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각해지는 악성민원 피해 “행위자 처벌 조항 필요”
지난달 제주시 한 중학교에서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40대 교사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악성민원 대응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괴롭힘과 폭력 등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법제화·체계화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16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악성민원 근절을 위한 긴급토론회’ 발제에서 “공무원 감정노동 문제는 민원인이라는 이유로 국가와 조직이 방치한 것이 문제”라며 정부 차원에서 수립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안했다.
실태 파악, 반복 악성민원 처벌
민원처리법 등 관련법 개정해야
김 소장은 우선 악성민원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봤다. 통계에 ‘(욕설과 폭언, 폭행, 괴롭힘 등) 특이민원’과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 항목을 신설하자고 했다. 현행 민원통계에는 민원접수와 처리 현황은 있지만, 민원의 유형이나 특이 민원 파악은 별도로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민원은 민원처리의 관한 법률(민원처리법)에 따라 ‘일반민원’,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른 ‘고충민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고객응대민원’으로만 분류된다.
김 소장은 악성민원에 대한 처벌 규정 신설도 주문했다. 민원처리법을 개정해 “민원인은 민원 처리 전후 과정에서 담당자에게 폭언·폭행이나 업무상 방해를 하는 행위를 반복 지속하는 경우 관계법령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을 넣는 방안이다. 이 경우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 현행법에는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다른 민원인에 대한 민원 처리를 지연시키는 등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만 돼 있다.
또 악성민원에 노출된 공무원 보호를 위해 정부나 관계부처에 있는 안전관리지침을 바꿀 필요성도 제기했다. 안전관리지침의 ‘사고성 재해’ 항목에 민원응대 항목을 추가하고, 활동수준 평가 규정에 ‘고객응대근로자 보호 및 건강증진’ 항목을 신설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관련법과 정책 시행을 위해 인력·예산·교육·프로그램을 함께 모색하고, 근무형태별 공무원의 위험·위해 상황 업무배치와 휴가·작업중지권·노동안전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김 소장은 제안했다.
노동계 “악성민원은 생명권 걸린 문제”
노동계에서는 빠른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진 공무원연맹 위원장은 “악성민원은 공직자의 생명권이 걸린 문제다”며 “법령 개정과 제도 마련, 사회적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보미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교사 47%가 악성 민원으로 수업과 교육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공직자들이 자부심·안정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공무원의 정신질환 발생률은 일반 노동자의 11배, 자살 사망률은 9배에 달하고 있는데 국가가 감정노동을 방치한 결과이자 구조적 무관심의 증거”라며 ”공직자가 존중받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이 공동 주최했다. 박정현·백승아 민주당 의원, 교사노조연맹·공무원연맹·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함께 주관했다.
임세웅 기자 imsw@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