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2항 적용의 전제가 되는 ‘실질적 고용관계’에 대하여 판단한 사례
서울북부지법 2023고단3217 (2024. 9. 11.)
* 사 건 : 서울북부지방법원 판결 2023고단3217 가. 업무상과실치사 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 피고인 : 1.가.나. A 2.가. B 3.가.나. C 4.나. D 주식회사 5.나. E 주식회사
* 검사 : 김승곤(기소), 정일두, 이안나(공판)
* 변호인 : 법무법인 세결(피고인 A, D 주식회사를 위하여)
담당변호사 노승진
* 판결선고 : 2024. 9. 11.
[주 문]
[피고인 A]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B]
피고인을 금고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C]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D 주식회사]
피고인을 벌금 300만 원에 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 E 주식회사]
피고인을 벌금 300만 원에 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 E 주식회사는 서울 광진구 F에 본점을 두고 금속구조물 설치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서울 노원구 G 소재 ‘H학교 교문 환경개선공사’를 서울북부교육청 H학교로부터 도급받아 2022. 7. 25.부터 2022. 8. 19.까지 시공하는 사업주이고, 피고인 D 주식회사는 김포시 I에 본점을 두고 금속구조물, 창호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H학교 교문 환경개선공사 중 정문, 후문 설치공사’를 피고인 E 주식회사로부터 도급받아 시공하는 사업주이고, 피고인 C는 E 주식회사의 위 ‘H학교 교문 환경개선공사’ 현장소장으로서 위 현장에 대해 도급인의 근로자와 수급인의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이고, 피고인 A은 D 주식회사 소속으로 위 ‘H학교 교문 환경개선공사 중 정문, 후문 설치공사’의 현장소장으로서 위 현장 소속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하여야 할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고, 피고인 B은 위 ‘H학교 교문 환경개선공사 중 정문, 후문 설치공사’의 굴착기 운전기사이다.
1. 피고인 A, 피고인 C, 피고인 B
사업주는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 또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안전모를 작업하는 근로자 수 이상으로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하여야 하고,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작업에 따른 추락ㆍ낙하ㆍ전도ㆍ협착 및 붕괴 등의 위험 예방대책 등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하고,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에 단위화물의 무게가 100킬로그램 이상인 화물을 싣는 작업 또는 내리는 작업을 하는 경우에 해당 작업의 지휘자에게 작업순서 및 그 순서마다의 작업방법을 정하고 작업을 지휘하도록 하여야 하고, 사업주는 차량계 건설기계를 그 기계의 주된 용도에만 사용하여야 한다.
한편,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피고인들은 2022. 8. 4. 09:30경 서울 노원구 G에 있는 ‘H학교 교문 환경개선공사 중 정문, 후문 설치공사’ 현장의 H학교 정문 앞에서, 화물차에 적재함에 적재된 철제 H빔(총 길이 5m, 무게 약 495.196kg)을 피해자 J(남, 61세)이 섬유로프로 묶어 굴착기 고리에 걸면, 굴착기 기사인 피고인 B이 굴착기 조정을 하여 위 자재를 화물차에서 내리는 작업을 하게 하였다.
이러한 경우 피고인 A 및 피고인 C에게는 피해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하여 착용하게 하여야 하고, 위험 예방대책 등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여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하고, 해당 작업의 지휘자에게 작업순서 및 그 순서마다의 작업방법을 정하고 작업을 지휘하도록 하여야 하고, 인양 목적에 맞는 크레인을 사용하여야 하고, 피고인 B에게는 묶여 있는 H빔이 떨어질 위험이 없는지 확인하고, H빔이 떨어질 경우 피해자가 다치지 않도록 작업반경 밖에 위치해 있는지 확인한 다음 작업을 하여 안전사고를 방지하여야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이를 게을리 한 채 작업 중 H빔을 묶었던 섬유로프가 갑자기 풀리면서 H빔이 피해자의 머리 및 얼굴부위로 떨어져 깔리게 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피해자가 두개골 골절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피고인 A, 피고인 C는 공모하여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피고인 D 주식회사
피고인은 제1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의 사용인인 A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 기재와 같이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3. 피고인 E 주식회사
피고인은 제1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의 사용인인 C가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 기재와 같이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제2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C, E 주식회사의 진술기재
1. K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입건전조사보고서(증거목록 순번 16)
1. 현장감식결과보고서, 변사자조사결과보고서, 현장파일보고서
1. 시체검안서, 부검감정서
1.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공사계약서, 내역서, 거래명세표
1. 각 현장사진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 피고인 A: 형법 제268조, 제30조(업무상과실치사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본문,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2항, 형법 제30조(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근로자 사망의 점)
○ 피고인 B: 형법 제268조, 제30조
○ 피고인 C: 형법 제268조, 제30조(업무상과실치사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본문, 제167조 제1항, 제63조, 형법 제30조(도급인의 안전조치 불이행으로 인한 근로자 사망의 점)
○ 피고인 D 주식회사: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호,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2항
○ 피고인 E 주식회사: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호, 제167조 제1항, 제63조
1. 상상적 경합
○ 피고인 A, C: 형법 제40조, 제50조
1. 형의 선택
○ 피고인 A, C: 징역형 선택
○ 피고인 B: 금고형 선택
1. 집행유예
○ 피고인 A, B, C: 형법 제62조 제1항
1. 가납명령
○ 피고인 D 주식회사, E 주식회사: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 A, D 주식회사 및 그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2항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피고인 D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와 피해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없었으므로, 피고인들에게 위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2. 관련 법리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3호는 ‘사업주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라고 정하고, 제23조 제3항은 ‘사업주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등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 제71조에서 제23조 제3항을 위반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산업재해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 등이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등에 정한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사업주 등이 사업주 운영의 사업장에서 위 법령의 위임에 따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위험방지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근로자로 하여금 안전상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험방지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와 같은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자체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 제71조 위반죄가 성립한다. 그리고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이 정하는 위험방지조치의무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재해방지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된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도14416 판결).
위와 같은 법리는 규정의 체계 등에 비추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2항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3.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수행한 작업에 관하여 피고인 D과 피해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E 주식회사(이하 ‘E’이라 한다)는 2022. 7. 22.경 서울북부교육청 H학교로부터 ‘H학교 교문환경개선공사’를 발주받았고, 피고인 D은 2022. 7. 27.경 E로부터 위 공사 중 정문, 후문 설치공사를 도급받았으며(증거목록 2권 29~30쪽), 피고인 A은 위 정문, 후문 설치공사에 관하여 피고인 D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선임되었다. 피고인들은 위 정문, 후문 설치공사의 전반적인 작업과정을 감독하였고, 피해자는 위 설치작업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이었다.
나. E 소속의 현장소장인 C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사고 무렵의 공사계획에 관하여 ‘텃파기, 레일설치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피고인 A이 이틀에 걸쳐 하겠다고 해서 저희 측에서도 이틀 공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1권 322쪽), 피고인들이 작업일정과 내용을 정하여 도급인인 E 측에 알려주었다.
다. 피고인 A은 이 사건 당시 작업상황에 관하여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현장에 그날 7시 반쯤 도착해서 바로 공사작업자들에게 현장 공사작업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공사할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고 서로 협의 하에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피해자와 작업하기 이전에 레미콘 작업을 8. 5. 오후 2~3시경 하기로 했다가 레미콘 작업 시간을 앞당기자고 얘기가 되어 8. 5. 오전 10~11시경 작업하기로 되어 있었다’고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1권 293~294쪽), 피고인 A이 이 사건 사고 현장에 계속 상주하면서 작업 전반에 관한 지휘·감독을 하였고, 피해자의 작업시간을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
라. 피고인 A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를 일용직으로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지사에 신고하고 썼다. 반장급이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권 148쪽). 이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피해자 측이 산재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형식적으로 신고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위 신고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뒷받침할만한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마.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L’이라는 개인사업자로 대금을 지급받았고, 다른 업체들로 부터도 펜스 설치공사를 수급받아 시공하였다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사정은 피해자가 펜스 설치 전문 인력이라는 점에 부합하는 사정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펜스 설치 전문 인력이라는 사정만으로 피고인 D와 피해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인정함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피고인 B 및 그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굴착기 운전기사로서 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지시에 따라 굴착기의 인양 고리를 약간 들어 올렸을 뿐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고, 이 사건 사고를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없었다.
2.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작업반경 밖에 있는지 확인하고 작업을 하여 사고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에 위반하여 작업을 하였고,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도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의 상황에 관하여 수사기관에서 ‘H빔이 화물차 위에 실려 있었고, 피해자가 화물차에 올라가 줄로 H빔 가운데를 묶은 다음 굴착기의 갈고리에 걸었다. 피해자가 자신에게 고리를 들으라고 말하여 고리를 들었는데 H빔이 약간 기울어졌고, 피고인이 다시 고리를 내리라고 말하자마자 묶어놓은 H빔이 풀리면서 피해자 쪽으로 떨어졌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권 134~135쪽). 피고인은 피해자가 H빔에 가까이 있는 상황에서 H빔이 걸려있는 고리를 드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나. 줄로 묶여 있는 H빔은 언제든지 풀려 떨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고, 이를 들어 올리는 작업을 하는 굴착기 운전기사인 피고인으로서는 H빔이 풀려 떨어지는 경우 주변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사람이 작업반경 밖에 있는지 확인하고 작업을 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H빔에 가까이 있는 상황에서 위와 같이 고리를 드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입장에서 피해자의 지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굴착기를 직접 운전하여 조종하는 사람은 피고인이므로, 피해자의 지시에 따랐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주의의무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피고인은, 기존에 다른 공사현장에서도 피해자의 지시에 따라 H빔 인양이 이루어졌는데 피해자가 묶은 줄이 풀리지 않고 순조롭게 작업이 진행되어 이 사건 당시에 사고를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줄로 묶여 있는 H빔은 언제든지 풀려 떨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고, 단지 이 사건 이전에 피해자가 진행한 작업에 사고가 없었다고 하여 예견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이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양형의 이유
1. 공통된 양형요소
이 사건 사고의 원인 및 내용, 피고인들의 과실 내용 및 정도, 이 사건 사고로 인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한 점에다가 아래에서 설시한 개별적 양형요소들을 모두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각각 정한다.
2. 개별적 양형요소
○ 피고인 A, D 주식회사: 피고인들이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은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피해자 유족과 원만히 합의하여 피해자 유족이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피고인 A이 동종 전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 피고인 B: 피해자의 지시에 따라 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서 그 경위에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는 점, 보험사를 통해 유족의 피해회복을 위해 5,600만 원을 지급한 점, 피고인이 동종 전과 및 벌금형 초과하는 전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 피고인 C, E 주식회사: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피해자 유족과 원만히 합의하여 피해자 유족이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피고인 C가 동종 전과 및 벌금형 초과하는 전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판사 최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