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유력’ 민주당과 정책 밀도 높이는 노동계
노동계가 6·3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의 밀도를 높이고 있다. 사용자 범위와 노동자 범위를 모두 넓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에서 켜켜이 쌓인 노동정책과 사회전환 개혁의제 추진에 손을 맞잡는다.

민주당 창당에 지분이 있는 한국노총은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재명 후보와 정책협약을 체결하면서 노동정책 추진을 넘어 이행점검체계 구축까지 합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즉시 정책협약 이행을 점검하고 노동사회 주요 현안 등 의제를 논의하는 정례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요구를 넘어 직접 ‘노동존중’ 국정운영을 감시하겠다는 의미다.

한국노총-민주당, 정책협약 이행 위해 정례협의
민주노총 대선요구안 발표, 민주당에도 전달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3년의 시간을 지나 다시 이재명 후보와 정책협약을 맺게 됐다”며 “저항하고, 버티고, 이를 악물고 이겨 낸 시간이었다. 한국노총의 3년과 이 후보의 3년, 국민의 3년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사회 곳곳이 퇴행했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함께 고초를 겪었다는 동질감을 높이는 표현인 셈이다.

이재명 후보는 “오늘의 정책협약식은 우리의 연대와 협력을 말이 아닌 구체적 현실로 바꿔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대한민국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차별과 사각지대 없이 보호받고, 산업전환과 기후위기 속에서도 새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저와 민주당이 힘쓰겠다”고 했다.

이날 민주노총도 대선요구안을 발표했다. 정치권 전반을 향한 요구지만 집권이 유력한 민주당에도 요구안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세계노동절대회 무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을 반국가세력이라 칭하며 혐오를 조장하고 탄압한 윤석열은 화물노동자의 안전운임제와 건설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로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고 회계공시로 노조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했다”며 “복합적 시대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노조할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고 사회공공성을 강화하고 초기업교섭과 노정교섭을 통해 사회 양극화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대 노총 “노조할 권리 확대로 사회불평등 해소”

양대 노총의 요구는 노동기본권 확대와 사회공공성 강화, 차별금지법 제정과 개헌 등으로 압축된다. 양대 노총 모두 사각지대 없는 보편적 노동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요구에 올렸다.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초기업교섭 제도화,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 도입,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등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한국노총은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는 반면,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 개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양대 노총은 노조할 권리 확대를 통한 사회불평등 해소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노총은 민주당과 함께 사회연대 교섭체계를 확산하기 위해 산업과 지역·업종단위 단체협약의 효력을 확장하고, 공공부문에서 모범적 산업·업종·지역단위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모델을 구축하고 넓히기 위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초기업교섭을 제도화하자는 요구를 수년째 꾸준히 하고 있다.

양쪽 모두 포괄적 차별금지제도와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도 한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은 성평등·인권사회를 구축하자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명시적으로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정책협약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시하진 않았으나 사각지대 없는 보편적 노동권을 보장하자는 과제를 해설하면서 “정치·경제·사회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받지 않고 살 권리를 보장” “불합리한 차별을 예방” “차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추진” 등 차별금지법을 시사하는 표현을 담았다. 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을 감안해 표현을 정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협약 체결로 ‘집행력’을 강화한 한국노총과 달리 민주노총은 정치권 일반에 요구를 선언했다. 하지만 향후 민주당과의 정책협약을 체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봉에 선 노동계가 광장정치의 구체적 요구를 집권이 예상되는 민주당에 전달하는 ‘채널’이 더욱 공고해질 여지도 남아 있다.

노동 침묵 깬 이재명 “초기업교섭·노조법 개정 추진”

노동계 대선요구가 집약된 이날 이재명 후보는 침묵을 깨고 노동공약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 후보는 노동절을 맞아 SNS에 “우리 노동이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며 저성장과 산업전환, 노동법 보호 밖의 노동자 확대를 지적하고 “미완의 노동과제를 해결하고 미래 노동 대전환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일하는 사람의 보편적 노동권 보장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등 규제정책 도입 △법적 정년연장 추진 △초기업교섭 활성화 및 단체협약 효력확장 △노조법 2·3조 개정 △생애 1회 구직급여 등 청년 노동권 보호 △상병수당 시범사업 등 아프면 쉴 권리 보장 △노동법원 설치 △근로자의 날 노동절 개칭을 강조했다. 지방공무원에게 노동 관련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한다는 공약도 내놨다. 경기도지사부터 내세운 정책이지만 산재예방 실효성을 두고는 논란이 예상된다.

이재·임세웅 기자

이재 기자 jae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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