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임기제 전무의 임기만료 이후 전무로 재임용하지 않고 직급에 맞는 다른 보직을 부여한 인사조치는 부당보직해임 및 부당전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서울행법 2023구합86690 (2025. 3. 20.)
* 사건 : 서울행정법원 제14부 판결 2023구합86690 부당보직해임등 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 A 농업협동조합
* 피고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B
* 변론종결 : 2025. 2. 27.
* 판결선고 : 2025. 3. 20.
[주 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23. 10. 16. 원고와 피고 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23부해****부당보직해임 및 부당전보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 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1993. **. *. 농협에 입사한 뒤 2016. *. *.경 원고에 전입하여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기제 전무'의 보직을 받았고, 2019년 및 2021년 2차례 재임용되었다.
나. 참가인의 전무 임기만료일인 2023. 3. 31.을 앞두고 2023. 3. 17. 개최된 원고 이 사회에서 참가인의 전무 재임용에 관한 안건이 논의되었으나 부결되었다. 이에 따라 원고는 참가인의 전무 임기가 종료된 이후인 2023. 4. 5. 참가인의 보직을 전무에서'기획역'으로 변경하였고, 같은 날 참가인을 A농협 주유소장으로 배치하면서 2023. 4. 10.까지 인수인계를 마치도록 하였다(이하 위 보직변경 및 전보조치를 통틀어 '이 사건 인사조치'라 한다).
다. 참가인은 이 사건 인사조치가 부당보직해임 및 부당전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구제신청을 하였고,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7. 21. 원고가 참가인에게 2023. 3. 17.자로 행한 보직해임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2023. 4. 10.자로 행한 전보조치는 부당한 보직해임의 후속 조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전남2023부해***호).
라. 원고가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10. 16.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중앙2023부해****호,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대기발령, 직위해제, 배치전환, 전직 또는 전보처분 등의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고,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며,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사용자의 인사명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는 업무상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과의 비교 · 교량하고, 근로자와의 협의 등 인사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다64833 판결 참조).
나. 인정사실
1) 원고 내의 '전무'는 조합장의 명을 받아 원고의 업무를 처리하는 간부 직원을 말한다(원고 정관 제61조). 원고 직제규정의 '일반직 직급표'는 일반관리직의 경우 4급 직원부터 전무를 보좌하여 조합의 업무를 분장하는 간부 직원인 '상무' 보직을, 그 이상의 3급, M급 직원의 경우에는 '전무' 보직을 맡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 조직도상 전무는 원고 대표자인 조합장의 바로 아래에서 자신의 산하에 기획총무계, 여 ·수신과, 주유소, C, 경제사업소 등 5개 사업부를 두고 그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다. 일반 직원들과 달리 전무는 연봉제 급여의 적용을 받는다(원고 직원급여규정 제27조 등).
2) 원고 인사규정에 의하면, 전무 보직은 원칙적으로 2년 임기의 임기제로 운영하는데(제79조 제1항), 이는 전무에 대해 일정 임기를 보장하되 그 임기 동안의 계량부문 및 비계량부문에 대한 다면평가 결과를 전무 임면에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제78조). 다면평가 결과는 매 결산기별로 총 100점 만점(계량부문 80점, 비계량부문 20점, 가감점 ±5점)의 평가를 하고 그 평가득점 합계의 평균 점수에 따라 '탁월(90점 이상)', '우수(80점 이상)', '보통(70점 이상)', '미흡(70점 미만)'의 4등급으로 구분된다(제80조, 제81조, 제82조). 전무의 임면권을 가진 조합장은 위 다면평가결과를 참고하여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전무 재임용 여부를 결정한다(제83조 제1항).
3) 참가인은 2016. 3. 2. M급 간부 직원으로 승진한 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원고의 임기제 전무 보직을 받았고, 2019년 및 2021년 전무 보직에 각각 재임용되어 최종 임기는 2023. 3. 31.까지였다. 참가인은 2019년 재임용 당시에는 다면평가 결과 84.29점, 2021년 재임용 당시에는 다면평가 결과 88.96점으로 각 '우수' 등급을 받았다.
4) 원고는 참가인의 임기만료일이 다가오자 2023. 2. 20.경 참가인에 대한 다면평가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참가인은 2021년 및 2022년 평균 84.15점의 '우수' 등급을 받았다.
5) 참가인은 2023. 3. 6.경 (비실명화로 생략) 소재 식당에서 원고의 비상임이사 D, 감사 E와 술을 마시던 중 언쟁을 벌였고, D는 같은 날 원고 임원들이 소속된 단체대화방에 '참가인이 소주병으로 가격하겠다고 하였다'는 내용을 포함하여 참가인의 행동을 지적하면서 참가인의 직무정지를 요청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6) 원고는 2023. 3. 13.경 임원들에게 참가인의 전무 재임용 여부가 안건으로 포함된 2023년 제3차 정기이사회(2023. 3. 17.) 개최 통지를 하였다. 위 이사회 개최를 앞둔 2023. 3. 16.경 '참가인이 수차례 조합원 및 임원들과 불화가 있어 조합원 간 화합을 저해하고 협동조합 본연의 정신을 추구할 능력을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재임용 안건을 부결하여 달라는 내용으로 원고 조합원 약 140명(전체 조합원은 약 1,250명)이 서명한 건의서가 제출되었다.
7) 2023. 3. 17. 이사회에서 참가인의 재임용 여부 안건이 표결 결과(부결 4명, 가결 2명, 기권 1명) 부결되었고, 원고는 그 후속조치로 참가인의 보직을 전무에서 기획역으로 변경하고 참가인을 주유소장으로 배치하는 이 사건 인사조치를 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4, 6, 8호증, 을가 제1호증, 을나 제1~7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이러한 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5, 7, 9호증, 을나 제8~18호증의 각 기재, 증인 F, G의 각 서면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여러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인사조치는 인사권자인 원고가 가지는 광범위한 재량의 범위 내에서 업무상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있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인사조치는 참가인이 전무 보직의 임기를 수행하던 도중에 그 보직을 박탈하는 조치가 아니라, 참가인의 정해진 전무 보직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참가인에게 전무 보직을 다시 부여하지 않기로 한 조치에 불과하므로, 통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던 도중에 비위혐의 적발 등을 근거로 이루어지는 '보직해임'과 유사한 정도의 침익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처럼 기존 보직의 임기가 만료되어 해당 보직을 다시 부여할지 여부에 관해서는 정해진 임기 도중에 보직을 박탈하는 경우에 비하여 사용자에게 훨씬 큰 결정재량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같이 보는 것이 전무 보직을 '임기제'로 운영하여 매 임기 종료시마다 업무수행에 대한 평가결과를 전무 임면에 반영하고 이사회 심의 등을 거쳐 재임용을 결정하도록 하는 원고 인사규정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나) 특히 원고 내에서 전무는 조합장 바로 다음의 지위에서 원고 전체 사업부문의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는데, 전무가 원고의 이사 등과 같은 '임원'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전무의 포괄적인 권한 및 책임 범위 등에 비추어 원고가 전무 보직의 재부여 여부에 관하여 가지는 결정재량의 범위는 일반적인 직원들에 대한 것보다 훨씬 크다고 보아야 한다. 비록 원고 내에서 참가인 이전에는 전무 재임용이 부결된 사례를 찾아볼 수 없기는 하나, 이는 종전에 전무 보직을 부여받은 직원들이 정년을 불과 2~3년 앞두고 전무 보직을 부여받아 정년에 이르기까지 1회 임기 혹은 이를 약간 초과하는 정도의 기간만을 근무하고 퇴직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보이므로, 원고 내에서 전무 보직이 한 번 부여되면 그 임기를 계속 연장하여 직위를 보장하는 관행이 형성되어 있었다거나, 참가인에게 지위 보전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부여되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참가인의 경우에는 전임자들과 달리 이미 2회에 걸쳐 재임용되어 전무로 재직한 기간이 무려 7년에 이르는 상황이었다.
다) 참가인이 2023. 2. 20.경 실시된 다면평가 결과 평균 84.15점으로 '우수' 등급을 받았고, 해당 점수 및 등급이 종전에 참가인이 재임용되었을 당시의 평가 점수 및 등급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고 인사규정은 다면평가 결과를 전무 임면에 반영하거나 '참고'하도록 하고 있을 뿐, 전무 임면 자체가 해당 평가결과에 기속되도록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앞서 본 원고 내 전무의 위상, 권한 범위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인사권자는 전무의 임면에 관하여 다면평가 결과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일반적인 평판, 직장 내 인사 수요와 상황, 전체적인 조합 운영 방향 등의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참가인이 우수한 평가등급을 받았다는 점만으로 전무 재임용이 사실상 보장되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참가인이 전무로 재임용되지 못한 것은 인사권자인 조합장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원고 인사규정이 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사회 의결을 거쳤는데도 이사회에서 재임용 안건이 최종적으로 부결되었기 때문이다. 원고 이사회에서 참가인이 우수한 평가등급을 받았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재임용을 앞두고 참가인과 이사 1인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하였고 전체 조합원 중 10%가 넘는 상당한 수의 조합원들이 참가인의 전무 재임용을 반대하는 취지의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참가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을 근거로 찬반 의견이 서로 대립한 끝에 최종적으로 해당 안건이 부결된 것으로 보인다.
마) 전무 재임용에 관하여 원고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사회에서 전무 보직 적합성을 심의 · 의결할 때 '참가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는지의 여부'는 실제 폭행행위가 있었냐는 사실인정의 문제가 아니라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 자체에 대한 가치평가의 문제로서, 각각의 이사는 참가인이 전무 보직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모든 자료를 종합하여 전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재임용 거부를 정당화하기 위해 반드시 형사처벌이나 징계처분 등의 전력이 있어야만 한다고 볼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D 이사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나 조합원들이 제출한 건의서 등이 완전히 허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참가인은 D 이사가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였다며 고소하였으나, F의 서면증언에 의하면 해당 사건에 대하여 무혐의 처분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원고 직원들이 참가인의 비위에 대하여 제출한 사실확인서(갑 제6호증의 1)가 모두 동일한 부동문자로 출력되어 서명만을 받은 것으로서 그 신빙성을 높게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사들의 발언과 다수의 조합원들이 제출한 재임용 반대 건의서 등을 토대로 이루어진 이사회 의결 자체가 현저히 부당하게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이는 참가인이 제출한 다른 자료들을 모두 살펴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바) 이 사건 인사조치는 근로자인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조치가 아니라 단지 전무의 보직을 부여하지 않는 것에 불과하여, 참가인은 여전히 원고 내에서 가장 높은 직급인 'M급 직원'에 따른 대우 및 보직을 부여받고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인사조치로 인해 참가인이 원고 직원급여규정에 따른 연봉제 급여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기는 하나, 참가인은 여전히 자신의 직급(M급) 및 호봉(40호봉)에 따른 급여를 받게 되고, 특히 참가인에 대한 급여지급 내역(갑 제7호증)에 의하면 참가인이 이 사건 인사조치 이후 지급받은 월별 보수액(약 530만 원)이 이 사건 인사조치 직전인 2023년 2월경 지급받은 보수액(약 550만원)과 현저한 차이를 보이지도 않는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참가인이 이 사건 인사조치로 입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히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2) 위와 같이 참가인을 전무로 재임용하지 않은 것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이상, 참가인을 주유소장으로 전보한 조치 역시 참가인의 직급 내에서 가능한 보직을 새롭게 부여한 것으로서 부당한 전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그런데도 이 사건 인사조치를 부당한 보직해임과 부당전보라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패소한 피고가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