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사용자가 기존의 단체협약에서 이미 정한 근로조건이나 기타 사항의 개정, 폐지 등에 관하여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 및 예외적으로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대법원 2023다251718 (2025. 7. 3.)


* 사건 :  대법원 제1부 판결 2023다251718  단체교섭이행청구 등의 소
* 원고, 피상고인 : 전국○○노동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김유정 외 8인
* 피고, 상고인 : △△△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김동욱 외 8인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3. 6. 2. 선고 2022나2035436 판결
* 판결선고 : 2025. 7. 3.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권뿐 아니라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제29조 제1항),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며(제29조 제2항),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여야 하고 그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되며,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여서는 아니 된다(제30조 제1, 2항). 이러한 헌법 및 관련 법령 규정들의 문언, 내용과 취지 등을 종합하면,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에 대하여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가 그 요구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소로써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0다52010 판결 참조).

  나. 단체협약이 체결된 경우에 협약당사자인 노사 양측은 그 협약내용을 준수해야 하고,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중은 물론 그 유효기간이 지난 후에도 기존의 단체협약에서 이미 정한 근로조건이나 기타 사항(이하 ’근로조건 등‘이라 한다)의 개정, 폐지 등을 요구하는 쟁의행위를 하지 아니할 이른바 평화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4042 판결,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두991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거 기간의 근로조건 등 가운데 기존의 단체협약이 이미 정한 사항에 대하여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기존 단체협약이 무효라고 주장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에 따라 적법하게 단체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이 보장되지 못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노동조합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존 단체협약의 개정, 폐지, 승인 또는 새로운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이 때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가 평화의무에 반한다거나, 교섭요구사항이 과거 기간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사항이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단체교섭을 거부할 수 없다(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두9919 판결 참조).

  다.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에 불과하거나, 노동조합이 설립될 당시부터 사용자가 위와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려는 것에 관하여 노동조합 측과 적극적인 통모ㆍ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등과 같이 해당 노동조합이 헌법 제33조 제1항 및 그 헌법적 요청에 바탕을 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가 규정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설령 그 설립신고가 행정관청에 의하여 형식상 수리되었더라도 실질적 요건이 흠결된 하자가 해소되거나 치유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상 그 설립이 무효로서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는 주체인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다51610 판결 참조). 나아가 해당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 2항에서 정한 단체협약 체결 권한이 없으므로, 해당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은 노동조합법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2.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 주식회사(이후 상호변경과 합병을 거쳐 피고가 되었다. 이하 ‘피고’라 한다)의 근로자들은 2011. 7. 13. ◇◇노동조합을 설립하였다. ◇◇노동조합은 전국단위의 산업별 노동조합인 원고에 가입하여 ‘경기지부 ◇◇지회’(이하 조직변경 전후를 구분하지 않고 ‘원고’라 한다)가 되었다.

  2) 원고는 2011. 8.경부터 2021. 1.경까지 매년 피고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3) 피고는 2011. 6. 29.경 그 무렵 설립된 소외 1 노동조합과 2011년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을 체결한 이후, 2020년까지 2년 단위로 단체협약을, 1년 단위로 임금협약을 각 체결하였다. 또한 소외 1 노동조합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원고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었다.

  4) 피고의 노사문제를 총괄하던 소외 2 등은 2019. 1. 2. ‘원고의 설립ㆍ운영을 방해하고 이른바 대항노동조합으로 소외 1 노동조합을 설립하여 2011. 6.경부터 2014. 11. 27.까지 지배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그에 대한 유죄판결이 2022. 3. 17. 확정되었다.

  5) 원고는 2019. 3. 29. 소외 1 노동조합을 상대로 노동조합 설립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였고, ‘소외 1 노동조합은 원고의 설립을 방해하고 조직ㆍ운영을 지배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된 이른바 대항노동조합으로 헌법 제33조 제1항,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가 규정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이후에도 피고와 실질적 교섭 없이 임금협약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그 하자가 치유되지 않아 설립에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2022. 6. 1. 확정되었다.

  6) 원고는 2020. 4. 24. 피고에 대하여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기간(이하 ‘이 사건 대상기간’이라 한다)에 관하여 원심 판시 단체교섭사항(이하 ‘이 사건 교섭사항’이라 한다)에 대하여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7) 원고는 이 사건 소 계속 중이던 2021. 2. 25. 피고에게 2021년 단체교섭을 추가로 요구하였고, 피고가 단체교섭에 응하여 2022. 4. 14. 그 적용기간이 2021. 3. 1.부터 2022. 2. 28.까지인 임금협약 및 유효기간이 2022. 4. 1.부터 2024. 3. 31.까지인 단체협약을 각 체결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교섭사항이 과거 기간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청구하는 소의 이익을 부정할 수 없다.  

  2)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피고는 이 사건 교섭사항에 관하여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 

  가) 과거 기간의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교섭할 수 없다고 볼 근거가 없고,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근로조건 등을 결정하는 기준에 관하여 소급적으로 동의ㆍ승인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 소외 1 노동조합은 헌법 제33조 제1항 및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가 정한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대상기간 중 피고에게 단체교섭을 청구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조합이다. 

  다) 원고는 단체교섭을 통하여 기존의 단체협약보다 유리한 단체협약을 새로 체결할 수도 있으므로, 이 사건 대상기간의 임금협약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할 실익이 있다.

  라) 노동조합도 단체교섭 과정에서 성실교섭의무를 부담한다. 성실한 교섭의무의 이행 과정에서 세부적인 교섭사항이나 이행 가능성을 고려하여 교섭사항 및 이행 방법 등을 조율할 수 있으므로, 향후 교섭과정의 실무상 문제점 등을 따져 단체교섭의무의 유무를 판단할 것은 아니다.

  마) 원고가 2022. 4. 14. 피고와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을 체결하였으나, 이 사건 대상기간의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체결된 것이 아니므로, 피고는 여전히 이 사건 교섭사항에 대해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담한다.

  다. 대법원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본다.

  1) 원심이 이 사건 소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2) 원심이 기존 단체협약의 효력 유무와 무관하게 원고가 과거 기간의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교섭할 수 있다고 본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소외 1 노동조합은 단체교섭권을 비롯한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는 주체인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으므로, 소외 1 노동조합이 이 사건 대상기간에 체결한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은 노동조합법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원고는 피고의 사업장 내에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조합으로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대상기간 동안 적법하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음에도, 소외 1 노동조합이 2011년 단체협약 등을 먼저 체결하거나 2013년부터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됨에 따라, 원고의 단체교섭권이 보장되지 못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교섭사항에 대하여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한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소의 이익, 단체교섭의무와 그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마용주(재판장), 노태악, 서경환(주심), 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