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한경협 만난 민주당 “네거티브 규제 필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경제인협회를 만나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용유연성을 강화해 달라는 재계 요구에는 사회 안전망 구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특별법이 촉발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논란에 대해서는 총노동시간을 연장하지 않은 채 고시 개정 등 행정부가 책임지고 재량을 발휘할 부분이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5일 오후 국회에서 류진 한경협 회장 등과 만나 민생경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과 한경협 공개 간담회가 10년 만이라는데 못 만날 이유가 어딨느냐”며 “지향은 다를 수 있으나 필요한 것을 대화로 조정하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대로(두고) 그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경협 전신인 전경련이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농단에 가담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한 사실이 드러난 뒤 거리를 둬 왔다.
이 대표는 국가가 주도하는 대규모 기업투자 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개별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투자 또는 위험성이 높은 영역에 대한 투자를 국부펀드나 국민펀드 등 국가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10년이 너무 길었고, 대기업 위주로 협회를 운영한다는 지탄을 받아들여 대기업 뿐 아니라 작은 기업, 모든 기업을 위해 뛰고 골목상인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규제완화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민주당과 한경협은 대·내외적 경제위기에 공감하고 K칩스법과 에너지 3법, 인공지능 투자 조세제한 특례법 개정 등과 관련해 환담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한경협은 환율 변동성을 낮추고 정책금융을 활발히 운영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반도체특별법 여야 대타협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 우려 △규제 정비 요구 등을 전달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주 52시간 상한제 관련한 내용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고 쟁점으로 표현됐다”며 “일부 쟁점이 있지만 대타협 물꼬를 터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할 수 있는 것을 규정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금지행위를 규정한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하고, 국민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규제는 꼼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조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재계의 오랜 요구인 고용유연성 강화에 대해서는 안전망 구축을 강조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기업은 고용유연성을 높이는 게 현재 고용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요청했고, 고용유연성 확대는 안전망 구축과 동시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며 “하루아침에 진전되기는 어려워 공론화 과정을 충실히 밟되, 노사 간 이해가 부족하고 오해가 깊어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재 기자 jael@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