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통상임금 소송도 대법원 ‘고정성 폐기’
IBK기업은행 전현직 직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대법원이 10년 만에 통상임금 징표인 ‘고정성’ 요건을 제외하며 노동자들의 승소 가능성이 커졌다. 파기환송심에서 승소가 확정된다면 기업은행은 2천억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지난달 19일 재직자 조건 효력을 무효로 판단한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취지다. 같은날 자동차 엔진부품 생산업체인 ‘인지컨트롤스’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법리를 인용하며 통상임금성을 인정했다.<본지 2025년 1월13일자 “‘고정성 폐기’ 법리 첫 적용 대법원 판결 나왔다” 참조> 장기간 심리했던 대법원 판결이 속속 나오며 ‘고정성 폐기’ 판례가 굳어질 전망이다.

‘정기상여금 고정성 인정’ 쟁점
1심 깨고 2심 “상여금 선불임금 부정”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 9일 홍완엽 전 IBK기업은행 노조위원장 등 1만1천202명이 기업은행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에서만 7년7개월을 심리한 끝에 나온 결론이다.

소송은 기업은행이 2011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정기상여금과 전산수당·기술수당·자격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은 채 계산한 연장근로수당과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면서 시작됐다. 정기상여금은 매년 1·2·5·7·9·11월 첫 영업일에 여섯 차례에 걸쳐 연간 600%가 지급됐다. 보수규정에는 ‘재직자 요건’이 부가됐다.

이에 따라 중간에 퇴직한 직원과 퇴직자들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 수당을 토대로 산정된 퇴직금만 받았다. 직원들은 정기상여금과 수당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이라며 미지급 수당과 퇴직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2014년 6월 제기했다. 은행측이 전산수당·기술수당·자격수당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함에 따라 쟁점은 ‘정기상여금의 고정성 인정 여부’로 모아졌다.

1심은 정기상여금의 고정성을 인정하며 노동자들 손을 들어줬다. 1회 지급 금액인 연 100%의 상여금은 2개월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은 지급 월 첫 영업일에 재직 중인 근로자가 지급받은 후 다음 지급 월 전에 퇴직하더라도 이미 그 근로자는 근로에 대한 정기상여금은 모두 지급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2심 판단은 달랐다. 상여금이 월 첫 영업일에 지급돼 ‘선불임금’이라는 원고 주장에 선을 그었다. 보수규정에 따르면 은행의 임금체계가 모두 ‘후불임금’을 기준으로 편성돼 지급이 고정적으로 예정된 임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2심은 “은행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지급일 이전에 퇴직하거나 휴직할 경우 상여금을 받을 수 없다면,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는 이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고 봤다.

전합 판결 영향 “고정성 전제 판단 잘못”
노동자 최종 승소시 기업은행 2천억여원 지급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다시 뒤집었다. 상여금은 ‘재직자 조건’에도 불구하고 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통상임금이라고 못 박았다. 대법원은 “원심은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전제해 이 사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원심 판단에는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결은 지난달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영향이 컸다. 대법원은 “노동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조건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조건부 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것이다.

파기환송심에서 노동자 승소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최종 결론에 관심이 쏠린다. 파기환송심 선고까지 3개월에서 5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자들 승소가 확정될 경우 기업은행은 소송가액 775억원에 이자까지 합해 약 2천270억원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해 2019년~2023년 기간에 해당하는 노동자 1만2천여명의 2차 소송도 1심에 계류 중이라 기업은행이 추가 지불해야 할 금액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홍준표 기자 forthelabo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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