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제 떠오른 주 4.5일제 “중요한 건 실노동시간 단축”
조기대선 국면에서 ‘주 4일 근무제 혹은 주 4.5일 근무제’가 쟁점화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선공약으로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2월 임금 감소 없는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를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근로시간 단축 없는 주 4.5일제를 대선공약으로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주 4.5일제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나온 방안인 만큼 실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감대 형성된 주 4일제
근로시간 단축은 오래된 노동정책 과제다. 근로시간이 길수록 노동자의 건강권은 위협받고 일과 삶의 균형, 일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근로시간을 줄이는 건 세계적 추세다. 2021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의 공동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고 위험이 50% 증가한다. 12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은 사고 위험이 두 배 증가한다.
우리나라도 더디지만 근로시간 단축이 추세다. 2013년 2천71시간에서 2023년 1천874시간으로 줄였다. 다만 세계와 비교할 때 여전히 높은 수치다.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연평균 노동시간은 1천742시간이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1년에 130시간 더 일한다. 하루 8시간 기준 16일 더 일하는 셈이다.
여전히 장시간 노동은 해결해야 할 과제이고, 사회적인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그 방법으로 주 4일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와 양대 노총 등 시민·노동·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주4일제 네트워크가 지난 3월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6.8%가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주 4일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58.1%가 찬성했다.
산업 특성·근무형태 등 감안해야
사각지대 노동자 대책도 중요
‘격주 4일제, 주 35시간제, 주 4.5일제’ 보기를 두고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경기도·전북도 등 지방자치단체는 도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시범실시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도 임금 감소를 조건으로 한 주 4일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카카오·CJ ENM·SK텔레콤·등에서 격주 금요일에 유급 휴일을 부여했다. 다만 포스코·카카오·에듀윌은 주 5일제로 회귀했다.
산업, 근무형태, 노동의 특성을 감안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1일 노동강도가 높고 야간노동을 해야 하는 산업 종사자의 경우 현재 논의가 집중되는 ‘1일 노동시간 단축’보다는, 출근일을 줄여 ‘바짝 일하고 휴일을 더 늘리는’ 방향의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 4일제 논의에서 배제될 노동자들도 있다. 5명 미만 사업장이나 초단시간 노동자,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에게는 근로시간 단축과 노동권 보장을 위해 연차를 보장하는 등의 방식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진 일하는 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소장은 “초단시간 노동자,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등 불안정 노동자들의 경우 논의에서 빗겨나 있다”며 “이들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지원할 수 있는 정책과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근로시간 단축 아닌 확대·유연화 방점
정치권에서는 ‘주 4일제’ 논의가 나왔지만, 근로시간 단축보다는 증가에 방점이 찍혀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근로시간 단축 없는 주 4.5일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일은 하루 9시간 노동을, 1일은 하루 4시간 노동을 통해 4.5일제를 맞추겠다는 안이다. 이와 함께 주 52시간제 폐지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도 최근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에 한해 주 52시간제 적용을 제외하는 방식의 입법안을 검토하다 물러선 바 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4.5일제를 핑계로 유연근로제를 확대하면서 주 52시간제를 풀겠다는 것은 장시간·압축노동을 조장하겠다는 꼼수일 뿐이다”며 “근로시간 주 최대 69시간 제도를 추진했던 윤석열대 통령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주 4일제 요구의 핵심은 노동시간 단축”이라며 “법정 근로시간 단축 없는 주 4.5일제와 유연근로제는 노동자의 쉴 권리 확대와는 무관하며 노동자의 건강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근로시간 단축 없는 주 4.5일제와 유연근로제, 주 52시간제 폐지는 국민의힘에서 주장해 왔던 연장근로 정산단위 확대 주장과 다르지 않다”며 “금요일 오후 시간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한다는 의미는 있겠지만 주 52시간제 폐지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임세웅 기자 ims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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