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옥’ 건설노동자 57.3% ‘2시간마다 20분’ 못 쉰다
“건설현장 철근공정은 최상부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그늘 한 점 없고, 철근은 만질 수 없게 뜨겁다. 사용자쪽은 철근을 다룰 어떤 장구도 지급하지 않고 어깨보호대와 장갑도 개인의 사비로 구입한다. 달궈진 철판의 열기와 작렬하는 태양, 어깨를 짓누르는 무겁고 뜨거운 철근이 있는 건설현장은 불지옥이다.”
철근공으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이욱순씨의 말이다. 폭염시 2시간 작업마다 20분씩 휴식하는 개정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 시행 뒤 건설현장 휴게시간 시행이 기존보다 두 배가량 늘었지만 여전히 절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노조는 29일 정오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7일 개정 안전보건규칙 시행 이후 25~27일 3일간 건설노동자 976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 폭염특보(체감온도 33도 이상)시 42.7%가 정기휴식을 부여받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안전보건규칙 개정 전 1시간마다 10~15분씩 휴식하던 비율(최대 2022년 26.3%)보다 늘어난 수치지만 여전히 절반에는 미치지 못해 절반 이상은 폭염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응한 노동자가 공공공사나 아파트 같은 대형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휴식 부여 비율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게다가 2시간마다 휴식은 건설현장 현실과 비춰 길다는 지적이다. 응답자 65.1%는 ‘2시간마다 20분 휴식’ 법제화에 대해 “1시간마다 쉬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잘 지켜지도록 정부 관계당국이 관리·감독해야 한다”(41.3%)는 응답보다 많았다.
폭염에 따른 생계 곤란도 호소했다. 응답자 가운데 올해 6~7월 폭염에도 쉬지 않았다는 응답자는 411명(56.5%)으로 나타났지만 △1일 이내 휴업 91명(12.5%) △2~3일 휴업 98명(13.5%) △4~5일 휴업 50명(6.9%) △6일 이상 휴업 77명(10.6%) 등 폭염으로 일하지 못한 경험이 만연했다. 이런 휴업은 자발적 실업이 아니라 사용자쪽이 결정하는 것이라 일용직인 건설기능직에게는 사실상 하루 실업이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35도 이상 야외 작업 중단을 권유한 뒤 실제 건설현장에서 작업중단 지시가 잇따랐다”며 “일용직인 건설노동자로서는 마냥 반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개정 안전보건규칙의 예외조항도 문제다. 강한수 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사무처장)은 “연속공정은 2시간마다 20분 휴식을 주지 않아도 되는 예외로 남아 있고 그 예로 건설현장 타설공정을 들고 있다”며 “타설노동자도 시간이 되면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현장을 들여다보지도 않은 정부가 책상머리에서만 일한다”고 비판했다. 안전보건규칙은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붓는 작업인 타설을 두고 작업 시작 뒤 물량 종료까지 연속으로 일해야 한다며 휴식시간 부여 대신 보냉장구를 지급하면 예외가 인정된다고 정했다.
이재 기자 jae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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