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대선 경선] 경제성장 강조 속 노동공약은 ‘찔끔’
거대 양당 중심으로 21대 대선 경선 반환점을 돌았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대선 후보가 선출되고, 국민의힘은 빠르면 29일 대선 후보가 선출된다. 하지만 23일 현재까지 노동공약이 제대로 선보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태다. 거대 양당 모두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속에서 노동공약은 찔끔 나오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12·3 내란사태 이후 지난겨울 야당과 노동·시민사회는 광장에서 ‘빛의 연대’를 통해 탄핵을 이끌어냈고 6·3 조기대선을 치르게 됐지만 정작 광장의 목소리와 노동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대선 경선이 진행되는 과정이지만 실질적인 노동대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기만 하다.

이재명 후보, 뒤로 밀리는 노동공약
김동연 “주 4일제” 김경수 “동일노동 동일임금”


민주당 이재명·김경수·김동연(기호순) 경선 후보 모두 현재까지 발표한 공약을 보면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두고는 있지만 노동공약을 기준으로 볼 때 후보들 간 차이가 엿보인다.

민주당 대선 경선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는 노동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출마선언 뒤 공개행보를 통해 정책을 하나둘 내놓고 있지만 주로 AI, 방산, 콘텐츠, 금융, R&D 등 경제 정책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이 후보는 지난 18일 MBC 첫 토론회에서 근로감독 지방 이양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경기도지사 시절 재해나 안전 관리 권한을 지방정부에 넘겨주면 좋겠다고 했는데 잘 안 됐다”며 “노동환경과 산업재해 문제를 근로감독하는 문제는 지방정부에 맡기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김동연 후보는 지난 17일 공개한 정책자료집에서 ‘노동 분야’ 공약을 별도로 담은 점이 눈에 띈다. 주 4일 근무제 조기 도입,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비정규직 청년 지원 정책을 뼈대로 하고 있다.

비정규직 정책은 투트랙으로 준비했다. 하나는, ‘비정규직법 전면 개정과 특수고용·플랫폼노동·프리랜서 권리 보장’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법률 규정으로 차별 개선, 기간제·단시간 근로자 사용기간 5년 초과시 무기계약 전환 신청권 부여, 비정규직의 사용사유를 제한하지 않는 대신 기간제·파견 등 비정규직에 대한 정당한 사유 없는 일방적 계약해지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하나는, 청년의 다수가 오랜 기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현실적인 점을 감안해 비정규직으로 일한 기간이 총 7년 된 청년에게 6개월의 유급휴가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재원 마련은 노사정 3자 부담 방식으로 마련하겠다는 방안을 덧붙였다.

김경수 후보도 별도의 노동공약을 내놓고 있지는 못하다. 지난 21일 발표한 사회·정치·외교안보 분야 공약 중 노동공약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전 국민 고용보험 실현 정도로 요약된다. 그는 “임금근로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까지도 포함하는 방향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을 개편하고, 이를 통해 실질적 소득보험의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관계법에 명시된 임금차별 금지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으로 일원화·보편화하겠다”며 “임금공시제 시행으로 사용자에게 성별·고용형태별 임금과 노동시간 공개 의무화, 임금정보의 투명성과 노동자 알권리 제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위를 달리는 이재명 후보가 아직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경제 성장’과 ‘중도 확장’ 행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공약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공약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노동절’ 같은 시점을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재명 후보 캠프 관계자는 “현재 노동 공약도 준비 중”이라며 “발표 시점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반노동 정책’ 선보이는 국민의힘
홍준표 “강성노조 혁파” 김문수 “유연근무제”


국민의힘에서도 노동공약다운 노동공약은 안 보인다. ‘탄핵반대파’인 김문수·홍준표 후보가 ‘반노동’ 정책이라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2일 1차 경선 후보 8명 중 4강에 들어간 홍준표 후보는 지난 14일 출마선언에서부터 뿌리 깊은 반노동 정서를 드러냈다. 그는 “노동의 유연화를 이뤄야 한다”며 “해고가 자유로워야 고용이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진대국은 강성 귀족노조와 함께 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요 노동정책으로 △직무성과급 임금체계 전환·개편 △최저임금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 △강성노조 혁파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노동시간 완화 등이다.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 고용노동부 장관을 거친 김문수 후보는 지난 9일 출마선언에서부터 ‘노동’을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공약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실업급여 확대와 근로장려금 강화, 유연근무제·육아지원 대폭 확대 등을 언급했다. 18일에는 경제살리기 1호 공약이라며 ‘기업 하기 좋은 나라, 일자리 창출’ 공약을 통해 노동 공약을 선보였다. 그는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경제가 성장한다”며 “노동시간을 선택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4강행에 든 ‘탄핵반대파’ 안철수·한동훈 후보는 노동공약을 별도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안 후보는 지난 8일 출마선언문에서 “연금·교육·노동·의료·공공의 5대 개혁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겠다”며 “박봉에 신음하는 중소기업 젊은이들과 공공기업, 대기업 간의 초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13일 발표한 10대 공약 중 노동개혁 일환으로 유연근무제 확대를 제시했다. 다만 구체적인 공약 발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동훈 후보는 지난 10일 출마선언문 중 “정치인들은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를 깎느냐 마느냐는 말해도, 열심히 일하는 국민의 근로소득세는 내릴 생각을 안 했다”며 “저는 근로소득세를 낮춰 중산층과 서민의 실소득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소득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 버는 것이기 때문에 근로소득세를 낮추면 계층 이동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던 좋은 정책은 더 발전시키겠다”며 “근로기준법에 포함되지 않고, 노조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플랫폼 종사자와 프리랜서 등과 같은 노동약자를 위해 법을 제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근로시간 단축 없는 주 4.5일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 4일제 논의에 불을 댕긴 측면은 있다. 하지만 4일은 하루 9시간 노동을, 1일은 하루 4시간 노동을 통해 4.5일제를 맞추겠다는 것으로 ‘짝퉁’ 주 4.5일제로 불리기도 한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이사장은 “이번 선거는 ‘탄핵선거’인데도 거대 양당 모두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정책선거가 안 될 수 있고 노동 없는 선거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준호 전북대 교수(경영학)는 “지난겨울 광장에서의 요구들은 노동의 요구와도 맞닿아 있었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이런 요구들이 충분히 담기지는 않는 것 같다”며 “지금보다는 노동의 요구가 공약이나 정책에 더 녹아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윤정 기자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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