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장벽에 내수부진까지, 완성차 중견 3사 ‘이중고’
내수부진과 변덕스러운 트럼프 관세를 직면한 완성차 중견 3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산업정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금속노조와 KG모빌리티노조는 26일 오후 부산시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원회에서 한국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견 3사 역할과 과제 토론회를 열고 시장상황과 정책대안을 점검했다. 중견 3사는 한국지엠·르노코리아·KG모빌리티다.
중견 3사 지난해 내수 비중 7.6% 그쳐
중견 3사의 내수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자동차시장에서 지난해 중견 3사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7.6%에 불과했다. 한국지엠의 국내 자동차 수출시장 비중이 18%라는 대목을 비교하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3사를 각각 살펴보면 한국지엠은 지난해 전체 판매 비중 가운데 내수가 4.98%에 불과했다. 다른 두 곳은 이보다 사정이 낫지만 모두 50%를 밑돌았다. 르노코리아는 수출 62.8%·내수 37.2%로 나타났고 KG모빌리티는 수출 57%, 내수 43%로 나타났다. 세 곳 모두 2020년 이후 수출이 늘어나는 양상이 공통적으로 목격됐다. 이처럼 내수 축소가 지속된 가운데 대외환경 변화가 위기를 자극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의 충격이 크지만 전문가들이 더욱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강세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주도의 전동화가 가속하고 있고 디지털을 비롯한 각종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한 뒤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정책으로 자동차산업에 투자해 이미 자동차산업의 양대 전환인 디지털 전환과 전동화에서 한국을 앞섰다고 평가받는다. 이를 기반으로 한 저가 전동차가 신흥국을 점령하면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 같은 전통시장의 수요가 정체한 가운데 신흥국 시장은 비교열위”라며 “현대자동차의 1분기 세계 시장 판매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 시장인 중국시장 점유율 하락 뒤 미국시장을 공략했으나 고관세 장벽에 직면했고 다시 신흥국으로 눈을 돌려도 이미 중국의 시장점유가 빠르게 확장한 뒤라 갈 곳이 없어진 격이다. 때문에 내수가 훨씬 중요해졌다. 이 연구위원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북아프리카 일대까지 이미 중국차가 점령했다”며 “내수시장이 뒷받침하지 않는 기업은 성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현지생산 전략은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또 다시 변동을 겪을 수 있다며 되레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출위기 고조에도 정부는 ‘현기차바라기’
이렇게 내수와 수출 모두 위기에 빠지면 중견 3사의 어려움이 가중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중견 3사보다 현대·기아자동차 위주의 산업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 우려점이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지난달 9일 발표한 정부의 관세대책에서 현대·기아차 지원책은 특화된 반면 중견 3사와 공급망 대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현대·기아차와 금융권이 5 대 5로 460억원을 출연하는 자동차 생태계 강화 긴급 대응대책을 내놨지만 중견 3사는 빠졌다.
이날 전문가들은 정부에 균형 잡힌 산업정책을 촉구했다. 중견 3사가 안고 있는 △내수부진·수출하청 기지화 △지나친 해외본사 연구개발비 지급 및 현금배당 △부실한 연구개발 역량 △해외 공급망 의존 등 문제를 풀기 위해 부품 국산화 정책을 강화하고 종합자동차기업으로의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원 방안으로 중견 3사의 신차 연구개발과 라인업 강화, 공급망 부품사 직접지원, 3사 공동기술센터 설립 지원 등을 내놨다. 특히 일시적 수요정체를 겪는 전기차를 포기하지 말고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은 기술력과 시장 팽창으로 1천만원대 전기차까지 등장해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재 기자 jae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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