상위에 있는 합격자 일부를 합격자 명단에서 임의로 삭제함으로써 피고 F은 116등이 되어 서류전형에 합격하게 되었다(갑 제9호증, 갑 제34호증, 갑 제36호증, 을자 제4호증의1).
③ 피고 F의 이모인 AF가 M이 원고 회사 인사노무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서 그에게 피고 F의 지원 사실을 알렸던 점, M이 대가를 교부받거나 부정한 방법을 사용할 것 자체를 청탁받은 것은 아니더라도 친분관계에 있는 AF와 피고 F을 위하여 피고 F을 합격시킬 목적으로 순위를 조작하였던 점[M은 경찰 조사에서 ‘6단계에서 합격되지 않았던 F을 지인에게 연락을 받아서 7단계 채용시에는 합격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다시 제가 확인을 해보니, (7단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서류전형에서 5배수 내에 합격된 점수에 미치지 못하여 AC에게 지시하여 상위 합격자 명단을 삭제하여 F을 서류전형에서 합격하도록 만들었다’고 진술하였다(갑 제34호증 13쪽)], AF가 M에게 지원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M이 순위조작행위를 하여 피고 F이 서류전형에 합격하지 못하였을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F에 대한 순위조작은 피고 F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AF의 촉발 내지 유발로 인하여 발생된 것으로 인정된다. 그러므로 피고 F의 이모인 AF가 M에게 피고 F의 입사지원서 제출 사실을 알린 행위 자체로 채용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⑷ 피고 H
① 피고 H의 부친 AH은 피고 H가 공개채용에 지원하던 당시 영업본부장 L에게 전화로 연락을 하여, '딸인 피고 H가 신입 역무원 분야에 지원하려고 하니 잘 챙겨달라'고 말하였다(갑 제8호증, 갑 제58호증).
② AH은 AI에서 함께 근무하였던 영업본부장 L에게 채용절차를 앞두고 전화를 하여 피고 H의 지원사실을 알린 점, L의 부하직원 V는 AH에게 문자메시지로 채용공고문을 전달하여 주었는데 AH은 V에게 이를 부탁한 적이 없는바(갑 제57호증, 갑 제58호증) L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점, 서류전형평가표 중 피고 H의 비고란에 L의 직책인 영업본부장을 뜻하는 '영'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던 점(갑 제8호증, 갑 제23호증) 등을 종합하면, AH은 채용절차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전화통화를 하였다고 보이고, 이는 채용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부정행위에 해당한다.
4) 원고의 착오 인정 여부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채용절차의 공정성'이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피고들이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최종합격자로 선발되는 과정에서 채용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부정행위가 있었다. 그런데 원고는 위와 같은 부정행위가 있었음을 알지 못한 채 피고들을 최종합격자로 선발하고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으므로, 결국 원고는 ‘피고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되었다’는 착오에 빠져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 C는, 법인인 원고의 의사는 당시 대표이사 X의 의사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대표이사 X이 피고 C의 부정행위에 직접 관여하였으므로 원고의 의사표시의 내용과 내심의 의사 사이에 불일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민법 제116조 제1항은 “의사표시의 효력이 의사의 흠결, 사기, 강박 또는 어느 사정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것으로 인하여 영향을 받을 경우에 그 사실의 유무는 대리인을 표준하여 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위 규정은 민법 제59조 제2항에 의하여 법인의 대표에 관하여 준용된다. 따라서 착오를 이유로 한 의사표시의 취소에 있어 어떤 사정에 대한 법인의 인식 여부는 원칙적으로 법인 대표자의 인식이 표준이 된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한 경우 그 행위의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다1805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의 대표이사 X이 인사노무팀장 M에게 피고 C의 자기소개서를 수정하도록 지시하였는바, 이는 X의 업무상배임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고 C의 모친 AJ는 X에게 업무상배임행위를 청탁한 당사자로서 X의 업무상배임행위를 알고 있었고, 피고 C는 모친 AJ와 X 사이의 관계, 자신의 자기소개서에 대한 첨삭 과정 등을 통하여 X의 업무상배임행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리라고 인정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업무상배임행위와 관련하여서는 원고 대표이사 X의 인식을 원고의 인식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피고 C에 대한 채용절차에 관하여도, 원고가 그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부정행위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착오에 빠져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 C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5) 원고의 착오가 중요부분의 착오인지 여부
가) 관련법리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함을 이유로 표의자가 민법 제109조에 따라 그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그 법률행위의 내용의 착오는 보통 일반인이 표의자의 입장에 섰더라면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여겨질 정도로 그 착오가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다12259 판결 등). 의사표시의 착오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이른바 요소의 착오이냐의 여부는 그 행위에 관하여 주관적, 객관적 표준에 쫓아 구체적 사정에 따라 가려져야 할 것이고 추상적, 일률적으로 이를 가릴 수는 없다(대법원 1985. 4. 23. 선고 84다카890 판결 참조).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자는 법률행위의 내용에 착오가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그 착오가 의사표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 즉 만약 그 착오가 없었더라면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 17. 선고 2007다74188 판결 등 참조).
나) 판단기준
① 원고는, 채용절차의 공정성이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 이상 부정행위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민법 제109조 제1항은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의 위 주장은 착오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로 살피지 아니하고 곧바로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② 피고들은 ‘부정행위’와 ‘채용’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만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착오는 ‘피고들이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은 부정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피고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되었다’는 착오에 빠져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러므로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인 ‘원고의 착오가 없었더라면 근로계약 체결을 위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인지 여부는, ’피고들의 부정행위로 채용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이와 달리 ‘피고들의 부정행위’와 ‘원고의 채용’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된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③ 피고들은, 근로계약의 취소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으로서 그 실질이 해고와 동일하므로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거나 중요부분의 착오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해고는 유효하게 성립한 근로계약을 전제로 근로자의 귀책사유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장래에 향하여 해지하는 것임에 반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의 취소는 의사표시의 하자를 이유로 근로계약 체결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의 소멸을 주장하는 것이다.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의사표시에 취소의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그 근로계약의 취소를 주장함에 있어서는 근로기준법 제23조가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④ 피고들은, 대법원 1999. 2. 23. 선고 98다47924 판결을 들어 원고가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로 경제적인 불이익을 입지 않았으므로, 중요부분에 착오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은 재산적 거래만을 목적으로 하는 1회성 계약에 관하여 착오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경제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에 관한 것이다 5). 인격적 성격이 가미된 노무를 제공하고 생활의 근간이 되는 임금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여 인적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계속적 계약인 근로계약은 단지 노무제공과 임금지급의 대가적 관계에 따른 경제적인 목적만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위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⑤ 피고들은,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의 취소가 신의칙에 위배되거나 해고절차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해당하므로, 중요부분의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의 취소가 인정되어서는 아니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원고는 당초 인사규정 제54조 제1항 제6호에 정한 ‘채용결격사유가 발견되었거나 사기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사실이 발견되었을 때’의 직권면직사유에 해당함을 이유로 직권면직처분을 한 사실, 그 이후 관련 행정소송에서 “원고의 인사규정이 정한 직권면직 사유와 징계해고사유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므로 직권면직처분에는 징계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치지 아니하여 절차적 하자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된 사실, 이에 원고는 피고들에게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취소한다는 통지를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관련 행정소송의 판결이 선고된 이후 원고가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의 체결에 관한 원고의 의사표시에 중요부분의 착오가 있었음을 이유로 취소를 주장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원고가 피고들에게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유지할 것이라는 신뢰를 부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원고의 행위가 선행행위에 모순되는 행위라거나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라거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없고,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의 취소가 해고절차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각 피고별 구체적 판단
⑴ 피고 B, E, G, I, J에 대한 판단[노조위원장 K에 대한 금품 교부]
① 위 피고들의 부정행위는 채용절차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K에게 채용을 목적으로 돈을 제공한 것으로서 ‘부정행위의 내용과 정도’가 심각하다. 나아가 피고 J는 부친이 노조위원장 K에게 돈을 교부하고 면접전형에 사용되는 면접평가표를 제공받은 뒤 면접전형에 응하기까지 하였다.
② 위 피고들이 돈을 제공한 노조위원장 K은 사실상 채용절차에 관여할 수 지위에 있었으며, 실제로 일부 채용절차에 관여하기도 하였는바 채용절차가 왜곡될 위험성이 있어 채용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노조위원장 K은 위 피고들의 채용와 관련하여 업무방해죄로 기소되지 않았고(을가 제1호증), L, M 등의 업무방해죄 범죄사실에는 위 피고들의 채용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 그러나 원고의 채용업무를 방해하였음을 이유로 업무방해죄 유죄판결이 확정된 M[인사노무팀장, 징역 10월(갑 제9호증, 을자 제4호증)], V[영업본부 영업처장, 벌금 500만 원(갑 제7호증, 갑 제26호증)], U[영업본부 수송처장, 벌금 500만 원(갑 제7호증, 갑 제26호증)]은 K이 노조위원장으로서 채용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원고의 인사노무팀장 M은 수사기관에서 ‘노조위원장 K이 자신에게 누군가의 합격 여부를 물어보면,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위”라는 표시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갑 제32호증 4쪽), ‘AK, AL, AM, AN, AO, AP이 모두 노조위원장 K의 청탁 대상자였다’는 취지로도 진술하였다(갑 제45호증 16, 17쪽). 원고의 인사노무팀장 M은 특히 ‘K 노조위원장은 대표이사와 동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표이사는 회사의 대표이지만 노조위원장은 직원의 대표이다. 만약 K이 채용과 관련하여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였다면 단지 실무자인 자신에게 이야기를 할 레벨은 아니다’라고 진술하였다(갑 제53호증 5쪽). 원고의 영업본부 영업처장 V는 ‘노조위원장 K으로부터 청탁을 받은 사실이 있는가요’라는 질문에 ‘(K 노조위원장이) 7단계에 응시한 피고 E와 AQ에 대하여 부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AQ이 처음 7단계 응시하였다가 면접시험을 너무 못봐서 불합격시켰는데 이후 8단계에서는 면접시험을 잘 봐서 무난히 합격하였다. 피고 E에 관하여도 노조위원장 K의 부탁을 받기는 하였지만 외모나 성적, 서비스 정신 등이 모두 훌륭하여 다른 면접위원들이 모두 높은 점수를 주어 좋은 점수를 받아 합격하였다.’라고 답변하였다. 원고의 영업본부 수송처장 U은 ‘K은 노조위원장으로서 다른 부서 직원들에게도 합격시켜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자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갑 제52호증 25쪽), ‘면접 전 자신에게 와서 W을 시켜주라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다(갑 제56호증 13, 14쪽).
㉢ 원고의 7단계 신입직 공개채용절차(피고 E, G, I, J)는 ‘서류전형→인적성 평가→면접전형→신체검사→최종합격’ 순으로 진행되어 평가점수 고득점자 순으로 채용예정 인원의 5배수를 선발하였다. 7단계 경력직 공개채용절차(피고 G)는 ‘서류전형→면접전형→연봉협상→신체검사→최종합격’ 순으로 진행되었고, 8단계 신입직 공개채용절차(피고 B)는 80점 이상 중 고득점자 순으로 서류전형합격자를 선발하였다. 위 각 면접전형에서는 서류전형 점수를 합산하지 아니하고 면접전형에서는 면접평가표에 따른 항목별 질문 후 계량화된 척도에 따라 채점한 후 각 면접위원이 부여한 점수의 합계를 평균하여 평균점수 80점 이상 취득자 중 고득점자 순으로 합격자를 선발하였다(갑 제3호증).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면접전형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점 등에 비추어, 앞서 본 바와 같이 노조위원장 K이 면접위원들에게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채용절차가 왜곡될 위험성이 매우 크다.
㉣ K은 피고 J의 부친 T으로부터 돈을 지급받은 다음 피고 J의 면접이 시작되기 전에 이 사건 채용절차의 면접전형에 사용되는 면접평가표를 불상의 방법으로 입수하여 이를 T에게 전달하기까지 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갑 제11호증, 갑 제44호증의 2), 이는 원고의 노조위원장이라는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과 분리하여 설명하기 어렵다.
③ ‘피고들의 부정행위’와 ‘원고의 채용’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피고 B, E, G, I의 점수상으로는 합격순위 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사정은(을가 제5호증, 을가 제6호증) 전형점수나 순위의 사후적인 조작이 없었던 것을 의미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피고 B, E, G, I에 대한 관련 행정소송 제1심에서 ‘부정행위’와 ‘채용’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이유로 직권면직처분이 무효라고 판단되었던 사정(을가 제8호증6), 을자 제1호증 서울행정법원 2019구합71288등)7)만으로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④ 피고 J는, K으로부터 전달받은 면접평가표의 제공이 채용절차의 공정성에 영향을 줄 우려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K이 입수하여 T에게 전달한 면접평가표(갑 제11호증, 갑 제44호증의 2)에는 평가항목, 면접시 질문사항, 평가포인트가 기재되어 있었고, 원고의 7단계 공개채용 면접전형에서 실제 사용된 면접평가표(갑 제43호증)의 내용과 동일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면접시험에 응시하는 지원자로서는 면접전형의 절차를 예상하고 면접의 내용과 평가요소에 관하여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측면에서 다른 지원자에 비하여 현저하게 유리하게 된다. 원고의 7단계 신입직 공개채용절차는 최종 모집예상인원의 5배를 서류전형으로 선발하고 면접전형에서는 서류전형 점수를 합산하지 아니하고 그 자체로 당락을 결정하는 구조이므로 결정적인 영향력이 있고, 피고 J가 지원한 신입직 객실장 면접전형의 예상경쟁률은 2.5:1에 이르렀다(갑 제61호증 19쪽). 면접평가표의 사전 제공은 채용절차의 공정성에 미친 영향의 정도가 중대하다.
⑤ 위 피고들의 부정행위 내용과 정도의 심각성에 비추어 원고가 채용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그러하므로,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한다.
⑵ 피고 C, D, F에 대한 판단[청탁]
① 위 피고들의 부정행위의 내용은 채용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청탁을 하였다는 것인바, 아래와 같이 청탁행위로 인하여 ‘채용절차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친 정도’가 중대하다. 즉, 피고 C는 모친의 청탁으로 서류전형의 평가대상인 자기소개서를 원고의 인사노무팀장 M 등으로부터 수정받아 이를 서류전형에 제출하였으며, M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면접전형에 자기소개서가 제공되었다. 피고 D은 부친의 청탁으로 면접점수 및 순위가 조작되어 불합격자에서 합격자로 변경되었다. 피고 F은 이모 AF의 청탁을 받은 인사노무팀장 M이 서류전형 순위를 조작하여 당초 합격자를 탈락시키는 대신 피고 F을 당초 불합격자에서 합격자로 만들었다.
③ 이에 대하여 피고 C는, 자기소개서의 수정은 채용절차의 공정성에 영향을 줄 우려가 없다고 주장한다. 수정을 의뢰한 자기소개서에는 피고 C의 인적사항 기재가 없었던 점(을나 제12호증 17쪽, 을나 제13호증 3쪽, 5쪽, 을나 제15호증 11쪽, 을나 18호증 1쪽, 을나 제21호증 7쪽, 9쪽, 을나 제27호증 7쪽), 자기소개서를 포함한 서류전형은 외부위탁업체 AG에서 평가하는 점(갑 제3호증, 을나 제14호증, 을나 제27호증), 자기소개서의 평가항목[지원동기/직무관련경험/장단점/입사 후 포부]은 이미 공지되어 있고(갑 제39호증의 1), 전체적인 틀을 유지한 상태에서 수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을나 제10호증의 2, 을나 제29호증), 피고 C는 자기소개서 평가에서 40점 만점에 26점을 받았을 뿐인 점(을나 제14호증), 피고 C는 외국어, 자격증 점수를 포함하여 서류전형 합격자 142명 중 73등의 성적으로 서류전형을 통과하였던 점(을 나제14호증), 피고 C는 서류전형과 별개인 인적성시험 및 면접전형을 통과하였던 점(을나 제27호증)에서 자기소개서 수정은 채용의 공정성이나 결과에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 자기소개서는 서류전형 100점 중 40점이 배정된 평가대상인 점, ㉡ AG은 원고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서류전형 평가를 위탁받은 것에 불과한 점, ㉢ 자기소개서의 평가항목이 공지되어 있더라도 원고가 강조하거나 중점을 두는 부분은 지원자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점, ㉣ 채용절차와 무관한 다른 사람의 조언을 받아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라 원고의 대표이사 및 이 사건 채용절차를 주관하는 인사노무팀장 M을 통하여 자기소개서가 수정되었으므로, 피고 C의 자기평가서는 수정전보다 유리한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 점, ㉤ 서류전형에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 그 이후 절차인 인적성시험이나 면접전형에 지원하지 못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채용의 공정성에 영향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 정도도 중대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 C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④ 피고 C는 원고 대표이사의 조카로서 인사노무팀을 통하여 수정된 자기소개서를 기초로 서류전형을 통과한 뒤 채용되었고, 피고 D, F은 청탁행위로 인한 점수나 순위의 조작이 없었더라면 합격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위와 같이 청탁을 통하여 채용과정에 적극적인 조작행위가 개입된 피고들에 대하여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원고가 노사간의 신뢰관계를 설정하거나 내부질서를 유지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⑤ 따라서 위 피고들의 부정행위가 ‘채용절차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친 정도’의 중대성에 비추어 원고가 채용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그러하므로,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한다.
⑶ 피고 H에 대판 판단[청탁]
① 피고 H의 부정행위의 내용은 부친이 영업본부장 L에게 전화로 ‘잘 챙겨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그 내용과 정도가 심각하다고 보이지 않고, 채용절차의 공정성에 영향을 줄 우려나 채용절차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즉, 피고 H의 입사지원서 출력물에는 수기로 '부-AI-AH-64년생, 모-AR-회사원-72년생, 영업본부장님'이라는 기재가 되어 있다(을아 제11호증). 입사지원서 출력물은 우측하단의 워터마크 기재에 의하면, 입사지원서가 출력된 시기가 2016. 5. 10.경으로서 수기로 이루어진 위 메모는 2016. 5. 10. 이후에 기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고 H에 대하여 면접전형이 진행된 것은 2016. 3.경이고 최종 합격자로 선발한 것은 2016. 4. 18.로서 위 메모의 존재만으로 피고 H의 채용에 관하여 직접적인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서류전형평가표 중 피고 H의 비고란에 L의 직책인 영업본부장을 뜻하는 '영'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갑 제8호증, 갑 제23호증). 그러나 위와 같은 기재만으로 피고 H의 채용에 관하여 직접적으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③ 원고의 영업본부장 L에 대한 관련 형사판결에서는 피고 H가 처음부터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으며 점수나 순위가 조작된 사실이 없고, L이 피고 H의 합격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 H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어 확정되었다(을아 제5호증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노405, 을아 제6호증 대법원 2019도11979)
④ 따라서 피고 H의 ‘부정행위의 내용과 정도’가 심각하다고 볼 수 없고, ‘채용절차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친 정도’가 중대하다고 볼 수 없는 점에서, 원고가 부친의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⑷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 H에 대하여는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반면, 나머지 피고들에 대하여는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한다.
6)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가) 관련법리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는 의사표시의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의미하고(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64995 판결 등 참조), 중대한 과실 유무에 관한 주장과 증명책임은 착오자가 아니라 의사표시를 취소하게 하지 않으려는 상대방에게 있다{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2다25364(본소), 2012다25371(반소) 판결 등 참조}.
한편,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 규정은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참조).
나) 판단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의하면, ‘피고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되었다’는 원고의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① 원고는 채용절차를 진행함에 있어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예컨대, 채용절차를 사전에 공개하도록 하고 채용전형 방법 역시 구체적이고 상세히 규정하였고(갑 제14호증 제7, 9, 10조 등), 매번 공개채용에 앞서 모집분야 및 지원자격 등을 명시하여 채용공고를 진행하였으며, 공고된 내용에 따라 서류전형, 인적성 평가 등 공개채용절차를 진행하였다(갑 제3, 4호증). 또한 원고는 그 취업규칙에서 ‘부정 및 허위 등의 방법으로 채용된 자’를 징계사유 및 직권면직 사유로 규정하여(갑 제16호증 제50조 제1호, 제43조 제2항 제6호),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다. 앞이와 같이 원고는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두어서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를 설계하였는바 객관성, 공정성을 갖추어 채용절차를 진행하도록 감독할 주의의무를 현저히 게을리 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② 채용과정에서 원고의 직원인 대표이사, 인사담당자 혹은 채용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들이 부정행위를 저질렀으나, 원고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이를 알 수 있었음에도 그와 같은 부정한 행위를 방치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
③ 원고가 그 소속 직원의 범죄행위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였다는 점만으로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④ 한편, 원고의 인사노무팀장 M이 피고 F의 이모 AF에 대한 이성적 호감에 기하여 점수조작행위를 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M의 점수조작행위는 AF가 M에게 피고 F의 지원사실과 이름을 밝혔기 때문인 점에서 AF의 촉발, 유발 등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7) 피고 E의 취소권 행사의 제척기간 도과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 E는, 원고의 착오로 인한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이루어져야 함에도 그 제척기간을 도과하여 취소권을 행사하였으므로, 제척기간이 도과되어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원고는 2018. 6. 5.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피고 E의 채용 청탁 혐의가 담긴 문서를 받은 사실(갑 제2호증), 원고는 그로부터 3년 이내인 2021. 4. 14. 피고 E에게 근로계약 취소 통지서를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하여 전송한 사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무렵 피고 E가 이를 확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의 취소권 행사는 제척기간 내에 이루어졌다고 판단된다.
피고 E는 위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갑 제19호증의 2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 E에게 착오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취소하는 내용의 내용증명 우편을 보냈으나 내용증명 우편이 폐문부재로 반송된 사실은 인정된다(갑 제19호증의 2). 그러나 원고는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하면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하였고 통상 카카오톡 메시지는 읽을 경우에 ‘1’ 표시가 사라지는데 원고가 2021. 4. 15. 이 사건 소장에 첨부하여 제출한 갑 제2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카카오톡 메시지의 ‘1’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 피고 E는 이 사건 소가 제기된 2021. 4. 15. 이전에 착오를 이유로 한 근로계약 취소의 의사표시가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신한 것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 E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소결론
1) 원고와 피고 B, C, D, E, F, G, I, J와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은 착오를 이유로 이를 취소한다는 원고의 의사표시가 위 피고들에게 도달함으로써 적법하게 취소되었다. 위 피고들은 더 이상 원고의 근로자가 아니고 피고들이 이에 대하여 다투는 이상 이를 확인할 이익도 있다.
2) 원고와 피고 H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의 체결에 관한 원고의 착오는 중요부분의 착오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는 그 착오를 이유로 피고 H에 대한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 피고 H는 여전히 원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
III. 결론
원고의 피고 B, C, D, E, F, G, I, J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피고 H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피고 B, E, F, G, I, J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위 피고들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주문과 같이 위 피고들이 원고의 근로자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제1심판결 중 피고 C, D, H에 대한 부분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피고 H에 대한 항소 및 피고 C, D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윤강열(재판장), 정현경, 송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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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7차 공개채용 이후 도입되었다.
2) 원고는 2018. 2.경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었고, 2019. 2.경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변경 지정되었다.
3) 을차 제4호증 8쪽
4) 행정소송 1심 재판 과정에서는 이 사건에서 제출된 피고 D에 대한 2018. 3. 24.자 참고인 진술조서(갑 제28호증), Z에 대한 2018. 3. 26.자 참고인 진술조서(갑 제29호증), V에 대한 2019. 5. 9.자 피의자신문조서(갑 제31호증), M에 대한 2018. 4. 5.자 피의자신문조서(갑 제32호증) 등이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것을 보인다.
5) 대법원 98다47924 판결은 군유지로 등기된 군립공원 내에 건물 기타 영구 시설물을 지어 이를 군에 기부채납하고 그 부지 및 기부채납한 시설물을 사용하기로 약정하였으나 후에 그 부지가 군유지가 아니라 주민들의 총유로 밝혀진 사안에서, 군수가 여전히 공원관리청이고 기부채납자의 관리권이 계속 보장되는 점에 비추어 소유권 귀속에 대한 착오가 기부채납의 중요 부분에 관한 착오라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이다.
6) 을가 제7호증이 ‘M 증언녹취서’이고, 을가 제8호증이 ‘서울행정법원 2019구합71288 판결서’이다.
7) 관련 행정사건 제1심은 직권면직사유로 규정된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자’를 해석함에 있어 인사규정의 문언상 부정한 방법과 채용 사이에 인과관계가 요구된다고 해석하여야 함을 전제로 부정행위와 채용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고, 항소심에서는 절차상 위법을 이유로 직권면직처분이 무효라고 판단되었다(을자 제6호증의 1 서울고등법원 2020누55819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