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LS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 무더기 적발
고용노동부가 쿠팡 배송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기획감독한 결과 감독 대상 절반이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일부 사법처리와 함께 9천만원대 과태료를 부과했다. CLS 일용직 350명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인데도 개인사업자로 위장한 ‘가짜 3.3’ 실태도 확인했다. 다만 지난해 “개처럼 뛰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숨진 정슬기씨를 비롯한 배송기사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부가 법령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도 내놓은 심야노동 관련 조치는 권고에 그치는 데다 그 내용도 원론적이어서 ‘맹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는 14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CLS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24시간 배송에 대한 첫 근로감독으로 △산업안전보건 기획감독 △일용근로자에 대한 가짜 3.3 계약 등 기초노동질서 감독 △배송기사 불법파견 3개 분야에 대해 종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5월 퀵플렉서로 일하다 숨진 정슬기씨 사건을 비롯해 쿠팡에서 과로를 부추기는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라 제기됐고, 산재·고용보험 미가입 실태 적발로 ‘가짜 3.3’과 불법파견 논란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감독 대상 절반 법 위반
4건 사법처리, 과태료 9천200만원


노동부는 지난해 10월8일~11월4일 본사와, 택배상품을 지역별로 분류하는 서브허브 전체 34개소, 분류된 상품이 모여 배송기사에게 전달되는 배송캠프 12개소, 택배영업점 35개소 등 총 82개소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 분야 기획감독을 실시했다. ‘로켓배송’ 노동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야간(오후 8시~자정) 또는 새벽(오전 4시~8시)에 집중적으로 감독했다. 최태호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지난 13일 사전브리핑에서 “23개 지방노동관서에서 감독관 92명을 투입했다”며 “평균 3.9회 방문했고, 최대 7회까지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감독 결과 서브허브·배송캠프·택배영업점 등 41개소(50%)에서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사항을 적발해 4건에 대해 사법처리하고, 과태료 9천200만원을 부과했다.

사법처리 대상이 된 사례는 △지게차 운전 정지에도 열쇠 방치(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99조) △컨베이어벨트 위 작업시 작업발판 미설치(42조) △감전 위험이 있는 컨베이어벨트 충전부 방호조치 미비(301조) △리프트 안전인증 미확인(산업안전보건법 87조) 이다.

또한 산재 발생 사실을 1개월이 지나 보고하고, 택배영업점에서 특수고용직 배송기사에 대해 최초 노무제공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사실 등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휴게시설 설치·관리 기준 미준수, 적정한 안전화·안전모 미지급 등 34건에 대해서는 시정조치했다.

근로계약 안 맺고 일용직 사업소득세 납부
고 정슬기씨 등 퀵플렉서 “불법파견 아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둔갑하는 ‘가짜 3.3’ 감독은 지난해 7월 근로복지공단이 CLS 위탁업체와 택배대리점을 전수조사해 산재·고용보험 미가입 사실을 적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지난해 7~11월 CLS 위탁업체(8개소)와 직영(22개소) 등 30개소와 CLS 외 택배(CJ대한통운·롯데 등) 물류센터 12개소 총 42개소를 감독했다.

그 결과 CLS 위탁업체 3개소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CLS 위탁업체 4개소 및 CLS 외 다른 물류센터 2개소에서 일용근로자 360여명에 대해 사업소득세(3.3%)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휴일근로수당 미지급 등 1억5천만원 규모 임금체불을 비롯해 총 136건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을 적발해 시정지시를 했다.

택배영업점과 위수탁계약을 맺은 배송기사에 대한 불법파견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어서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앞서 고 정슬기씨와 CLS 직원 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CLS가 배송기사들에게 직접적 지휘·명령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동부는 지난해 10월21일~11월27일 본사, 11개 배송캠프 및 34개 택배영업점을 대상으로 불법파견 근로감독을 했다. 83회 현장조사와 CLS 직원과 퀵플렉서 등 137명에 대한 대면조사, 퀵플렉서 1천245명의 지난 1년간 SNS 분석을 진행했다.

노동부는 배송기사가 △화물차량을 소유하고 차량유지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점 △배송경로나 순서 등 별도 지시를 받지 않고 복장·징계 등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등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 △CLS와 퀵플렉서 간 카카오톡 대화는 빈도가 높지 않고, 퀵플렉서 문의에 대한 안내나 정보제공 용도로 활용된 점 등을 근거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노동부는 카카오톡 대화 분석시 물량 안내·배송 확인 등이 90%를 차지했고, 배송 독려는 9.6% 정도라고 설명했다.

건강권 보호·작업환경 개선 ‘권고’만

노동부는 CLS측에 노동자·배송기사의 건강권 보호 및 작업환경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주 5일 근무, 야간배송 방식 조정, 배송거점 추가 확보 등 야간업무경감 방안 마련 △롤테이너 물품 분류 과정과 프레시백 회수시 평탄화하는 과정 관련 업무경감 방안 마련 △주기적 건강검진 지원 및 심리상담프로그램 운영 △휴게시설 확충, 냉·난방기 설비 보강, 적절한 휴식 부여 등이다. 퀵플렉서에 대한 배송 독려를 포함해 ‘불필요한’ 업무연락도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근로감독으로는 쿠팡 택배노동자 과로사는 예방할 수 없다”며 “과로와 고용불안을 유발하는 ‘클렌징’이나 대리점 재계약의 기준인 SLA평가지표에 대해 감독하지 않았고 아무런 권고조치나 요구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장시간 노동과 정신적 긴장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인 ‘고용불안’ 시스템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야간노동 관련 권고조치에 대해서도 “주 5일제로는 야간노동에서 과로를 방지할 수 없다”며 “최소한 과로사 산재기준인 주 60시간(야간 30% 시간 할증)을 준용해 노동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택배노동자 업무를 집화 배송으로 명확히 규정해 분류작업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어고은 기자 ag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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