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도 이상 2시간마다 20분 휴식’ 17일부터
체감온도 33도일 때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화하는 개정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이 17일부터 시행된다. 이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하면 사업주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냉방장치 설치 또는 작업시간 조정 ‘의무’
온열질환 증상 보이면 즉시 119 신고해야
고용노동부는 15일 안전보건규칙 개정안을 17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다. 기존에는 강제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으로 규율한 사업주 보건조치 권고 사항을, 사업주가 이행해야 할 보건조치로 명문화한 것이다. 앞서 규제개혁위원회 행정사회분과위원회는 4월25일, 5월23일 두 차례 규제심사에서 2시간마다 20분 휴식 부여 의무화 조항이 영세 사업장에 과도한 부담을 초래한다며 철회를 권고했다. 그런데 지난 11일 세 번째 심의 끝에 규제심사를 통과하면서 개정 규칙이 시행될 수 있게 됐다.
개정 규칙은 체감온도 31도 이상인 폭염에서 노동자가 2시간 이상 작업할 경우 사업주는 실내와 옥외 구분 없이 냉방·통풍 장치를 설치·가동하거나 작업시간대를 조정해야 한다. 조치를 했는데도 체감온도가 31도 이상이면 주기적으로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
체감온도 33도 이상 장소에서 작업할 때에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 현장 여건에 따라 1시간마다 10분 이상의 휴식을 취하는 방안 등도 가능하다. 다만 시간을 특정해 휴식을 부여하는 것이 ‘매우 곤란한 경우’에 한해 개인용 냉방장치를 지급·가동하거나 냉각 의류 등 개인용 보냉장구를 지급·착용하게 하는 것으로 휴식 부여를 대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른 재난의 수습 및 예방 등 사람의 생명과 안전 등과 직결되는 작업 △갑작스러운 시설·설비의 장애·고장 등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해 이를 수습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작업 △공항·항만 등에서 항공기 등 운항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작업 △콘크리트 타설 같은 구조물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작업 등이 해당된다.
사업주는 소금과 생수 등 음료수를 충분히 비치해야 한다. 또 폭염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온열질환 증상을 보이거나 온열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해야 한다. 온열질환자(또는 의심자)가 발생한 해당 작업 및 그와 동일한 작업은 중단하고 온열질환 예방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해 미흡하면 즉시 개선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39조1항(보건조치)을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노동부는 개정 규칙이 현장에서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폭염 고위험 사업장 4천곳을 대상으로 불시 지도·점검할 계획이다. 또 50명 미만 소규모 폭염 고위험 사업장에 이동식에어컨·제빙기 등 온열질환 예방 장비를 지원하기 위해 총 350억원을 투입한다.
폭염에 노출돼 일하는데, 택배·배달노동자 등 제외
개정 규칙이 시행되더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노동자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배달라이더, 택배노동자, 가전제품 설치·수리기사 같은 특수고용직 이동노동자들은 폭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지만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셈이다. 이달 4~8일 사이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3명이 연이어 사망했는데, 택배노조는 온열질환 사망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비스연맹은 이날 논평을 내고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폭염 관련 안전보건규칙이 모두에게 적용돼야 한다”며 “특히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가 폭염시 작업중지권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려면 소득보전 정책이 필수적이므로 안전배달·안전운임제 등과 연계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노동부는 택배·배달 등 이동노동자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플랫폼 운영사 등과 협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시원한 물과 쉼터 제공’이나 ‘쉬어 가며 배달하기’ 등을 공동 추진해 이동노동자 보호를 위한 업계의 실천을 지원하고 배달·택배 업체 대상으로 얼음물 제공, 주기적인 휴식부여 등을 적극 지도할 예정이다.
어고은 기자 ag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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