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질병 처리기간 단축’ 새 정부 신속과제 되나
국정기획위원회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업무상 질병 처리기간 단축’을 신속과제로 추진할 것을 대통령실에 제안했다. 산재 감소에 주력하고 있는 이 대통령에 국정기획위가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브리핑룸에서 “지난해 기준 업무상 질병 처리기간은 평균 227.7일로 ‘너무 길다’ ‘장기화된다’라는 지적들이 계속 있었다”며 “이번 제안 내용에는 산재 처리방식을 개선해서 처리기간을 2027년까지 평균 120일로 단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특별진찰 제외·간소화

국정기획위가 노동 문제를 신속과제로 꼽은 건 처음이다. 국정기획위는 그간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저소득층 긴급복지 지원예산 확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등을 신속과제로 제안해 왔다. 이날 업무상 질병 처리기간 단축과 함께 행정수도 세종 완성도 언급됐다.

업무상 질병 처리기간 단축의 구체적인 방안을 설계한 건 사회1분과(분과장 이찬진, 고용노동팀장 이용우)다. 먼저 사회1분과는 근로복지공단에 주요 업무상 질병 처리를 위한 전담팀을 설치하자고 했다. 공단 64개 지사에 근골격계질환 전담팀을 만들고, 공단 서울본부에는 ‘업무상 질병(직업성 암) 집중화 센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근골격계질환은 전체 업무상 질병(지난해 3만8천219건)의 50.8%를 차지한다. 정부 조직을 강화하자는 대안인데, 인력 충원과 교육훈련 등 제반 요건이 필요한 사안이다.

건설 용접·미장, 중량물 배송, 환경미화 등 근골격계질환을 포함해 자료가 축적된 업종은 특별진찰에서 제외하자고도 했다. 특별진찰을 하더라도 현장조사 간소화, 비대면 상담 확대 등으로 소요기간을 단축하는 보완도 내놨다. 특별진찰은 산재 처리 장기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받아 왔고, 지난해 특별진찰이 실시된 업무상 질병(2만3천713건) 중 54.2%가 근골격계질환이었다. 사회1분과는 특별진찰을 하지 못한 사안에 대해서는 매년 7~9월 집중 처리기간을 운영해 풀자고 제안했다.

질병판정위 심의 생략 늘리고 불복절차 개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 심의를 간소화하는 대책도 나왔다. 현행 질병판정위는 특별진찰 결과 업무관련성이 ‘매우 높음’인 경우에만 심의를 생략하는데, ‘높음’이어도 심의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안이다. 사회1분과는 업무상 재해 추정 대상 질병도 심의를 생략하자고 제시했다. 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운영규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 가능하다.

공단이 산재를 불승인한 뒤 불복절차도 길다고 봤다. 현행 산재 불승인 재심사 처리기간은 60일이지만, 사회1분과에 따르면 평균 108일이 소요된다. 이 기간을 준수하고, 불필요한 상소 제기를 막기 위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사회1분과 의견이다. 더불어 업무상 재해 추정 제도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는 근골격계·뇌심혈관계·직업성암·정신질병 4개 질병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업무상 재해로 추정하고 있다.

사회1분과가 업무상 질병 처리 절차마다 기간 단축 장치를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이를 대통령실에서 신속과제로 받으면 고용노동부와 공단은 TF 운영 등 과제 이행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노동부가 업무상 질병에 대한 신속 판단 가이드라인을 먼저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찬진 사회1분과장은 “다수 중소·영세사업장 소속 재해자의 경우 처리기간이 장기화하면 생계 문제 등으로 업무 복귀가 불가피하고, 그로 인해 질병이 악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이번 제안이 현실화하면 특히 취약 사업장 및 업종 노동자에 대한 빠른 보상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강한님 기자 sse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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