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동자가 공사장에서 철근에 부딪혀 숨진 사고로 기소된 시너지건설 대표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중대재해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간 사례는 두 번째다. 앞서 중대재해 2호 선고였던 한국제강 대표는 2023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됐다. 시너지건설 대표는 2심까지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돼 대법원이 이를 유지할 경우 집행유예가 확정된 첫 사례로 남게 된다.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집행유예가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대표 징역 1년에 집유 3년, 법인은 벌금 5천만원
1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중대재해처벌법(산업재해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기 화성시 건설사 시너지건설 대표 A씨측은 지난달 21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상고하지 않았다.
시너지건설은 인천 지역 중대재해 첫 기소이자 전국 1심 선고 3호 사건이다. A씨는 하청업체 소속 중국인 노동자 B(사망 당시 42세)씨가 2022년 3월 인천 중구 을왕동의 근린생활시설(콘도) 신축공사 현장에서 숨진 사고로 기소됐다. B씨는 거푸집을 받치는 동바리의 높낮이를 조정하던 중 동바리가 쓰러져 가슴을 맞았고, 그 충격으로 넘어져 적재된 철근 더미에 머리를 부딪치는 2차 사고를 입었다. 사고 현장은 공사금액(72억5천120만원)이 50억원 이상이라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됐다.
검찰은 사고 발생 9개월 만인 2022년 12월 A씨를 재판에 넘겼고 1심은 2023년 6월 산업재해치사 혐의를 모두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법인에 벌금 5천만원을 선고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원청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대표에게는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2014·2017년 두 차례 벌금형을 받은 점이 유죄 판단에 작용했다. 법인도 2017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범행 인정 △유족과 합의 △유족의 처벌불원 등을 이유로 정상을 참작했다. 2심은 무려 19개월을 심리한 끝에 1심 판결을 유지했다. 2심 심리 기간만 보면 전체 기소 사건 중 가장 길다. 검찰과 시너지건설 모두 법리오해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각 범죄를 별도 행위로 처벌하는 ‘실체적 경합’ 적용을 주장했지만 배척됐다.
2심까지 혐의 전부 부인 “명의만 빌려줘”
시너지건설은 2심까지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건설사측은 “건축주 부탁에 따라 명의와 면허를 빌려줘 건축주가 공사를 실질적으로 수행한 것뿐”이라며 공사책임자 지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공사현장에 2~3주에 한번씩 총 15~20회 정도 방문해 안전한 공사를 지시하고, 건설사 전무가 철근 콘크리트 공사 하도급계약을 직접 체결한 점 등을 근거로 시너지건설이 공사를 직접 시공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1심과 같이 범행 인정과 유족 선처를 이유로 1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중대재해 사건이 상고된 것은 이례적이란 분석이다. 실제 현재까지 선고된 35건 중 1·2심에서 확정된 사건은 15건이다. 1심에서 10건이 확정됐고, 5건은 검찰과 쌍방이 항소해 원심 판단이 유지됐다. 나머지 20건은 2심이 진행되고 있다. 2심에서 확정된 사건은 시너지건설과 마찬가지로 사업주 형량은 전부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그쳤다.<본지 2025년 1월22일자 “[중대재해처벌법 3년 ⓛ] <단독> 스러진 101명, 사업주 실형은 ‘단 5건’” 참조>
이례적 상고, 법조계 “낮은 형량 고착 우려”
시너지건설의 상고이유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2심에서 주장했던 사실오인과 법리오해에 관해 대법원에서 다툴 것으로 보인다. 시너지건설을 변호한 경기 수원시의 법무법인 관계자는 본지에 “아직 상고이유가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반면 검찰은 상고하지 않았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2심에서 (경영책임자에 대해) 모두 유죄가 선고돼 양형부당 사유로 상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고하지 않은 것”이라며 “항소이유였던 법리오해 역시 양형부당과 관련돼 있고 2심에서 해소됐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다.
노동·법조계는 낮은 선고형량이 고착될 것을 우려했다. 박선유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정책국장은 “인천에서 처음으로 기소된 사건인데 제대로 처벌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영세사업장 위주로 경영책임자가 책임 소재를 떠넘기려는 면피성 주장들이 재판에서 강해지고 있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시너지건설 사건이 중대재해 처벌을 가르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조재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안전)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다퉈진 사례는 경영책임자가 법정구속된 한국제강 판결이 유일한데 시너지건설과 경영책임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았는데도 상고했다”며 “시너지건설 사건은 중층적 도급관계에서 최상위 원청 사업주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을 지는지 여부를 판단할 중요한 판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홍준표 기자 forthelabo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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