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이루어진 택시회사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

대법원 2024다226474 (2025. 5. 15.)


* 사건 : 대법원 제2부 판결 2024다226474  임금
* 원고, 상고인 :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원고 1 외 21인).
    원고 1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상규 외 2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김기동 외 4인
* 피고, 피상고인 : ○○○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권창영 외 2인
* 원심판결 : 부산고등법원 2024. 2. 1. 선고 2020나56226 판결
* 판결선고 : 2025. 5. 15.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각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제32조 제1항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합의가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구체적인 사정은 그 합의가 무효임을 주장하는 쪽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다279402, 280563 판결 등 참조).

  나.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합의를 체결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와 아울러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구체적인 경위와 시기, 단축 전후의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할 경우 산정되는 시간급 비교대상 임금과 법정 최저임금의 객관적 차이 및 변동 추이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은 택시에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는 영업시간(실차시간)뿐만 아니라 택시의 입․출고 및 정리 등에 소요되는 준비시간, 승객을 찾거나 기다리는 데 소요되는 대기시간(공차시간, 다만 식사․휴게 시간은 제외)과 같이 택시운전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무환경과 근무형태를 고려하여 추산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그와 같이 감소된 실제 근로시간과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비율, 빈도, 급격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위 대법원 2023다279402, 280563 판결 참조).

  2. 원심은 2008년과 2013년의 각 임금협정 체결 경위와 그 체결 무렵 부산광역시 지역의 택시 운행실태 등을 고려하여, 2008년과 2013년의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 설시에는 다소 부적절한 점이 없지 않으나, 원심의 이 부분 판단에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그러나 원심이 2018년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까지 유효라고 판단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는 2018년 임금협정을 통해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 40분(2인 1차제) 또는 4시간(1인 1차제)으로 단축하였다. 이로써 소정근로시간은 이 사건 특례조항 공포 후 최초 단축 전 소정근로시간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인 55%(2인 1차제) 또는 60%(1인 1차제)에 불과하게 되었다. 

  나. 피고의 배차시간, 사납금 및 고정급의 수준, 근무방식과 운행시간의 변화 및 이에 대한 원고들의 증명 정도 등을 종합하여 보면, 2018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피고에게 전일제로 근로를 제공한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실제 근로시간과 현저한 괴리가 있다고 추단된다. 설령 2017년에 택시요금이 약 14% 인상되고 택시호출앱 서비스가 더욱 활성화되는 등으로 2018년 임금협정 체결 무렵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근로시간이나 근무형태의 변경이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에 부합할 만큼 충분한 것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임금협정에서 그 무렵의 택시요금 인상률을 하회하는 정도로만 사납금을 증액하는 경우, 사납금 소요시간이 다소 감소하여 전체 근로시간 중 초과운송수입금을 벌기 위한 운행시간의 비중이 증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사납금 소요시간의 변동이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무형태 변경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도 이 사건 특례조항 신설 전에는 사납금 소요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실제 근로시간을 반영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납금 소요시간이 피고와 그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특별히 유의미하다는 전제하에서 사납금 소요시간이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유효하다고 볼 것도 아니다.

  라.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2018년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 그런데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를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에는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 중 위와 같이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이 정당한 부분(2018년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라고 판단한 부분)에만 파기사유가 있으나, 원심으로 하여금 원고들에 대한 최저임금 미지급액 등의 범위를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권영준, 엄상필(주심), 박영재

(별지 원고명단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